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끊고 싶다" 자수…고령층 판매·알선책 줄줄이 구속

"마약 끊고 싶다" 자수…고령층 판매·알선책 줄줄이 구속

60대 男, 부산 한 지구대 찾아 마약 투약 자수
판매·알선한 남성들도 붙잡혀…모두 6~70대
고령화시대 60대 이상 마약사범 증가세

CBS노컷뉴스 자료사진CBS노컷뉴스 자료사진부산에서 60대 이상 고령층을 상대로 한 마약 판매·알선책이 줄줄이 구속됐다. 고령화시대에 고령층 마약 범죄도 점차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10일 오후 9시쯤 부산 서구 한 지구대에 60대 남성 A씨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A씨는 용건을 묻는 경찰관에게 대뜸 "마약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놀란 경찰관이 되묻자, 그는 "마약을 끊고 싶다. 치료 받고 싶다"고 거듭 말했다. 이에 마약 간이검사를 실시하는 등 늦은 밤까지 조사가 진행됐고, A씨는 시간이 갈수록 점차 더 약 기운에 취해 정신이 없는 듯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약을 어디서 구했냐는 경찰관 질문에 "오랜 지인에게서 샀다"는 대답이 돌아오자, 경찰은 A씨가 마약을 구매한 일시와 장소를 추적하는 등 마약 유통 경로에 대해 수사를 확대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달 5일 대낮에 부산 서구 한 길거리에서 오토바이를 탄 한 남성으로부터 직접 마약을 건네받았다. 이 남성은 60대 B씨로, 이날 A씨를 만나기 직전 C(70대·남)씨로부터 마약을 받아 A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마약 유통 경로를 더 추적해 보니, C씨는 지난 4월 말쯤 부산 중구 도심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판매책으로부터 필로폰 30만원어치를 구매했다. 이는 한 사람이 10차례 안팎으로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마약을 주고 받은 B씨와 C씨는 같은 동네에서 나고 자란 '절친' 사이였다. A씨도 두 사람과 잘 알고 지내는 관계였는데, 세 사람은 모두 특별한 직업이 없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세 사람 모두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사를 통해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사이에 이 같은 마약 거래가 과거에도 몇 차례 더 이뤄졌던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 서부경찰서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A씨를 불구속, B씨와 C씨는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부산 서부경찰서. 김혜민 기자부산 서부경찰서. 김혜민 기자마약 범죄는 통상 10대에서 30대 사이 젊은 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6~70대 마약 범죄도 증가하는 추세다.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가 공개한 '2024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전국 60세 이상 마약류 사범은 지난 2014년 603명에서 지난해 2110명으로 10년 동안 3배 이상 늘었다. 전체 마약사범 연령대 가운데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6%에서 9.2%로 증가했다. 부산경찰청 집계를 보면, 부산지역 마약 사범 가운데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도 2020년 6%에서 2023년 23.8%까지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과거 젊은 시절 마약을 투약했던 사람들이 나이가 든 뒤에도 마약을 끊지 못하고 계속 범죄를 이어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구속된 B씨 등은 과거에도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3명 모두 생활이 어려운 60대 이상 고령층이란 점이 눈에 띈다. 십수년 전 범죄 전력이 있어, 과거에 시작한 마약을 끊지 못하고 이어져 왔을 가능성이 있다"며 "마약은 중독성이 강하다보니 초기에 중독 치료가 잘 진행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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