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개항 사상 처음으로 국제선 항공편 0편을 기록한 부산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대합실. (사진=박진홍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24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을 오가는 국제선 항공편이 개항 이래 처음으로 단 한 편도 남지 않았다.
이날 오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운항 항공편을 표시하는 출·입국장 대합실 전광판이 모두 꺼졌다.
24일 개항 사상 처음으로 국제선 항공편 0편을 기록한 부산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 입구 전광판이 꺼져 있다. (사진=박진홍 기자)
평소라면 탑승 수속을 밟는 이용객들로 붐볐을 출국장에는 항공사 카운터를 찾는 사람도, 이들을 맞이할 직원도 없다.
한국공항공사 직원과 보안요원 몇몇만이 텅 빈 대합실을 오갈 뿐이다.
출국장에 캐리어를 끌고 나타난 한 승객은 "국내선 청사인 줄 알고 잘못 들어왔다"며 황급히 발길을 돌렸다.
입국장 앞 택시 승강장에는 택시가 단 한 대도 서 있지 않았고, 공항과 시내를 잇는 리무진 버스에도 승객은 보이지 않았다.
13년 차 공항리무진버스 기사 A씨는 "오전에 세 번 운행했는데 승객이 단 두 명밖에 없었다"며 "두 사람에게 기름 45리터를 들인 셈"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코로나19 전에는 하루에 80~100명 정도는 탔었는데, 요즘은 빈 차로 왔다 갔다 한다"며 "택시 승강장에도 택시가 한 대도 없는 모습을 처음 봤는데, 사람이 안 오니까 택시가 있을 리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24일 개항 사상 처음으로 국제선 항공편 0편을 기록한 부산 김해국제공항 국제선청사 앞 택시 승강장이 비어 있다. (사진=박진홍 기자)
공항에 입점한 약국과 서점, 빵집과 음식점 등은 승객 발길이 끊기면서 줄줄이 셔터를 내렸다.
국제선 청사 1층에 문을 연 어묵 가게 종업원 B씨는 "평소 손님이 하루에 100명 정도 왔었는데, 요즘은 10명 오면 진짜 많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도 비행기가 오가는 국내선 상점들은 사람이 조금 있는데, 국제선은 전혀 없다"며 "문을 연 지 4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24일 개항 사상 처음으로 국제선 항공편 0편을 기록한 부산 김해국제공항 국제선청사 내 상점들이 문을 닫았다. (사진=박진홍 기자)
김해국제공항은 이날 1976년 국제선을 개항한 뒤 사상 처음으로 출입국 항공편이 0편을 기록했다.
한국공항공사 부산지역본부에 따르면 현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에 남은 노선은 일본항공 부산~도쿄(월·금 각 1회) 노선과 오로라항공 부산~블라디보스토크(토 1회) 노선이 전부다.
매주 화·수·목·일요일은 운항하는 국제선 비행편이 단 한 편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공항공사 부산본부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우선 이달 말까지 운항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상태"라며 "국제선 항공편이 운항하지 않아도 공항 직원들은 정상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24일 개항 사상 처음으로 국제선 항공편 0편을 기록한 부산 김해국제공항 국제선청사에 입점한 한 음식점에 영업 중단을 알리는 안내판이 서 있다. (사진=박진홍 기자)
이용객 감소로 공항에 입점한 상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국제선 청사 상업시설 46곳 중 11곳이 공항공사에 영업 중단을 통보했고, 문을 연 곳도 시간을 단축해 영업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김해공항점도 지난 22일부터 이달 말까지 임시 휴점에 들어갔다.
사상 초유의 '공항 셧다운(업무정지)' 사태를 바라보는 항공사 속은 타들어 간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김해공항에서 국제선 25개 노선을 운영하던 에어부산은 다음 달 말까지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24일 개항 사상 처음으로 국제선 항공편 0편을 기록한 부산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항공사 카운터가 텅 비어 있다. (사진=박진홍 기자)
또 전체 직원 1천400여명 중 1천명 가량이 유급휴직에 들어가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부산시에 긴급자금지원을 요청해 논의는 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건 없다"며 "위기상황 극복을 위한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