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cm 턱에도 휘청" 수동휠체어로는 이동 불가…갈 길 먼 이동권

"1cm 턱에도 휘청" 수동휠체어로는 이동 불가…갈 길 먼 이동권

19일 부산 남구서 '보행약자 불편 체험 행사' 열려
작은 틈에도 휠체어 바퀴 헛돌아 '아찔'
인도 곳곳 불법 주차 등 보행 환경 크게 위협
남구청, '1cm의 차이' 사업 통해 보행 환경 개선 약속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 부산 남구장애인복지관 인근에서 오은택 남구청장과 취재진 등이 수동휠체어를 타거나 저시력 체험용 VR 고글을 쓴 채로 이동하고 있다. 김혜민 기자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 부산 남구장애인복지관 인근에서 오은택 남구청장과 취재진 등이 수동휠체어를 타거나 저시력 체험용 VR 고글을 쓴 채로 이동하고 있다. 김혜민 기자"이상하다, 겉으론 평평해 보였는데 한쪽으로 쏠려요!"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 2시 부산 남구장애인복지관 인근 도로.
 
수동휠체어를 탄 오은택 남구청장이 두 손으로 바퀴를 꼭 쥔 채 이렇게 말했다.
 
이날 남구장애인복지관은 '보행 약자 불편 체험'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 참여한 오 구청장과 복지관 관계자, 취재진 등은 수동휠체어와 저시력 체험용 가상현실(VR) 고글을 나눠 쓰고 일대 거리 280m를 돌아다녔다.
 
오 구청장은 천천히 바퀴를 굴렸지만, 휠체어는 인도 위 작은 틈에도 쉽게 요동쳤다. 약간의 경사에도 휠체어가 한쪽으로 쏠리는가 하면, 속도 조절 역시 어려운 모습이었다.
 
아스팔트 도로 위로 나오자 바퀴는 쉽게 헛돌았고 오 구청장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하수구 맨홀 뚜껑에 바퀴가 걸린 휠체어는 옴짝달싹 못했고 성인 두 명이 붙어 서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오은택 부산 남구청장이 탄 수동휠체어가 하수구 맨홀 뚜껑에 빠져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김혜민 기자오은택 부산 남구청장이 탄 수동휠체어가 하수구 맨홀 뚜껑에 빠져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김혜민 기자보다 넓은 도로로 나오자 인도 곳곳에는 불법 주차한 차량이 보행 환경을 크게 위협했고 옆으로는 차량이 쌩쌩 지나다녔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급히 우회전하던 차량들은 쉽게 클랙슨(자동차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참여자들은 더욱 긴장한 채 속도를 낮췄다. 저시력 체험용 VR 고글을 쓴 채 지팡이를 든 참여자들은 의지와 달리 차도 쪽으로 균형을 잃자 쉽게 불안을 호소하기도 했다.
 
고작 20여 분이었지만 수동휠체어를 타고는 성인 혼자서는 이동할 수 없는 환경임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전동휠체어를 마련하거나 이동을 보조해 줄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했다.
 
부산 남구장애인복지관 강은정 지역옹호팀장은 "장애인들은 작은 턱 하나에도 한쪽으로 쉽게 쏠리고 이는 비장애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공포감을 준다"면서 "실제로 지체장애인 가운데 수동휠체어를 타는 분은 거의 없지만, 보행 환경을 점검하기 위해 수동휠체어로 다녀본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남구장애인 복지관 인근 도로. 평평해 보였던 길이 눈높이를 낮추고 보니 굴곡져 있다. 김혜민 기자  부산 남구장애인 복지관 인근 도로. 평평해 보였던 길이 눈높이를 낮추고 보니 굴곡져 있다. 김혜민 기자  체험 이후 오 구청장은 "가장 불편한 건 턱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포장이 잘된 길이고 비장애인은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정도의 턱이지만, 막상 휠체어를 타보니 울퉁불퉁해 몸이 휘청거렸고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는 경계석조차 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남구청은 장애인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매년 보행 약자 불편 체험 행사를 열어왔다. 이후 불편 사항을 확인해 복지관 인근을 중심으로 "1cm의 차이"라는 보도환경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구청은 기존 회색 점자블록을 법적 규격에 맞게 노란색으로 교체했고 도로와 연결된 턱을 1cm 이하로 낮추는 작업을 해왔다. 또 식당과 미용실, 약국, 카페 등 인근 소규모 사업장 출입구와 내부에 경사로 설치 지원 사업을 벌여왔다. 지난해 인근 사업장 11곳에 경사로를 설치했고 올해도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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