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 우려 속에 부산항 물동량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직후부터 부산항의 물동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관세 정책 강화 우려 속에서 수출업체들이 '조기 선적(프론트 로딩)'에 나서면서 최근 3개월간 부산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적 화물은 10% 이상 늘며 전체 증가세를 견인했다.트럼프 당선 이후 3개월간 물동량 6.4% 증가
부산항만공사가 집계한 3개월간(지난해 12월~올해 2월) 컨테이너 처리량은 총 615만7천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전년도 같은 기간(578만8천TEU)과 비교해 약 36만9천TEU, 6.4% 증가했다.
이번 물동량 상승을 견인한 건 단연 환적 화물이다.
지난해 12월부터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며 3개월간 평균 10.6% 이상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12월엔 전년 같은 달보다 14.1% 늘어난 116만TEU를 기록했고, 올해 1월과 2월에도 각각 10.6%, 7.3%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수출입 물동량도 비교적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12월엔 전년보다 0.7%, 1월엔 1.8%, 2월엔 0.9% 늘었다.
비록 환적 화물만큼의 가파른 증가율은 아니었지만, 전체 물동량 증가에 꾸준히 힘을 보탰다는 평가다.
전체적으로 보면 지난해 12월은 전년 동기 대비 총 물동량이 7.9%, 올해 1월 6.7%, 2월은 4.4% 각각 늘어나며, 관세 시행 전 조기 선적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트럼프 2기 관세정책 우려, 수출업계 '밀어내기' 선적 확산"
부산항만공사 구자림 글로벌사업단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정책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수출기업들이 조기에 물량을 선적하는 경향이 뚜렷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정 품목보다는 모든 품목에서 고루 조기 선적이 이뤄졌다"며 "이러한 프론트 로딩 현상이 단기적으로 물동량 증가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중국의 춘절(1월 28일~2월 4일) 이전에 물량을 앞당겨 출항하려는 흐름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언제까지 늘까…"3~4월까지는 효과 이어질 듯"
관세 정책 시행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조기 선적 물량은 어느 정도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항 신항. 부산항만공사 제공구 단장은 "경험상 트럼프 1기 때도 실제 관세 시행 이후에는 오히려 급감하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여름 전까지는 증가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프론트 로딩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전 수요를 앞당기는 것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물량 감소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며 "보수적으로 보면 3~4월 이후 효과는 점차 희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스트 포트' 부산항의 이점
부산항은 북미 항로에서 '라스트 포트(Last Port)'로 기능하고 있다.
북미로 가는 선박들이 마지막으로 기항하는 항만인 만큼, 아시아 각국 화물이 부산에 모여 환적되는 구조다.
이러한 지리적·물류적 이점 덕에 조기 선적 화물의 수요도 부산항이 흡수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부산항은 단기적으로는 프론트 로딩 효과에 힘입어 2500만TEU라는 연간 목표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그러나 보호무역주의가 본격화되는 중장기에는 교역 둔화와 수요 감소라는 또 다른 파고를 맞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부산항만공사는 자동화 부두 활용, 항만 커뮤니티 시스템(PCS) 개선 등으로 글로벌 물류 허브로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