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 노동자 사망,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 유족 호소

"김해공항 노동자 사망,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 유족 호소

지난달 김해공항서 조업사 직원 버스에 치여 숨져
숨진 김씨 유족, "과로, 안전관리 공백이 근본 원인"
휴게시간 11시간 보장 안 돼…근무 날짜 조작 의혹도
"인력 부족 심각해 안전관리자도 현장 업무" 주장
유족, "노동 당국 철저히 수사해 환경 개선돼야"

CBS자료사진CBS자료사진"몇 년 전 TV로 봤던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다는 게 아직도 믿기질 않아요. 그때 인천공항에서 조업사 직원이 숨졌다는 뉴스를 보면서, 남편이 '저기 직원 한 명만 서 있었어도…'라고 말했는데…"

A씨는 얼마 전 김해국제공항에서 일하던 남편을 잃었다. 지난달 21일 여느 때처럼 새벽 근무를 나갔던 남편 김씨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날 김씨는 국제선 계류장에서 승객 이동용 버스에 치여 숨졌다. 매일 밤 울면서 아빠를 찾는 3살 딸과 생후 10개월 난 둘째 딸 앞에서 A씨는 슬픈 내색조차 할 수 없다.

이런 A씨를 더욱 힘들게 하는 건 노동 당국이 이 사건을 단순 교통사고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공항이라는 특수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근무 중에 업무용 차량에 치여 숨졌는데도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조사를 하기 어렵다는 당국 입장은 선뜻 이해할 수 없다.

유족은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이 '열악한 근무조건'과 '안전관리 공백'이라고 말한다.

생전 김씨는 가족들에게 지난해 중순부터 일이 늘어 피곤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 실제로 김씨는 오전 5시 30분부터 오후 10시 넘어서까지 하는 '종일 근무'를 이틀 연속으로 하거나 업무시간 외 연장근무를 하는 일이 잦았다.

항공운수업종은 주 52시간제를 적용받지 않지만, 근무와 근무 사이에 휴식 시간을 최소 11시간 보장해야 한다. 종일 근무를 이틀 연속으로 했다는 건 이러한 규정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회사가 전산상에는 근무일을 다른 날짜로 입력해 표면상으로는 규정을 지킨 것처럼 꾸몄다는 게 유족 측 주장이다.

김해국제공항. 한국공항공사 부산지역본부 제공김해국제공항. 한국공항공사 부산지역본부 제공이렇게까지 일이 몰린 이유는 늘어난 업무량에 비해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유족은 말한다. 김씨가 일한 조업사는 지난해 한 항공사와 지상 조업을 신규 계약해 업무가 늘었지만, 인력이나 장비 충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김해공항 직원들을 인천공항으로 파견 보내면서 업무량은 한층 늘었다.

인력 부족 현상은 현장 안전관리 공백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편이 몰리는 아침 시간대에는 지점장이나 안전관리자 등 관리자급 직원들까지 승객 이송용 버스 운행 등 현장 업무에 투입됐다는 증언이 회사 안팎에서 전해진다.

김씨 유족은 이러한 정황 또는 의혹과 관련해 철저히 조사해달라는 취지로 노동청에 특별근로감독 청원서와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다만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북부지청은 이 사건 성격을 '단순 교통사고'로 보고 있어 사업자에게 책임을 묻는 수사가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A씨는 "당시 버스를 운전한 직원도 남편과 근무 시간이 비슷했을 텐데, 만성 과로에 시달린 운전자가 사고를 냈다면 이런 상황을 만든 회사에 책임을 물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동료들은 여전히 같은 환경에서 위험을 안고 일하고 있다. 철저한 조사와 시정조치가 이뤄져 남은 동료들은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추천기사

스페셜 그룹

부산 많이본 뉴스

중앙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