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시대를 열다'…팬스타 아크로호 22일 시범운항 출항

'북극항로 시대를 열다'…팬스타 아크로호 22일 시범운항 출항

북극항로 시범운항 22일 오후 8시 출항
막바지 출항 준비로 분주…컨테이너 선적
북극 해역 통과해 유럽까지 45일간 여정
한국 컨테이너선 북동항로 첫 항해
85개 화주사 수출 화물 737TEU 실려

22일 오후 북극항해 시범운항에 나서는 팬스타 아크로호. 정혜린 기자22일 오후 북극항해 시범운항에 나서는 팬스타 아크로호. 정혜린 기자북극항로 시대를 향해 첫발을 내딛는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출항 준비를 마쳤다. 아크로호는 22일 오후 부산신항을 출항해 45일간의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선다.
 
22일 오전 10시 부산신항 3부두. 건물 한 채만 한 대형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부둣가에 바짝 붙어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먼 수평선을 향한 출항을 앞둔 선박은 아직 육지의 쇠말뚝에 매있는 모습이다.
 
선박 바로 옆에서는 하늘 높이 솟은 초대형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싣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부두 바닥에서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차가 도착하고, 크레인 끝에 달린 거대한 철제 스프레더(컨테이너 집게 장치)가 컨테이너 상단에 내려앉는다.
 
컨테이너 상단 네 모서리를 정밀하게 포획해 단단히 고정하자, 이내 엔진 굉음을 내며 철제 상자가 공중으로 가볍게 들려 올라갔다. 크레인이 궤도를 따라 이동한 뒤 화물을 선박에 안착시켰다.
 
선박 위 갑판과 부두 바닥은 출항 직전의 일사불란한 열기와 분주함으로 가득했다. 형광 안전조끼와 안전모를 착용한 관계자들이 각종 기계음과 마찰음 속에서 막바지 출항 준비에 분주하게 움직였다. 부두 일대는 늦여름 뜨거운 열기와 함께 출항을 앞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22일 오전 부산신항에서 출항을 10시간 앞둔 팬스타 아크로호에 화물이 실리고 있다. 정혜린 기자22일 오전 부산신항에서 출항을 10시간 앞둔 팬스타 아크로호에 화물이 실리고 있다. 정혜린 기자팬스타라인닷컴의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2758TEU급)는 10시간 뒤인 이날 오후 8시 부산신항을 출항해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선다.
 
아크로호는 북동항로를 거쳐 영국 펠릭스토우, 네덜란드 로테르담, 폴란드 그단스크를 차례로 기항한 뒤 다시 북동항로를 통해 부산항으로 돌아온다.
 
이날 부산을 출발한 선박은 오는 30일쯤 북극 해역에 진입해, 다음 달 7일쯤 북극 해역을 통과할 예정이다. 유럽행을 기준으로 북극해 통과에 8일이 걸리고, 북극해 운항 거리는 6400㎞로 예상된다. 이후 45일간의 여정을 마친 뒤 10월 5일 부산신항으로 돌아온다는 계획이다.
 
시범운항인 만큼 이번 항해에서는 안전이 관건으로 꼽힌다. 이번 운항은 2016년 벌크선 운항 이후 10년 만에 한국 선사가 북동항로로 가는 항해이자, 컨테이너선으로는 첫 항해다.
 
이날 출항을 앞둔 팬스타 아크로호 서명원 선장은 "북극 해역이 해빙 중에 있어 아직까지 완전히 열려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우리가 도착할 시점에는 완전히 해빙이 될 거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우회 항로를 운항할 계획이다. 아이스 차트와 기상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어 의사결정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빙선을 통해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극지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훈련을 집중적으로 진행했다"며 "이번 북극항로 시범운항이 부산이 글로벌 해양수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2일 오전 출항을 10시간 앞둔 팬스타 아크로호에 화물이 실리고 있다. 정혜린 기자22일 오전 출항을 10시간 앞둔 팬스타 아크로호에 화물이 실리고 있다. 정혜린 기자 이번 시범운항에는 85개 화주사 수출 화물 737TEU와 공컨테이너 100개 등 모두 837TEU를 싣고 출항한다. 화물 품목에는 화학제품이 363TEU(43.4%)로 가장 많고, 중고차 141TEU(16.8%), 자동차 부품 113TEU(13.5%), 금속제품 48TEU(5.7%), 제지 20TEU(2.4%), 기타 152TEU(18.2%)다.
 
북극해의 해빙 면적이 감소함에 따라 등장한 북극항로는 글로벌 물류 지형을 바꿀 새로운 해상 경로로 평가받는다. 러시아 북쪽 연안을 따라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북동항로와 북미 북단을 거치는 북서항로로 나뉘며,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최단 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시범운항 선박은 북동항로를 통해 유럽으로 운항한다.

부산에서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으로 갈 때, 2만㎞에 달하는 기존 수에즈 운하 우회 경로 대신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운항 거리가 1만 3천㎞로 35%가량 단축된다. 이동 거리가 줄어드는 만큼 연료 소비와 탄소 배출을 억제하여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이 북극항로 진출을 추진하는 가운데, 정부는 지난해 '북극항로 시대를 주도하는 K-해양강국 건설'을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관련 사업을 진행해 왔다.

해양수산부는 국적선사 대상 설명회와 연간 업무 계획을 통해 추진 절차를 구체화했으며, 지난 5월 공모를 통해 팬스타를 첫 시범운항 선사로 선정해 이날 출항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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