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에 사라지는 지역대학…지역 경쟁력 덩달아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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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에 사라지는 지역대학…지역 경쟁력 덩달아 '뚝'

편집자 주

국가와 도시의 존립을 위협하는 '인구절벽'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명대로 이미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부산지역은 계속되는 인구 유출과 저출산, 초고령화로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부산CBS는 '지방 소멸'과 같은 도시 존립의 위기까지 초래하는 저출산 문제가 더이상 해결을 미룰 수 없는 골든타임 안에 있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그 해법을 찾아보는 연중 기획을 시작한다. 네 번째 순서로 학생 수 감소로 위기에 처한 지역대학의 현실과, 이에 따라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점을 들여다봤다.

[부산CBS 2022 연중 캠페인 '초저출산 부산, 미래가 사라진다' ④]
부산 사립대 저출산 영향에 "붕괴 위기" 호소
학과 통폐합 등 위기 징후…수입 대부분 학생 등록금에 의존
그나마 남은 학생도 수도권으로 진학해 '지역 소외·양극화 심화' 우려
전문가들 "거시적 저출산 정책에 더해,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야"

▶ 글 싣는 순서
① "신생아 수 10년 만에 절반 감소" 브레이크 없는 부산 저출산
② "임신해도 낳을 곳 없다" 부산 산부인과 75% 분만실 '0'
③ "학교가 사라진다" 학령인구 감소에 통폐합 가속화 전망
④ 저출산에 사라지는 지역대학…지역 경쟁력 덩달아 '뚝'
(계속)

2021년 11월 29일 전국대학노조 부산경남지역본부가 부산시청 앞에서 지역대학 소멸을 막을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2021년 11월 29일 전국대학노조 부산경남지역본부가 부산시청 앞에서 지역대학 소멸을 막을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지난해 11월 29일 부산·경남지역 사립대 직원들은 거리로 나와 "지역대학 소멸을 멈춰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수십 년간 저출산 추세가 이어지면서 학령인구가 큰 폭으로 준 데다, 남은 학생들도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 몰려가면서 지역대학 붕괴는 현실이 됐다"며 "대학 미달 인원이 2021년 4만 명 발생했고, 2024년에는 10만 명으로 예상되는데 거의 모두 지역대학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길어진 저출산 추세의 영향으로 학교를 다닐 연령인 사람, 즉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지역대학은 존폐 위기에 놓였다. 지역 사립대는 주요 재정을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탓에 학생 수가 줄면 줄수록 재정난에 빠질 위험이 커지는 구조다.
 
부산지역 대학에서는 이미 위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신라대는 2022학년도 신입생 정원을 15%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신입생 충원율이 70%에 미치지 못하는 학과·학부를 통폐합하고, 통폐합이 어려운 창조공연예술학부 음악·미술 전공은 폐과를 결정했다. 폐과 대상이 된 학과의 학생과 교수 등은 집회를 이어가며 격렬히 반발했지만, 학교의 결정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지난해 3월 신라대 창조공연예술학부 학생들이 학교 당국의 폐과 방침에 반발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박진홍 기자지난해 3월 신라대 창조공연예술학부 학생들이 학교 당국의 폐과 방침에 반발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박진홍 기자당시 신라대는 저출산에 따른 학생 수 감소로 구조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신라대 관계자는 "그동안 대학은 많이 생긴 데 반해 출산율은 더 줄어드는, 출산율과 대학정원의 '미스매치'를 국가가 방치한 결과"라며 "정원감축이나 학과 구조조정은 신라대뿐만 아니라 전국 지역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 수 감소 문제는 특정 학과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지역대학의 어려움으로 우수 인재를 공급받아야 하는 지역기업의 사활 문제부터 지역 소상공인을 비롯한 경제적 문제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지역에서는 저출산에 따른 학생 수 감소로 지역대학이 위기에 빠지면, 지역 소외와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거라는 '악순환'에 대한 우려가 팽배한 실정이다. 
 
전국대학노조 박넝쿨 부산경남지역본부장은 "비교적 성적이 좋고 소득수준이 높은 학생일수록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하는 경향이 있는데, 바꿔말하면 지역에서는 우수 인재를 배출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의미"라며 "대학에서 인재를 공급받는 지역기업들은 똑똑한 사원을 찾으려면 수도권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기업도 지역에서 업체를 운영할 이유가 사라지고, 청년도 기업이 있는 수도권으로 가게 된다"며 "수도권은 배가 터지고, 지역은 굶는 현상이 지속하면 지역을 넘어 나라 전체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동아대 기업재난관리학과 이동규 교수의 '인구변동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를 통한 미래전망 : 지방대학 분야' 연구는 이 같은 양극화 우려를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준다. 
 
2046년 추정 대학 생존율. 그래픽=박진홍 기자2046년 추정 대학 생존율. 그래픽=박진홍 기자연구에 따르면, 출산율이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되면 25년 뒤인 오는 2046년 부산지역 대학 생존율은 30.4%로 전망된다. 즉 부산 대학 23곳 중 16곳이 문을 닫아 단 7곳만 살아남는다는 뜻이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대학 생존율이 70% 이상인 곳은 서울(81.5%), 세종(75.0%), 인천(70%) 등 3곳뿐이다. 생존율 하위권은 경남(21.7%), 울산(20%), 전남(19%) 등 주로 수도권에서 거리가 먼 지역이 차지했다.
 
이 교수는 심각한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가 수도권 대학 진학, 취업으로 이어져 수도권과 지역 간 교육 격차가 발생하고, 이에 따른 부의 양극화도 심화해 새로운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역대학 지원이나 권역별 특성화 사업 등에 더해, 사태의 근본 원인인 저출산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라대 복지상담학부 전영주 교수는 "서울에 일자리뿐만 아니라 각종 문화시설, 편리한 교통 등 젊은 층이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매력적인 요인이 모두 몰려 있는 상황에서 '부산에서 가족을 이루고 살아라'고 설득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며 "부동산·일자리·보육·근로시간 문제 등 저출산을 불러온 요인은 모두가 이미 알고 있고, 이는 거시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거시적인 정책에 더해, 지역을 젊은 층이 소소하고 행복하게 가정을 꾸리며 살아갈 수 있는 안전한 공동체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며 "자본이 몰리는 곳에 문화시설이 생기고 사람도 몰리는 만큼 부산이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해 시민들이 질 높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도시로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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