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감전 추정 사고가 발생한 부산 중구의 한 실내수영장. 김혜민 기자 부산의 한 수영장에서 감전 추정 사고가 나 70대 남성이 숨진 가운데 "누전차단기가 내려가지 않은 것 같다"는 업주 진술이 나왔다.
해당 건물은 지난해 한국전기안전공사 점검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감전 사고가 발생할 사전 징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오전 부산 중구의 한 실내 수영장 건물. 전날 감전 추정 사고가 난 1층은 전깃불이 모두 꺼진 채 운영이 중단된 상태였다. 이용객이 쓰러진 수영장 출입문 주변 천장에는 전선이 정리되지 않은 채 아래로 길게 늘어져 있었다. 일부 전선은 피복이 벗겨져 있기도 했다.
전선뿐만 아니라 천장에는 누렇게 색이 바랜 물 자국이 얼룩져 있었고, 마감재가 너덜너덜해져 당장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바닥 곳곳에 아직 마르지 않은 물기가 보였고, 유리 벽에는 여전히 습기가 차 있는 상태였다.
해당 건물은 1층에 수영장이, 2층에는 목욕탕이 있는 구조다. 전날 수영장에서 난 사고 여파로 목욕탕도 영업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목욕탕을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손님들이 목욕 바구니를 들고 황급히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전날 오후 2시 50분쯤 이곳에서 수영을 마치고 나오던 70대 남성 A씨가 출입문을 열다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A씨를 돕기 위해 다가간 또 다른 이용객 B(40대·남)씨도 발가락에 부상을 입었다. 경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모두 감전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스테인레스 재질 출입문에 전류가 흘렀고, 이를 만진 A씨가 감전됐다고 추정하는 상황이다.
감전 추정 사고가 발생한 부산 중구의 한 실내수영장 천장 전선이 길게 늘어져 있다. 독자 제공 이날 현장에서 만난 업주 측은 취재진에 누전차단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말을 남겼다.
업주 측 관계자는 "누전차단기가 안 내려간 것 같다. 이달 초까지는 제대로 작동했는데 왜 이런 사고가 났는지 잘 모르겠다"라며 "건물이 오래돼 상주 직원을 3명 두고 관리에 신경 써 왔고, 인테리어 공사도 새로 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로 돌아가신 분도 수십 년간 본 분이라 잘 아는 사이다. 불의의 사고가 발생해 마음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고가 난 곳은 1991년 준공된 건물로, 부산 중구청이 매년 2차례 실시한 체육시설 안전점검에서는 지금까지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체육시설알리미에 공개된 점검 결과를 보면, 해당 시설은 지난해 11월 18일 이뤄진 마지막 점검에서 '양호' 등급을 받았다. 이 점검은 시설물 상태와 소방시설, 체육시설 관련 규정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육안으로 확인하는 점검이다.
그러나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실시한 점검에서는 이미 이상 징후가 포착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기안전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6월까지 진행한 정기검사에서 해당 건물은 '합격'과 '부분 합격'을 여러 차례 번갈아 받아 오다가, 지난해 1월 18일 특별안전점검에서는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즉 사전에 이미 이 건물 전기 안전에 대해 위험 신호가 켜졌지만,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이번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뜻이다.
경찰은 업주 측을 참고인으로 불러 한 차례 조사를 마친 상태다. 추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련 기관과 함께 합동 감식을 벌여 정확한 사고 경위를 밝힌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