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노동자상 갈등 1년…수난사 언제까지?

부산 노동자상 갈등 1년…수난사 언제까지?

지난해 노동절 앞두고 기습 설치 시도 이후 철거·충돌 반복
1년 동안 오히려 갈등 확산
부산시·시민단체 합의 도출했지만 이행 실패

부산 강제징용노동자상. (사진=송호재 기자)

 

노동절인 1일 부산 강제징용노동자상 설치 문제가 불거진 지 1년을 맞이했지만, 노동자상은 여전히 머물 곳을 찾지 못한 채 수난을 겪고 있다.

부산시와 시민단체가 시민 의견을 수렴해 노동자상 설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합의를 결국 이행하지 못하면서 갈등을 해결할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 부산강제징용노동자상 문제 1년…수난만 반복

지난해 4월 30일 밤 부산 동구 일본 총영사관 앞.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부산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추진특별위원회(추진위)'가 기습적으로 '강제징용노동자상'을 들고 와 설치를 시도했다.

목표 장소인 부산 평화의 소녀상 옆으로 향하던 노동자상은 대기하고 있던 경찰에 의해 가로막혔다.

이후 추진위와 경찰은 격렬하게 충돌했고, 노동절인 다음 날까지 충돌과 대치를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추진위 관계자 20여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기도 했다.

지난해 노동절 부산강제징용노동자상 설치를 시도하는 시민단체와 경찰이 충돌했다. (사진=송호재 기자)

 

결국 경찰에 가로막힌 노동자상은 도로 한복판에 덩그러니 넘겨졌다.

관할인 부산 동구청은 한 달 뒤, 노동자상을 강제로 철거해 부산 남구에 있는 일제강제동원역사관으로 옮겼다.

이에 반발한 시민단체는 두 달 만에 노동자상을 찾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설치 장소를 찾지 못했고, 이후 노동자상은 몇 달 동안 모습을 감췄다.

노동자상은 해가 바뀐 뒤, 지난 3·1절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추진위는 시민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3·1절 100주년 부산시민대회'를 열고 산 동구 정발장군 동상 앞에 노동자상을 임시로 설치했다.

애초 설치하려던 일본 총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옆자리에서 100여m 거리였다.

이후 추진위는 부산 동구청과 합의해 주변 쌈지공원에 노동자상을 설치하기로 하면서 갈등이 해결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노동자상 설치에 난색을 보였던 부산시가 지난달 12일 대집행을 통해 노동자상을 강제로 철거했다.

부산 강제징용노동자상 철거에 반발해 부산시청에서 농성을 벌이는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 (사진=부산CBS)

 

추진위는 부산시가 겉으로는 협상을 제안하면서도, 뒤에서는 아무런 예고 없이 노동자상을 강제로 철거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또 부산시의 노동자상 철거를 '강탈'로 규정하고 부산시청 로비에서 이틀 동안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노동자상은 12일 만에 시민단체 품으로 돌아왔고, 다시 정발장군 동상 앞에 임시로 놓여졌다.

이후 부산시의회 중재로 양측이 대화에 나섰지만 결국 이렇다 할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노동자상 문제는 1년째를 맞이했다.

◇ 노동절 앞두고 대타협 시도했지만 실패…의견 차이만 확인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재하 본부장과 부산시의회 박인영 의장, 오거돈 부산시장은 시민 의견을 수렴해 부산 강제징용노동자상 설치 장소를 정하고 1일까지 설치하기로 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사진=부산CBS)

 

부산시와 추진위는 지난달 17일 부산시의회 중재로 노동자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100인 원탁회의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시민의견을 수렴해 설치 장소를 정한 뒤 노동절인 1일까지 문제를 매듭짓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부산시와 추진위는 원탁회의 구성 비율과 회의에 참석할 위원 선정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원탁회의와 1일 노동자상 건립 합의는 무산됐다.

중재에 나섰던 부산시의회 역시 사실상 합의 이행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를 계속하자고 부산시와 추진위에 대화를 제안했다.

부산시의회 박인영 의장은 "기한 안에 노동자상 설치 장소를 정하고 문제를 해결하자는 합의 이행은 어려워졌다"며 "노동자상 건립을 위해 부산시와 추진위, 시의회가 건립 시기와 시민 의견수렴 방식에 대한 합의를 즉시 재개할 것을 제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부산 동구 정발장군 동상 앞에 임시설치된 부산 강제징용노동자상. (사진=송호재 기자)

 

추진위는 1일 오전 10시 노동자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이 자리에서 추진위는 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부산시를 규탄하며 노동자상을 안전하게 설치하도록 보장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부산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추진특별위원회 김병준 위원장은 "1일 노동자상을 건립하기로 합의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부산시는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애초 부산 동구청과 합의한 내용은 여전히 유효하다. 시는 합의에 따라 노동자상을 안전하게 설치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일제의 잔혹한 수탈 역사를 기억하고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기 위해 만든 강제징용노동자상. 1년 동안 기록된 노동자상의 수난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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