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자료사진지난달 김해공항 계류장에서 조업사 직원이 승객용 버스에 치여 숨진 사건과 관련해 노동 당국이 '교통사고'라는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조사를 생략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노동자가 근무 중에 사망한 사안인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해 보다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1일 오전 6시 20분쯤 부산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계류장. 조업사 직원인 40대 남성 A씨가 승객 이동용 버스에 치여 숨졌다.
당시 A씨는 업무를 위해 도보로 이동 중이었다. 동이 트기 전 주위가 어두운 상황에서 버스 운전자 B씨가 이동 중인 A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사고가 난 공항 계류장은 출입이 통제되는 시설로, 작업자가 아닌 일반 보행자는 다니지 않는다. 이 때문에 보행로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또 항공기와 장비 소음 탓에 주변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사고가 날 위험성이 크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공항시설법은 지상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공항 운영자가 정하는 통행 방법 등을 지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해공항 이동지역 운영 규정을 보면, 야간이나 안개·비·눈 등 기상 상황이 안좋을 때는 반드시 차량 전조등을 켜야 한다. 작업자는 식별이 쉬운 야광용 조끼나 상의를 착용해야 한다.
김해국제공항. 박진홍 기자 이처럼 별도 규정이 있을 정도로 특수한 근무지인 공항 계류장에서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났지만, 노동 당국은 이번 사건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조사를 하지 않는데 무게를 둔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북부지청 관계자는 "아직 검토 중이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조사를 생략할 가능성이 크다. '교통사고'는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수사는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통사고의 경우 운전자 과실로 발생할 수도 있고, 운전할 때 항상 사고 개연성이 있기 때문에 사업자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다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보상 절차는 진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노동 당국의 이 같은 판단에 대해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조사가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동자가 근무 중에 업무용 차량에 치여 숨진 데다, 일반 도로가 아닌 공항 계류장이라는 근무지에서 난 사고여서 단순 교통사고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강기영 미조직전략조직국장은 "운전자 개인 과실로만 볼 게 아니라, 사업장에서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안전 조치 등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을 노동청이 구체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 결과 위법 사항이 없다면 기소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선은 중처법 관련 조사를 철저하게 진행한 뒤에 그 결과를 공개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노동계에서는 당국이 엄정히 수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 자체로 사업장에 경각심을 줄 수 있는 만큼, 이번 사건을 중대재해 사건으로 수사하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