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의 내공으로 도시의 미래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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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의 내공으로 도시의 미래를 그리다"

핵심요약

[노컷이 만난 사람] 부산도시공사 신창호 사장 취임 100일 인터뷰
"정책은 방향, 집행은 해법"…부산시와 도시공사의 유기적 연결 강조
센텀2지구, '부산의 판교'로 조성…연구·혁신·첨단기업 중심 복합도시 청사진
"지역 건설업계와 함께 가야 성공"…공구 분할·지역업체 의무참여로 상생 실현
부동산 한파 속 에코델타 상가 분양률 80% 돌파
관광단지 실패의 경험에서 길어올린 '인내와 신념'의 가치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 23일 부산CBS와 인터뷰하고 있는 신창호 부산도시공사 사장. 부산도시공사 제공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 23일 부산CBS와 인터뷰하고 있는 신창호 부산도시공사 사장. 부산도시공사 제공

차분한 행정가, 도시를 설계하다

23일 오전 부산도시공사 사장실에 들어서자 느껴진 건 조용한 집중감이었다.

신창호 사장은 단정히 앉아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복잡한 자료는 물론, 메모장조차 없었다. 그는 말할 때 몸짓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질문이 이어질 때마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어조로 답변을 이어갔고, 그 안에서 오랜 공직 경험에서 비롯된 깊이와 절제의 미덕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신창호 부산도시공사 사장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부산시에서 외자유치, 산업정책, 디지털경제 등 다양한 실무를 맡아온 그는, 오랜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도시공사의 수장 자리에 올랐다.

"100일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를 정도였습니다." 인터뷰 시작과 함께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책상 위에는 별다른 자료도 없었다. 사전 원고 없이도 주요 사업 현황부터 도시공사의 역할, 향후 전략까지 또박또박 설명해나갔다. 그의 말투는 조용했지만, 답변 하나하나에 행정 현장을 꿰뚫는 통찰이 담겨 있었다. 몸짓은 거의 없었지만, 언어는 단단했고 신중했으며, 현장의 맥을 짚는 데에 거침이 없었다.

부산시 실무를 넘어, 도시공사의 항해를 시작하다

신 사장은 1994년 제3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부산시에서 외자유치팀장으로 센텀시티와 마린시티의 토지 매각을, 민자유치팀장으로는 부산항대교·을숙도대교·거가대교 등 민간투자사업 협상을 총괄했다. 동부산개발부장으로 근무하며 기장 관광단지 개발 업무를 맡기도 했다. 투자유치과장, 미래산업국장, 디지털경제혁신실장 등 경제·산업 분야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도시개발과 지역 경제 정책의 중심에 서 있었다.

"과거에는 정책을 기획하고 제도를 설계하는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그 정책을 어떻게 현장에서 실현할지 책임지는 자리입니다."

그는 부산시와 도시공사의 역할 차이를 분명히 하면서도, 이 둘의 유기적 연결이야말로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미래 먹거리, 센텀2지구에 답이 있다

신 사장이 취임 직후부터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단연 센텀2지구다. 그는 이 지역을 "부산의 판교처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센텀2지구는 단순한 산업단지가 아닙니다. 연구와 창업, 주거와 여가가 함께하는 미래형 복합도시를 구상 중입니다."

센텀2지구는 해운대구 일원에 191만㎡ 규모로 조성 중인 첨단산업단지다. 4차 산업 중심의 ICT, 바이오, AI 기업들이 입주할 수 있도록 설계되며, 현재는 1단계 보상이 대부분 완료되어 착공을 앞두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점은 지역 건설업계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공구 분할 방식이다.

"공사를 나누고, 제한 경쟁을 통해 지역 업체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이는 신 사장이 부산시에서 수차례 민자사업 협상을 하며 체득한 '현장 중심 행정'의 연장선에 있다.그는 대기업 일변도 개발이 아닌, 지역과 함께 가는 방식이야말로 지속가능한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에코델타시티, 조용한 성공의 신호탄


신 사장이 또 하나 성과로 꼽은 곳은 강서구에 조성 중인 에코델타 스마트시티다.

최근 분양된 18블록 내 상가는 상업용 시설로, 9곳 중 7곳이 부동산 한파 속에서도 이례적으로 빠르게 계약이 완료됐고, 나머지 두 곳 역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처음에는 상가가 과연 팔릴까 걱정도 했습니다. 그런데 입지와 분양가의 경쟁력이 입소문을 탔고, 지금은 다음 분양까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부산도시공사가 최근 분양한 에코델타 시티 18블록 내 상가가 부동산 한파 속에서도 이례적으로 빠르게 계약이 완료됐다. 사진은 부산도시공사 전경. 부산도시공사 제공부산도시공사가 최근 분양한 에코델타 시티 18블록 내 상가가 부동산 한파 속에서도 이례적으로 빠르게 계약이 완료됐다. 사진은 부산도시공사 전경. 부산도시공사 제공올해 분양 예정인 24블록의 경우, 평당 1600만 원 수준의 합리적인 분양가와 고품질 설계가 강점이다.

"공사의 분양이 시세보다 싸고 품질은 높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 사장은 이 흐름을 향후 분양 정책의 '시금석'으로 삼을 계획이다.

실패에서 얻은 가장 강력한 전략, '시간'…"때론 시간이 전략입니다"


인터뷰 후반부, 그는 공무원 시절, 도시공사가 주도했던 동부산 관광단지 개발 과정에서 겪은 아픈 기억을 꺼냈다. 두바이 AAG그룹과 추진했던 기장 관광단지 테마파크 유치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무산된 사건이다.

"당시엔 언론 비판, 의회 실태조사까지 정말 힘든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때 경험이 지금을 만들었습니다."

결국 해당 부지는 대부분 분양 완료됐고, 관광단지로서의 가능성도 여전히 살아 있다.

그는 "처음 원했던 방식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새로운 길이 열린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사업은 실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지는 남고, 기회는 다시 옵니다. 그걸 믿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의 이 말엔 30년 넘는 공직 경험과 실패를 견디며 축적된 단단한 내공이 녹아 있었다.

그는 덧붙였다. "때론 시간이 전략입니다. 그걸 믿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조직은 유연하게, 정책은 정확하게


신 사장은 시청 근무 당시 기업 애로 해소와 민원 해결, 기업 지원 업무를 도맡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실무적 소통 경험을 쌓아왔다. 그 경험은 지금 공사 운영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기업이나 시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중요합니다. 다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마음을 열 수 있게 만드는 게 소통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 23일 부산CBS와 인터뷰하고 있는 신창호 부산도시공사 사장. 부산도시공사 제공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 23일 부산CBS와 인터뷰하고 있는 신창호 부산도시공사 사장. 부산도시공사 제공그는 특히 시의회와의 관계에서도 정기적인 보고와 간담회를 통해 신뢰를 쌓아가고 있으며, 언론과의 소통 역시 투명성과 신뢰를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관계를 명확히 전달하는 게 오해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언론에도 정확한 정보가 잘 제공될 수 있도록 공사 내부 시스템도 점검하고 있습니다."

도시공사 내 사업부제 개편은 전임 사장 재임 시기에 이뤄진 일이지만, 그에 따른 업무 가중 우려에 대해 신 사장은 "모든 조직은 계속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효율과 책임감을 갖춘 체계를 만들기 위한 개편이었습니다. 직원들이 불편을 느끼는 부분은 계속 모니터링하며 유연하게 조정할 것입니다."

그는 공사의 운영 철학으로 '소통과 현장'을 강조했다.

시의 정책 방향을 민감하게 읽고, 시의회와 언론, 지역 사회와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정책은 행정기관 혼자 만드는 게 아닙니다. 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시민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늘 고민해야 합니다."

100일 동안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도시공사를 이끌어온 신창호 사장. 그의 행정 철학과 리더십은 부산이라는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어 중요한 나침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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