공사가 진행 중인 부산 북항 재개발 지구 C-1블록 복합환승센터. 부산항만공사 제공부산항만공사가 보행로 단차 문제로 갈등이 불거진 북항 복합환승센터 토지 매매 계약을 결국 해제하기로 했다. 사업자인 피큐건설 측은 항만공사가 오히려 사업의 발목을 잡아왔다고 반박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해, 공공기관과 민간 건설사 사이의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부산항만공사는 16일 북항 재개발 지구 C-1 블록 복합환승센터 부지에 대한 토지 매매 계약을 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항만공사는 사업자인 피큐건설에 곧바로 이 사실을 알린 뒤, 계약 해제와 후속 조치를 위한 행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북항 복합환승센터 건물 저층부에 설치하는 공공보행로는 부산역과 북항 재개발 지역을 오가는 핵심 공공시설이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이 공공보행로는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부산역에서 나오는 연결 보행 시설과 같은 높이로 설계해야 한다.
하지만 피큐건설은 이를 기존 연결 보행로보다 3.3m나 높게 설계한 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보행로를 한 개 층가량 높게 설계한 뒤 그 하부에는 수익 극대화를 위한 각종 상업 시설을 유치할 계획이다.
항만공사는 이 설계 때문에 북항 조망이 훼손되고, 보행권도 심각한 침해를 받는다며 이는 명백한 계약 해제 사유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1년 6개월 전 이 사실을 인지한 뒤 계속 설계 변경 등을 요구해 왔지만 피큐건설 측이 이를 묵살했고, 최근에는 올해 안에 설계 변경을 마무리하는 내용을 담은 확약서를 쓰라고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쟁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여러 조항을 삭제한 뒤 제출했다고 강조했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확약서에는 공사 중단 기준에 대한 상호 확약이 성립하지 않고, 단차 발생이 지구단위계획 위반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부산항만공사의 요청'에 따른 설계 변경이라는 문구가 들어가는 등 사업자는 여전히 사안의 중대성과 귀책성을 부인하고 있다"며 "단차 문제 해소에 대한 확정적 시정 의사를 회피했고, 확약 위반 시 매매 계약 해제에 동의한다는 조항도 전체를 삭제해 책임을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도 위법한 상태의 공사를 계속하고 있고, 공사가 진행될수록 단차 해소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1년 6개월 이상 계속한 시정 요구에도 설계 변경 중이라는 의사만 밝힌 채 공사 진행 중이라 계약 해제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부산항만공사(BPA). 송호재 기자반면 피큐건설은 부산항만공사가 오히려 사업 발목을 잡고 있다고 반박했다. 피큐건설 측은 이날 "단차 문제를 인식한 뒤 수백억 원의 수익을 포기하고 곧바로 설계 변경 절차를 시작했다"며 "오히려 부산항만공사가 행정 절차에 필요한 의견 제출 등을 미루고 있어, 설계 변경이 늦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산항만공사가 요구한 확약서 내용 중 올해 말까지 설계 변경 과정을 마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항만공사가 행정 절차에 협조하지 않는 상황인 만큼 이는 명백한 독소조항"이라며 "어제(15일) 이 내용을 뺀 확약서를 작성해 서명한 뒤 제출했다"고 강조했다.
피큐건설은 "항만공사가 계약 해제를 강행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해, 결국 공공기관과 민간 건설사 간의 진흙탕 싸움은 법정 다툼으로 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지역의 핵심 공공 사업에 차질이 우려되자 지역 시민단체에서는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진상 규명을 통해 책임을 가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부산참여연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관 주도의 독단적 행정과 민간 개발업자의 탐욕으로 북항 재개발이 무참히 기형화되고 있다"며 "시행지침을 어긴 건축을 허가한 부산 동구청은 물론 문제를 인지하고도 공사가 진행되도록 방치한 부산항만공사에도 책임이 있다. 진상을 파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