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현도 부산울산중소기업회장 "우리 중소기업, 지원금과 대출로 버티고 있습니다"

허현도 부산울산중소기업회장 "우리 중소기업, 지원금과 대출로 버티고 있습니다"

부산 중소기업은 전체 사업체수 99.9%, 고용 92.9% 차지하는 지역 경제의 근간
주 52시간제, 코로나 종식 때까지 계도기간 필요해
중대재해처벌법, 상당한 혼란과 충격 예상돼
중소기업 체질 강화 위해선 '신경제 3불' 해소 절실, 경쟁력 강화위한 정부와 지자체 지원도 필요

■ 방송 : 부산CBS <모두의 인터뷰> FM 102.9 (12:05~12:30)
■ 진행 : 국재일 아나운서
■ 대담 : 허현도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중소기업회장

허현도 부산울산중소기업회장. 부산CBS허현도 부산울산중소기업회장. 부산CBS
 우리나라에 중소기업이 몇 개 있을까요? 그리고 그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중소기업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660만개가 넘는 중소기업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 중 99%가 중소기업이고, 전체 근로자 가운대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 비율은 83%에 달합니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을 움직히는 힘, 중소기업에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 같은데요. 그런데, 요즘 코로나19로 중소기업도 참 많이 힘들죠. 4차 산업 혁명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기술과 시장이 빠르게 변하면서 중소기업은 위기에 직면하고 있고, 수도권 일극주의와 사회·경제적 인프라가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방은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중소기업중앙회 허현도 부산울산중소기업회장을 자리에 모셨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중소기업 상황은 어떤지,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어떤 지원과 정책이 필요한지 이야기를 좀 나눠보겠습니다.
 
◇ 국재일> 먼저, 중소기업중앙회는 어떤 단체인지?
 
◆ 허현도> 1962년 설립된 중소기업중앙회는 대한상의, 한국무역협회, 전경련과 함께 경제 4단체 중 하나로, 약 6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663만 중소기업의 권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부산울산지역본부는 1979년 2일에 설립돼 운영 중이다.
 
우리 지역본부는 지역에서 중소기업중앙회의 위상을 높이고 중소기업이 부산경제 속에 우뚝 설 수 있도록 업계의 힘을 결집하는 민간 경제단체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정확히 파악해, 도움이 될 만한 법이나 규정 등을 관련 기관에 건의하며 반영시키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 2030 부산엑스포 유치 등 지역 현안사업에도 다른 경제단체들과 함께 목소리를 높여 지역발전에 제 역할을 다하도록 하겠다.
 
◇ 국재일> 회장으로 취임한지 석달이 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동안 어떤 활동을 폈는지?
 
◆ 허현도> 지난 6월 부산시장과 중소기업중앙회장을 초청해 정책간담회를 열고 지역 중소기업들의 애로사항을 건의하고 해소하는데 주력했다. 7월에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중소기업 의견조사를 비롯해 여러 정책조사를 통해 중소기업의 어려움과 요구사항을 알리는 등 중소기업의 경영여건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

◇ 국재일> 본인도 직접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중소기업 경영인으로서 느끼는 요즘 상황은?
 
◆ 허현도>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 등도 직접 겪었지만, 지금 현재 코로나19 상황이 제일 힘든 것 같다. 다만 주변의 중소기업인들 모두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도 잘 버티고 있는 만큼,  우리 회사 또한 잘 이겨내려고 힘쓰고 있다.

우리 회사는 2005년에 설립해 풍력발전기에 들어가는 풍력발전부품 중 하나인 대형 타워프랜지(flange)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당초 육상 풍력부품 제작에 주력해 왔으나 2016년에 대형 해상풍력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새롭게 완공해 현재 가동 중에 있다. 최근 신재생에너지 수요 확대로 풍력발전 기술이 급속도로 향상하고 있다. 특히, 기존 육상풍력에서 전기 발전 용량이 큰 해상풍력이 대세가 되면서 설비 사이즈도 점차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앞서 말했던 것처럼 코로나19로 인해 2005년 창업 이후로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인 것 같다.
 
◇ 국재일> "창업 이후 최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는데,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주로 어떤 것이 있나?
 
◆ 허현도> 백신 보급이 시작돼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크고 수출량이 늘어나는 등 경기회복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일부 업종·기업에 한정된 것으로 느낀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발표한 부산·울산 7월 경기전망지수는 76.7로 올해 1월 이후 상승하는 듯 하다가 5개월 만에 다시 하락했다. 그 원인은 원자재 가격 급등과 운송운임 상승 등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다수 중소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오히려 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최근 4차 유행 초입에 들어가면서 곧 좋아질 것 같던 경기회복이 당장은 힘들어 보이는 상황으로 뒷걸음질 쳤다. 아직도 중소기업과 영세 소상공인들은 각종 지원금과 대출 연장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 지원군이 절실히 필요하다.
 
◇ 국재일> 코로나19로 인해 오히려 호황을 맞고 있는 업종이나 기업도 있지 않나?
 
◆ 허현도> 진단키트나 택배증가로 인한 골판지 제조, 반도체 부품 제조, 온라인 언택트 업종 등과 관련된 기업이 코로나 수혜를 입고 있기는 하지만, 지역 중소기업 가운데에서는 극히 일부에 그치는 사례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위축과 더불어 주52시간제 도입,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등으로 사업 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 국재일>현재 지역 중소기업이 직면한 최대 과제는 무엇인지?
 
◆ 허현도> 가장 먼저 중대재해처벌법과 주52시간제 등 중소기업과 관련된 규제를 이야기하고 싶다. 중소기업계에서도 생명과 안전, 산재사고 예방의 중요성은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지금의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 경영 의욕을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는게 우리 업계의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산업안전보건법과 형법을 적용하고 있고, 처벌과 규제 수위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재사고를 무조건 사업주 책임으로 전제하는 문제가 있다. 산업 특성을 고려한 세부 실천과제들이 현장에서 작동 가능하도록 처벌보다는 예방중심의 제도보완이 필요하다.
 
◇ 국재일> 처벌보다는 예방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건가?
 
◆ 허현도> 그렇다. 더불어 주52시간제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해 11월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계도기간 종료를 발표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50인 이상 중소기업 500곳의 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로 인해 중소기업의 39%는 아직까지 도입 준비를 채 마치지 못한 상태고, 주52시간을 초과해 근로하는 업체의 경우 83.9%가 준비를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 국재일> 중소기업 거의 대부분 주52시간제에 대한  준비가 안됐다는 말인가?
 
◆ 허현도>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6월 뿌리‧조선업체 207개사를 설문조사했더니 인력난이 심한 뿌리·조선업은 44%나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답했다.  27.5%는 7월 이후에도 주52시간제 준수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준비하지 못한 이유는 구인난이 42.9%를 차지했고, 54.6%가 계도기간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최소한 불가피한 업종은 코로나 종식 때까지 계도기간 부여가 꼭 필요한 상황이다.
 
◇ 국재일> 앞서 주52시간제를 시행한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어떤가?
 
◆ 허현도> 인력난이 심한 뿌리산업은 원래 2교대로 인력을 운용하는데, 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3교대로 바꿔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신규 채용을 통해 생산인력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데, 인력 구하기가 쉽지 않다. (3D업종인 탓에) 청장년층의 취업 기피로 채용이 어렵고, 그나마 부족한 인력을 대체해 주던 외국인 노동자 마저 코로나19로 입국이 제한돼 현재로서는 인력충원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대다수 중소기업은 사실상 추가 인건비를 감당할 여력이 없는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설비투자가 불가피하지만 투자 여력 역시 부족하다. 2018년 국회 예산청책처 분석에 의하면 주52시간제 시행으로 근로자 급여 또한 약 12% 정도 감소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특근 수당이 많은 조선업계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업계 평균임금이 1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 다수의 근로자들이 소득보전을 위해 투잡을 뛰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라는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사례다.
 
◇ 국재일> 중소기업들이 만약 주52시간제를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 허현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의 벌금이 처하는 것으로 돼 있다.
 
◇ 국재일> 이번에는 '중대재해처벌법'도 얘기해 보자. 오랜 진통 끝에 통과된 건데, 내년 1월부터 시행하는 것을 두고 지역 중소기업들의 반응은 어떤가?
 
◆ 허현도> 지난 6월 부산 중소기업 20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응답자의 84.1%가 경영에 부담된다고 했고, 88.6%가 이제 막 준비를 하고 있거나 아예 준비하지 못했다고 한다.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는데 대해서도 81.5%가 '처벌수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 시 사업주 의무를 최소화하고, 근로자 과실이 명백한 경우와 같이 의무사항을 준수했는 데도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면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산재 예방이 제도 도입의 목적인 만큼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안전설비 투자를 지원하고 매뉴얼을 보급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줬으면 한다.
 
◇ 국재일>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특히 더 어려울 것 같은데…
 
◆ 허현도> 우리 경제는 0.3%의 대기업이 전체 매출의 47.3%와 전체 영업이익의 57.2%를 가져가는 구조다. 대·중소기업 양극화가 지속되면서 중소기업은 생산성 하락과, 임금 지급 여력 악화, 투자 부진이라는 합병증을 앓고 있다. 나는 중소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강화를 위해 '신경제 3불'의 해소를 강조하고 싶다.

신경제 3불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납품단가 거래의 불공정, 온라인 유통에서 플랫폼 업체와 입점업체 간 불균형, 최저가 입찰에 따른 조달 시장의 불합리를 이른다. 원-하청 거래 구조에서는 제조 원가가 올라도 납품 단가에 반영하기 어렵고, 온라인 유통시장은 플랫폼 사업자의 과도한 수수료 산정 등을 규제할 제도가 없다. 조달시장에서도 최저가 유도 관행 때문에 납품 기업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중소기업에 불공정한 수익배분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코로나19 이후에도 중소기업이 튼튼히 성장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연구 개발 지원 등 장기적인 관점의 중소기업 육성책 수립도 필요하다. 지원 정책이 있어도 중소기업이 몰라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일이 없도록 중앙회가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 국재일> 지난 12일 새로운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9,160원으로 지금보다 5% 가량 올랐는데, 중소기업의 입장은?
 
◆ 허현도> 중소기업 현장은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도 경영난 극복과 일자리 유지를 위하여 최선을 다해왔지만, 장기간 계속된 위기경영으로 기초체력이 바닥났다. 최근 델타변이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우리 중소기업계는 최소한 동결수준을 간곡히 호소했다. 이번에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현장의 충격은 불가피하다. 특히 지불여력이 없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현재 수준에서도 감당하기 벅찬 상황인 만큼, 과도한 인건비 부담으로 폐업에 이르고 이는 취약계층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 국재일> 정부나 부산시에 요구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 허현도> 지난 9일 발표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은 중소기업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 상당한 혼란과 충격이 예상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상의 의무주체가 여전히 모호하고, 의무사항 역시 적정, 충실 등의 추상적 표현으로 분명하지 않다. 중대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무주체, 의무사항, 의무이행시 면책 등을 명확하게 예측 가능하도록 시행령에 규정해야 한다.

계속되는 코로나 충격과 과도한 최저임금 등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형편이 어려운 중소기업에 안전보건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정부의 재정지원도 필요하다. 기초지자체에는 '중소기업 협동조합 육성 조례'를 조속히 제정해 줄 것을 요청하고 싶다. 이 조례는 경제적 약자인 중소기업이 뭉쳐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영지원과 판로확대, 공동 사업을 벌일 때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것이다. 부산시는 2019년 이 조례를 제정했지만, 현재 기초지자체 중에서는 동구와 중구만 제정한 상태다. 중소기업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협동조합의 활성화를 위해 기초지자체의 적극적인 관심을 요청한다.
 
◇ 국재일> 끝으로 부산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허현도> 코로나19로 우리 중소기업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차원이 다른 '위기'에 직면해 있다. 공장이 멈추고, 기업이 쓰러지며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가 극복해왔던 위기 역시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위기였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일으켰던 한강의 기적,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견뎌냈던 IMF 외환위기, 지금까지 세계 모범사례로 남아있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선제적 극복 등 수많은 위기를 누구보다 훌륭하게 극복해온 경험과 저력을 가지고 있기에 코로나 사태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은 위기를 기회로 바꿔나가는 힘이 있다. 시민들도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각자의 역할을 다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산 중소기업은 부산 전체 사업체 수의 99.9%, 고용의 92.9%를 차지하는 지역 경제의 근간이다. 부산시민 스스로, 그리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바로 중소기업인이고 소상공인들이다. 여러분의 이웃이라는 생각으로 부산 경제를 이끌어가는 지역 중소기업을 위해 따듯한 관심과 격려를 부탁한다. 우리 중소기업인들도 당면한 위기 극복과 코로나 이후를 대비해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자 최선을 다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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