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생일 축하해" 미등록 아동 '동민이'의 특별한 돌잔치

"첫 생일 축하해" 미등록 아동 '동민이'의 특별한 돌잔치

4일 부산 남구 소화영아재활원서 '동민이' 돌잔치 열려
불법체류자 부모에게 버려졌지만 소화원서 새 삶 시작
아픈 곳 많은 '동민이' 1.2㎏서 6.3㎏까지 훌쩍 성장
돌잡이에서 실타래 집자 박수로 화답한 보호사 선생님들
출생신고 사각지대로 여전히 "법적으론 없는 아이"

'동민이'가 첫돌을 맞아 한복을 차려입고 생일상을 받는 모습. 김혜민 기자 '동민이'가 첫돌을 맞아 한복을 차려입고 생일상을 받는 모습. 김혜민 기자 외국인 부모에게 버림받은 후 부산의 한 기관에서 돌봄을 받고 있는 중증장애아 '동민이(가명)'가 첫 번째 생일을 맞았다. 무사히 첫돌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치료가 필요한 동민이는 돌잡이에서 '장수'를 상징하는 실타래를 집어 주변을 뭉클하게 했다. [관련기사 7.3 CBS노컷뉴스=외국인 부모에게 버려진 중증장애아 '동민이'…출생신고조차 안돼]
 
4일 부산 남구 소화영아재활원에는 이른 시각부터 사람들이 북적이며 잔치 분위기가 연출됐다. 건물 입구에는 '동민이의 첫 번째 생일에 초대한다'는 환영글이 걸려 있었고 실내에는 떡과 과일, 케이크 등 정성스럽게 차려진 생일상이 눈길을 끌었다. 한편에는 동민이가 1년간 성장해온 시간을 담은 액자와 앨범도 놓여있었다.
 
이날은 소화원의 두 번째 막내 '동민이'의 첫 생일이었다. 지난해 불법체류자 외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동민이는 병원비를 구해오겠다던 엄마가 자국으로 출국해버리면서 출생신고도 못한 채 병원에 홀로 남겨졌다. 이후 소화원으로 옮겨져 치료와 돌봄을 받아왔다.
 
1.2㎏로 태어났던 동민이는 어느덧 6.3㎏까지 성장했다. 태어날 때부터 시력과 청력, 신장이 좋지 않은 데다 섭식도 불가능했지만 지난달 위 수술도 무사히 마치고 건강을 차츰 회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랫니가 나기 시작했다. 뒤집기에도 성공했다.
 
치료사와 기관 관계자들은 행사 시작 전 사진을 구경하며 1년간 동민이와 울고 웃었던 기억을 회상했다. 잠시 후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동민이가 유모차를 타고 등장하자 여기저기서 반가움의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이후 다함께 생일 노래를 부르며 동민이의 첫돌을 축하했다.
보호사 선생님들이 준비한 생일선물과 '동민이'의 1년간 성장 과정을 담은 액자 등이 정성스레 놓여 있다. 김혜민 기자 보호사 선생님들이 준비한 생일선물과 '동민이'의 1년간 성장 과정을 담은 액자 등이 정성스레 놓여 있다. 김혜민 기자 돌잔치에는 갓 태어난 동민이를 돌봤던 일신기독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들도 자리를 함께 해 의미를 더했다. 이들은 부쩍 자란 동민이를 보며 "세상에 많이 컸다", "더 잘생겨졌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여러 번 얼굴을 쓰다듬으며 감동에 젖는 모습도 보였다. 한 간호사 선생님은 "이모 기억해?"라며 반가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윽고 돌잔치의 하이라이트인 '돌잡이'가 진행되자 모두들 동민이의 손이 향하는 곳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탁자에는 훌륭한 법관이 되길 바라는 '판사봉'과 의사를 상징하는 '청진기', 연예인을 뜻하는 '오방색지' 등이 놓였다. 한 보호사는 "돈 잡아라 동민아" 하고 크게 외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여러 물건이 놓인 탁자 앞에서 갈팡질팡하던 동민이가 마침내 집어든 것은 바로 '실타래'였다. 건강과 무병장수를 상징하는 실뭉치를 집어 올리는 동민이 모습에 주변 어른들은 환호와 박수를 쏟아내며 응원과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돌잔치는 단체 사진 촬영을 끝으로 마무리됐지만, 이후에도 사람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동민이의 손을 잡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참 동안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
 
소화영아재활원 황석자 원장은 "귀하게 맞은 동민이의 첫 생일이다. 이날이 있기까지 소화원 공동체뿐만 아니라 첫 보호자로 버팀이 돼준 일신기독병원 관계자들, 아이의 안부를 묻고 사연을 공유해준 많은 이들이 함께 해줬다"며 "많은 분들의 기도와 사랑이 축복이 돼 동민이를 보호해줄 거라고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동민이'가 돌잡이에서 실타래를 집은 모습. 김혜민 기자 '동민이'가 돌잡이에서 실타래를 집은 모습. 김혜민 기자 현재 동민이는 부산시와 동구청 등 지자체의 도움으로 치료비 등 최소한의 지원은 받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세상에 없는 아이로 남아 있다. 현행법상 국내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동은 출생 신고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는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되지 않고 공공서비스나 교육, 의료 혜택 등을 받기 어렵다. 이 때문에 부모의 법적 지위나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아동의 출생 등록을 보장하는 '보편적 출생등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난 21대 국회에서 관련법이 임기 만료로 폐기되는 등 현재까지 시행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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