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하든 말든' 난장판 된 한수원식 고리2호기 수명연장 공청회

'반대하든 말든' 난장판 된 한수원식 고리2호기 수명연장 공청회

'고리2 수명연장' 부산 해운대·금정·수영·남구 주민 공청회
환경단체 반발에 고함·몸싸움 이어져도 계속 진행
환경평가서 초안 듣는 공청회인데…대상지역 열람자는 단 125명
환경단체 "알기 쉽게 다시 설명하라" 한수원 "적법하게 개최했다"

2일 부산 남구에서 열린 고리2호기 계속 운전 관련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장에서 환경단체 회원(현수막 주변)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한수원 관계자(단상 맨 위)가 공청회를 진행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2일 부산 남구에서 열린 고리2호기 계속 운전 관련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장에서 환경단체 회원(현수막 주변)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한수원 관계자(단상 맨 위)가 공청회를 진행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고리원전 2호기 계속 운전을 위해 진행한 두 번째 부산지역 주민공청회가 환경단체의 거센 반대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행해 절차를 졸속으로 진행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장내 소란 이어져도 '들리지 않는 공청회' 강행한 한수원


2일 오후 2시 한수원의 고리2호기 계속운전 관련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초안) 주민공청회가 열린 부산 남구 그랜드모먼트 유스호스텔 대강당.
 
공청회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환경단체 회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보안요원들의 몸싸움이 격렬하게 벌어졌다. 곳곳에서 "부산 시민인데 왜 못 들어가게 하냐", "무슨 근거로 공청회 참석자들의 명단을 적느냐"는 고함이 터져 나왔다.
 
한수원은 이날 공청회 대상이 부산 해운대구·금정구·수영구·남구 주민이라며 해당 지역 주민은 공청회장으로, 다른 구 주민은 부산 시민이라도 별도로 마련된 공간으로 안내했다.
 
2일 부산 남구에서 열린 고리2호기 계속 운전 관련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장 앞에서 보안 요원들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박진홍 기자2일 부산 남구에서 열린 고리2호기 계속 운전 관련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장 앞에서 보안 요원들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박진홍 기자공청회장 안으로 들어서자 환경단체 회원들이 '한수원은 파행 거듭하는 일방적인 공청회 중단하라'라고 적힌 현수막과 손팻말을 들고, 단상 아래 전문가 패널들이 앉은 자리를 에워쌌다.
 
그들 등 뒤로 걸린 대형 스크린에는 '공청회 협조안내문'이 띄워졌고, '관련 법령에 따라 시행되는 공청회를 방해할 경우 법적 조치가 가능함을 알려 드린다'는 경고 문구가 표시됐다.
 
2일 부산 남구에서 열린 고리2호기 계속 운전 관련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장에서 환경단체 회원들이 단상을 에워싸고 있다. 박진홍 기자2일 부산 남구에서 열린 고리2호기 계속 운전 관련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장에서 환경단체 회원들이 단상을 에워싸고 있다. 박진홍 기자공청회 시작 시각이 다가오자 곳곳에서 환경단체 회원들과 한수원 관계자, 보안요원 간의 크고 작은 몸싸움이 이어졌고, 환경단체 회원들이 외치는 소리에 공청회를 정상 진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진행을 맡은 한수원 관계자는 마이크 소리를 크게 키운 채,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적법하게 준비한 공청회다. 개최를 원하는 주민들도 있기에 공청회를 시작한다"며 진행을 시작했다.
 
2일 부산 남구에서 열린 고리2호기 계속 운전 관련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장에서 환경단체 회원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전문가 패널이 발언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2일 부산 남구에서 열린 고리2호기 계속 운전 관련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장에서 환경단체 회원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전문가 패널이 발언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곧바로 또 다른 한수원 직원이 단상에 올라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질의 사항에 한수원이 답변하는 순서를 이어가자, 환경단체 회원이 진행을 막기 위해 직원을 연신 쫓아갔고 그럴 때마다 해당 직원은 자리를 옮겨가며 준비해 온 종이를 읽어 내려갔다.
 
"공청회를 다시 제대로 개최하라"고 외치는 소리와 객석에서 터져 나오는 고함, 몸싸움 과정에서 누군가 넘어지는 소리 등이 뒤섞여 장내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2일 부산 남구에서 열린 고리2호기 계속 운전 관련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장에서 경찰이 환경단체 회원들과 한수원 관계자들을 분리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2일 부산 남구에서 열린 고리2호기 계속 운전 관련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장에서 경찰이 환경단체 회원들과 한수원 관계자들을 분리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몸싸움이 격렬해지자 경찰이 투입돼 양측을 분리 조치했고, 이 과정에서 공청회가 멈췄다가 진행되길 거듭했다.
 
장내에 있더라도 공청회가 어떤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였지만, 한수원은 오후 3시 정각에 공청회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고 선언했다.
 

환경평가서 초안 의견 듣는다면서…240만명 중 열람자는 '158명'


이날 공청회는 고리2호기 계속 운전을 위해 작성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주민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는 원전 운영으로 발생하는 방사선이나 방사능이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문서로, 한수원은 공청회에 앞서 부산 등 고리2호기 인접 주민을 상대로 초안 열람을 진행했다.
 
하지만 부산에서 해당 문서의 초안을 열람한 주민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초안 열람 대상인 부산지역 10개 구·군 주민 240여만명 가운데 평가서 초안을 열람한 사람은 158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공청회 대상 지역 열람자는 해운대구 52명, 금정구 34명, 수영구 33명, 남구는 단 6명에 그쳤다.
 
2일 부산 남구에서 열린 고리2호기 계속 운전 관련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장 앞에서 환경단체가 공청회 개최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진홍 기자2일 부산 남구에서 열린 고리2호기 계속 운전 관련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장 앞에서 환경단체가 공청회 개최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진홍 기자부산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이날 공청회 전 기자회견을 통해 "초안을 열람한 주민이 극히 적고, 수백 쪽에 달하는 초안 자체도 어렵다"며 "시민들이 알기 쉽게 작성하거나, 별도 설명회를 여는 등 공청회에 앞서 충분한 설명과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수원은 이날 공청회를 "원자력안전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완료했다"며, "앞서 무산된 부산 동·동래·연제·북·부산진구와 울산 울주군 공청회는 일정을 다시 잡아 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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