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등굣길" 부산 구평초, 학교 신설 요구 빗발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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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등굣길" 부산 구평초, 학교 신설 요구 빗발쳐

핵심요약

대형차 통행 빈번한 초등학생 등하굣길에 학부모 "불안"
차량 전복·적재물 쏟아짐 사고 잦아…"스쿨버스 타도 위험"
학부모·인근 주민 학교 신설 수년째 요구
아파트 인근 학교용지 있지만…시 교육청 "학생 수 기준 미달"

부산 사하구 구평초등학교 학생들이 스쿨버스를 타기 위해 줄 지어 서있다. 구평초학부모회 제공부산 사하구 구평초등학교 학생들이 스쿨버스를 타기 위해 줄 지어 서있다. 구평초학부모회 제공부산 사하구 구평초등학교 학부모와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불안한 통학 환경을 이유로 초등학교 신설을 수년째 요구하고 있지만, 교육청은 신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스쿨버스가 다니는 길에서는 물건을 잔뜩 실은 큰 차들이 전복되거나 적재물이 쏟아지기도 하는데… 사고라는 게 예정된 게 아니잖아요?"
 
부산 사하구 구평초등학교에 다니는 1학년, 5학년 두 딸을 둔 정혜진 구평초 학부모회장은 등하굣길에 혹시나 사고가 나진 않을지 걱정하는 게 일상이다.
 
정 회장 자녀들은 매일 아침 7시 45분 아파트를 출발하는 스쿨버스 첫차를 타고 등교한다. 새벽부터 등교를 준비해야 해 부모와 자녀 모두 피곤하지만, 안전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
 
정 회장이 사는 2000여 세대 규모 아파트에서 구평초로 등교하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대부분 스쿨버스를 이용한다. 등하굣길이 걸어서 다닐 수 없을 만큼 위험천만하기 때문이다.
 
등교시간 스쿨버스에서 하차하는 구평초 학생들. 학교에 별도 하차장이 없어 인근 버스 정류장에서 하차해 걸어 올라간다. 구평초학부모회 제공등교시간 스쿨버스에서 하차하는 구평초 학생들. 학교에 별도 하차장이 없어 인근 버스 정류장에서 하차해 걸어 올라간다. 구평초학부모회 제공부산 사하구 구평초등학교 앞 삼거리는 평소 트레일러나 덤프트럭 등 대형 차량이 쉴새 없이 드나들기로 일대에서 유명하다.
 
이 도로는 부산항대교와 을숙도대교를 잇는 구간으로, 인근 공단을 오가는 차량은 반드시 이곳을 지나야 한다. 도로 바로 옆에는 대규모 제철공장이 있어 각종 자재를 나르는 대형 차량 출입도 빈번하다.
 
구평초 스쿨버스 내에서 바라본 통학로 도로 모습. 구평초학부모회 제공구평초 스쿨버스 내에서 바라본 통학로 도로 모습. 구평초학부모회 제공게다가 수년째 진행 중인 도로 공사의 영향으로 바닥에는 복공판이 깔려 노면 상태가 썩 좋지 못하고, 차선도 수시로 바뀌어 교통 혼잡이 상당하다.
 
문제는 제철공장 뒤편에 들어선 대단지 아파트에서 구평초로 등교하기 위해선 아이들이 이 길을 지나야 한다는 점이다.
 
정 회장은 "아파트 진입로인 커브 길에서는 트레일러나 버스가 회전하다가 넘어지는 사고가 빈번하고, 매번 경찰차가 와 있거나 지게차가 쏟아진 적재물을 치우고 있다"며 "이 길로 스쿨버스가 다니는데, 만약 학생 수가 지금보다 늘어 배차시간이 줄어들면 사고 확률은 더 커진다"고 우려했다.
 
구평초 스쿨버스가 다니는 구간인 구평고개 삼거리에 화물차 적재물이 떨어져 경찰이 통제 중인 모습. 구평초학부모회 제공구평초 스쿨버스가 다니는 구간인 구평고개 삼거리에 화물차 적재물이 떨어져 경찰이 통제 중인 모습. 구평초학부모회 제공학부모가 아닌 주민들도 학생들의 등하굣길이 매우 위험하다고 입을 모았다.
 
인근 아파트 주민 A(60대)씨는 "초등학교로 가는 길에는 레미콘이나 철을 가득 실은 대형 화물차가 수시로 다니는데, 학생들이 탄 통학버스가 뒤섞여 다니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길이 회전구간이라 화물차 전복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편"이라며 "혹시나 차가 넘어져 통학버스를 덮치지는 않을지 볼 때마다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스쿨버스가 다니는 길에 화물차 전복 사고가 난 모습. 구평초학부모회 제공스쿨버스가 다니는 길에 화물차 전복 사고가 난 모습. 구평초학부모회 제공이에 주민들은 수년 전부터 아파트 단지 인근에 초등학교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현재 e편한세상사하 1·2차 아파트 등에서 스쿨버스를 이용해 구평초로 등교하는 학생은 372명으로, 구평초 전체 학생 수의 62%에 달한다.
 
아파트와 구평초를 오가는 스쿨버스는 무려 5대로, 버스가 등·하교 시간대 각각 13차례 왕복할 정도다.
 
주민들은 아파트 인근에 LH 소유 학교용지도 마련돼 있는 만큼, 학생 안전을 위해 이곳에 초등학교를 신설해야 한다며 부산시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학부모의 우려를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학교 신설은 교육부 심사기준에 해당이 안 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앞서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2015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에 학교 신설 계획안을 올렸지만 모두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신설을 위해서는 학생 수가 최소 28명인 학급을 36학급 유지할 수 있는 정도여야 하는데, 이 기준을 만족하려면 지금보다 3~4000세대는 더 전입해야 한다"며 "일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계획도 없어 현재로서는 신설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아파트 입주로 늘어난 학생은 구평초 증축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다만 통학로에 공장이 있고 차량이 많이 다니는 문제는 충분히 공감하며, 통학 차량 5대를 이용해 등하교를 시키는 데 더해 지자체와도 계속 협의해 안전확보에 힘 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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