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광지 회장/정민기 기자살다보면 어쩔 수 없는 만남이 있다. 이를 흔히 운명이라고 한다. 운명이라면 어찌됐든 만나게 돼 있다. 아마도 류광지 회장과 (주)금양과의 만남도 운명으로 설명 할 수 있겠다.
금양은 1955년 지금의 동래 메가마트 맞은편 금양해바라기 아파트 자리에서 사카린을 생산하는 업체로 시작했다. 그후 발포제 생산을 거쳐 지금은 수소연료전지와 2차전지로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류광지 회장이 큰 관심을 두는 분야는 수소연료전지 분야다.
류 회장은 고려대 법대를 졸업 후 당시 대림그룹에 입사해 자회사인 서울증권에서 근무했다.
서울증권에서 근무하던 중 지인이 어려움에 처한 금양을 좀 도와 줄 것을 권유했고 그는 1998년 과장 직급으로 금양에 발을 디디게 된다.
그때 그는 금양에서 한 3년 정도만 근무하고 나갈 생각이었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중소 기업에서 근무하니 근무 여건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러나, 일단 일을 맡으면 대충대충 하지 못하는 성격에 열심히 일했고 그러다 보니 자신에게 의외로 제조업 DNA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증권에 있으면서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제조업도 물론 스트레스가 있지만 인간적인 면이 있죠. 그리고 우리 물건을 세계 곳곳에 판다는 사실이 가슴을 뛰게 했습니다."
그래서 제조업도 재미있다 생각하고 꿈을 키우고 있는데 사업다각화의 하나로 추진했던 회사의 투자가 실패하면서 회사가 어려워졌고 당시 회사를 맡았던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사표를 내고 물러나는 일이 생기게 된다.
그때 금양의 중국 공장에서 책임자로 있던 류 회장(당시 상무급)은 한국에 돌아와 졸지에 회사 경영을 맡게 된다. 2001년 11월의 일이다.
이후 그는 남아있는 직원들과 힘을 합쳐 회사를 다시 살리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상당수 직원이 회사를 떠나야 했고 그 와중에 노조와 신뢰 관계도 형성해야 했다. 이를 위해 수시로 회사의 재무 상태를 설명하면서 소통했다.
"떠나는 직원을 보며 마음이 정말 아팠습니다.그래서 거의 매일이다시피 새벽에 직원 식당에 나와서 회사 상태를 설명하곤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소통이 정말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회사를 운영해 갈 자본이 필요했다.
2003년 7월 그는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감자와 증자를 통해 당시로서는 단비와 같은 금액인 13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증권사에 근무했던 경험과 인맥이 큰 도움이 됐다.
"투자금을 유치하겠다고 했을 때 직원들은 반신반의 했습니다. 회사의 비전과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130억원을 유치했을 때는 믿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심지어 주식시장에서는 '가장납입'이라는 의심도 있었습니다."
투자 유치를 통해 노조와 신뢰 관계가 형성됐고 회사를 반드시 살리겠다는 그의 의지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투자금 유치와 함께 자신 소유의 건물을 팔아 투자금에 보탰다.
또,대표로서 월급을 안 받겠다고 선언하고 임원들과 부장급 간부들의 월급을 삭감하며 회사 살리기에 동참을 호소했다. 대신 일반 직원들의 월급은 삭감하지 않았다.
2003년 투자금 유치 이후 금양은 거의 매해 이익을 냈고 2009년부터 해마다 10% 정도 씩 급여를 인상하고 있다.매년 10%라니!
"직장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급여입니다. 월급을 많이 받아야 일할 맛이 나죠."
실제로 금양의 월급은 대기업 못지않게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신입 사원의 연봉이 5천만원을 웃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넘는 수준이다.
"직원들에게 월급을 많이 주기 위해서는 세계에 팔 수 있는 회사의 신제품이 있어야 합니다. 새로운 판매 방식을 개발하고 전 세계가 원하는 신제품을 개발해 세계 시장을 넓혀가야 합니다."
한 마디로 머무르지 말고 계속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양 본사/(주)금양 제공그래서 그는 요즘 수소연료전지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발포제 시장에서는 이미 세계 1위 기업이 됐고 나이키에 친환경발포제를 납품하고 있지만 발포제 시장의 규모가 한정돼 있어 새로운 먹을거리로 수소연료전지에 주목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에너지 효율은 높은 반면, 소음이 없고 온실가스 발생이 적은 친환경 미래에너지원으로 각광 받고 있다.
금영은 현재 부산 사상구 본사 부지에 지하2층,지상10층,연건평 13,000 제곱미터 규모의 수소 관련 기업 클러스트를 위한 집적단지를 건축하고 있다. 집적단지에는 각종 장비를 갖추고 입주 기업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해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수소연료전지 표준화를 선점하고 세계 시장을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특히,수소연료전지는 선박이나 드론에 유효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박은 파도의 저항,드론은 무게 때문에 2차 전지로는 부족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수소연료전지가 중요합니다. 선박,드론,수소연료를 연결하는 기술 집약이 필요한 것이죠. 궁극적으로는 친환경 선박,친환경 드론의 생산까지 가자는 거죠"
그래서 그는 최근 한국해양대학교와 손잡고 수소연료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해양대학교에는 기술개발을 위한 대학발전기금 2억5천만원을 출연하기도 했다.
수소 관련 집적단지에서 성장한 기업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되는 날을 기대하고도 있다.
"금양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기업이 되려면 세계적인 item이 있어야 합니다. 수소연료전지가 그런 item이 될 것입니다"
이같은 도전 정신을 인정 받아 그는 최근에 동명대학교가 제정한 '동명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산화 리튬 가공 설비/(주)금양 제공이와 함께 2차전지 역시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다. 특히, 2020년에는 차세대 하이 니켈 2차전지인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계 양극재 필수 핵심소재인 '수산화 리튬'을 가공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금양은 2차전지인 '원통형 배터리 2170'을 생산하고 있다.국내에서는 삼성 ,LG ,금양 단 3곳만 생산할 수 있는 품목이다.
여기에는 금양이 특화돼 있는 발포제 생산에 사용되는 분체기술 (미세한 입자를 균질하게 가공하는 기술)이 원용된다.
전기차와 각종 전동공구에 배터리로 사용되는 2차전지는 시장 규모도 점점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앞으로는 수소연료전지와 2차전지가 금양의 주력이 되고 금양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끌어올릴 제품이 될 전망이다.
"山不在高 有仙卽名(산이 높다고 해서 산이 아니고 신선이 살아야 이름 그대로 산이다)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기업이 덩치만 크다고 해서 다가 아닙니다. 세계적 품질의 제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세계적인 제품을 보유하기 위한 그의 도전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