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이 만난 사람> 정한식 우성종합건설 회장

<노컷이 만난 사람> 정한식 우성종합건설 회장

부산 유일 KPGA 투어 메인스폰서
실패에 실패 거듭하며 사업 일궈
돈은 필요한 곳에 쓰여져야 한다
타인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것이 나를 지키는 것

우성종합건설 사옥/우성종합건설 제공우성종합건설 사옥/우성종합건설 제공KPGA(한국프로골프)코리안투어 가운데 부산의 기업이 메인스폰서로 나서는 유일한 경기가 있다.
부산의 중견 건설업체인 우성종합건설이 후원하는 'KPGA부산 오픈'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대회가 올해까지 3회째 이어지는 데에는 우성종합건설의 정한식 회장이 있다. 10억 원 정도의 큰 경비가 소요되는 대회이지만 KPGA부산오픈은 사실,우연한 기회에 만들어졌다.
 
정한식 회장의 말이다.
 
"2017년 쯤입니다.가을이었는데 프로골퍼 A씨와 라운딩을 할 기회가 있었고 라운딩이 끝난 후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는데 그가 무릎을 꿇고 식사를 하는거예요 .왜 그러냐고 했더니 허리가 아파서 무릎을 펴는 것 보다 꿇는게 더 편하다는 겁니다.그래서 병원에 가보라고 했더니 갈 시간이 없어 못 간다는 거예요"
 
인터뷰 중인 정한식 회장/정민기 기자인터뷰 중인 정한식 회장/정민기 기자그 일 후 정 회장은 프로골퍼 A씨가 병원에 못 간 이유가 남자 프로 골프의 경우 열리는 경기가 많지않고 상금 액수도 적어 한번 경기를 놓치게 되면 생계에 지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정 회장은 2018년 4명의 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우성종합건설 프로골프단'을 창단하게 된다.
 
그런데 골프단을 창립하자마자 코리안 투어에서 중위권 정도를 유지하던 소속 선수들이 첫 해부터 한국오픈 등 주요 대회의 우승 2회를 비롯해 상당수 대회에서 톱10에 드는 기록을 세운다.
 
골프단은 창단 첫 해부터 그야말로 황금기를 시작한 셈이다. 그동안 투어경비도 제대로 마련하기 힘들었던 선수들이 소속 팀이 생기면서 운동에만 전념하게 되고 그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2018년 6월 소속 선수인 최민철은 국내 최대 경기라 할 수 있는 한국오픈에서 우승한다.
 
당시 정 회장은 모친의 상을 당해 경기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지만 소속 선수가 우승을 했다고 누군가 알려주면서 모친 상가에서 우승 소식을 접했다.
 
"최 선수는 우승 직후 얼굴도 닦지 않고 우승 트로피를 들고 어머니 빈소에 찾아왔습니다.생애 첫 우승이었던 만큼 최 선수가 빈소에서 많이 울더군요. 아마도,돌아가신 어머님이 최 선수를 도와 우승을 하게 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 회장은 그 때를 회상하며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나는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지금은 연 매출 1천5백억 원대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사실, 정 회장은 사업에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며 한때는 너무 힘들어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대학 졸업 후 1987년 광고·분양 대행 업체를 시작했다. 하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10년간 일궈 온 사업의 모든 터전이 일시에 날아가 버렸다.
 
공무원이었던 부친의 퇴직금과 집까지, 속된 말로 '탈탈' 털어 먹어버렸다.
 
"거의 모든 대금을 어음으로 받아 일을 했는데 IMF가 터지면서 연쇄 부도가 나고 결국 제가 받은 어음은 모두 휴지 쪼가리가 된거죠"
 
그때 그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지만 처자식을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다시 재기를 위해 몸부림 쳤다.
 
아파트 분양 대행을 한다지만 신문 방송에 광고를 낼 형편이 안돼 새벽에 아파트 경비원들의 눈을 피해 각 집집 마다 전단지를 붙이고 다니기도 했다.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인 외동딸은 김해에 있는 부모님께 맡기고 재기에 혼신을 기울였다.
 
그 결과 자신의 성실성이 지역 건설업계에 알려지고 차츰 차츰 자신에게 분양 대행을 맡기는 업체가 생겨났다.
 
"2003년 언저리에는 너무 일이 많아 당시 중앙동(부산 중구) 사무실 앞에 있는 병원에서 링거를 꽂고 일을 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사업이 자리를 잡는가 싶었는데, 신이 더 큰 일을 맡기기 위함인지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된 리먼 사태가 터져버린 것이다.그 동안 축적했던 자금이 다 소진됐고 사업은 다시 위기에 빠졌다.
 
"2008년 어느 날 청주에서 아파트 분양 사업 파트너와 얘기를 마치고 부산으로 내려오는 고속버스에서 회사에 전화해 자금 사정을 물었습니다.담당 직원은 내일 월급을 줄 형편이 안된다는 답을 하더군요.그래서 아내에게 돈을 좀 융통해 보라고 부탁하면서 내려 온 기억이 있습니다.참담하더군요"
 
그런데 그는 그날 고속버스를 타고 오면서 고속도로 변에 붙어있는 한 광고판을 보게 된다. 그 광고는 바로 아파트 분양 광고였던 것. 늘 봐왔던 광고였지만 그때 그 광고판은 그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그때 생각했습니다.남의 아파트를 팔아줄 것이 아니고 내가 직접 지어서 내걸 팔아야겠다"
 
그래서 그는 2010년 우성종합건설을 설립하고 이곳 저곳에서 어렵게 마련한 4억여 원으로 기장군 정관 지역 땅을 계약하고 275실 규모의 오피스텔인 '우성스마트 시티'를 분양한다.
 
"그 때는 망하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일했습니다. 돈이 없어서 비오는 날 부산진 시장에서 김해(그때 그는 김해에 있는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로 가는 마지막 버스를 기다리다 보면 비인지 눈물인지 모르는 것이 흘러내리곤 했습니다.고생도 많았고 돈 구하면서 설움도 많이 겪었습니다"
 
2011년에 실시한 분양은 다행히 성공적으로 끝났고 이어지는 아파트 건설과 분양도 성공하면서 사업은 어느 정도 궤도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분양 대행 사업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아파트의 구조와 위치,소비자 선호도 등 건설과 분양에 대한 내공이 쌓였던 것이다.
 
공무원이었던 부친이 써준 옥호.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진다/정민기 기자공무원이었던 부친이 써준 옥호.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진다/정민기 기자다시 골프 얘기로 돌아가자.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골프 대회를 왜 개최하고 골프 선수단을 왜 운영하는지를 물었다.

대회 상금만 5억 원,대회 운영비와 선수단 연봉 등 운영비 ,꿈나무 후원 등의 활동에 20억 원 정도는 족히 소요 될 것 같았다.
 
"돈 자체만 생각하면 굳이 이런 일들을 벌일 이유가 없죠. 하지만 이런 행사를 통해 청소년과 청년 들이 꿈을 가질 수 있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진다면  돈 보다 귀한 걸 얻는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돈도 필요한 곳에 쓰여져야 합니다"

자신에게 있는 1억 원이 다른 이들에게는 10억 원,100억 원이 돼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에도 투어를 개최했다. 코로나 때문에 모든 남자 대회가 취소되고 협회 관계자나 선수들 모두 대회 개최 여부를 두고 마음을 졸일 때였다.

정 회장은 그 때 과감히 2020년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투어로 대회 개최를 밀어붙였다 .결과적으로 그 대회는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혹시나 경기 중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면 어쩌지, 투어가 코로나 확산지로 되면 그 원망을 어떻게 감당할까 등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다른 대회가 대부분 취소됐기 때문에 골프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차원에서라도 투어를 개최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개최해 보니 골프에 대한 갈증이 생각보다 컸던 것 같습니다.시청률은 물론 경기 장면이 담긴 유튜브 조회수가 엄청났죠 "
 
2019년부터는 우성스포츠재단을 만들어 골프 외 육상과 수영,체조 등 기초 종목의 초등학생 선수들을 후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70명을 후원했습니다.1인당 100만 원씩 지원했는데,부모님들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많이 받습니다. 큰 금액이 아닐 수도 있지만 자녀들이 자신이 우수해서 장학금을 받는다며 자신감을 갖고 더 열심히 한다는 거예요"
 
정 회장에게 좌우명 또는 생활 신조를 물었다.돌아온 답은 '남에게 상처 안주기'란다.
 
"사실,제가 사업이 어려울 때 존엄성에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무의식적인 상처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상대방이 의도적으로 무시하며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받는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압니다"
 
그는 타인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것이 나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에게도 당부합니다.칭찬은 못 듣더라도 욕먹을 짓은 하지 말자.사람 냄새 나는 회사를 만들자고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습니다.기왕 시작한 사업이니까… 60이 넘어서 돈이 왜 많이 필요하냐고 그러시겠지만 돈을 많이 벌어서 우리 사회에 더 큰 선한 영향력을 나타내고 싶습니다. 특히,우리 사회 양극화가 얼마나 심해지고 있습니까? 저는 하늘이 저에게 준 선물을 제대로 쓰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온는데 보니 정 회장의 책상에 베스트 셀러였던 '사피엔스'와 '정의란 무엇인가?'가 놓여 있었다.
 
우성종합건설이 정 회장의 바람대로 사람 냄새 나는 회사로 승승장구하길,그래서 우리 사회에 더 큰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길 기대해 본다. 그런데, 골프대회까지 개최하는 그의 골프 실력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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