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노회회관 전경. 이강현 기자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 재판국(재판국장 황형찬 목사, 이하 총회 재판국)의 판결을 소속 노회인 부산노회(노회장 이병영 목사)가 임원회 의결로 거부하면서 교단 내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총회재판국과 부산노회 임원회가 맞서면서 자칫 부산노회가 모든 행정 기능이 정지되는 '사고노회'로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총회재판국은 지난 7월 13일, 사건(제110-22호) 판결을 통해 부산노회 재판국장 조현성 목사가 노회장 이병영 목사를 상대로 제기한 청구를 인용했다.
판결에는 ▲제202회기 부산노회의 '박제복 목사 해벌 결의' 무효 확인 ▲부산노회 재판국 판결(사건번호 2025-1221, 정직 2년)의 유효성 확인 ▲박제복 목사의 제202회기 부산노회 목사부노회장 자격 상실 확인 등이 포함됐다.
총회 역시 이에 따라 부산노회에 총대 교체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문제의 발단과 배경은?
부산노회 재판국 기록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핵심인 '박제복 목사 해벌 결의' 무효 확인 소장 접수의 직접적인 발단은 박제복 목사(피고인)가 당시 노회장이던 김덕성 장로(원고)를 상대로 선거 구도를 유리하게 끌고 가고자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명예를 훼손한 데서 시작됐다.
박제복 목사는 2025년 7월 20일, 남부산제일교회 담임목사 취임예배 당시 은퇴목사가 주관한 축복기도를 노회장 김덕성 장로가 목사에게 안수기도를 했다고 왜곡해 지속적으로 유포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어 9월 2일, 서부시찰회 등에서도 김덕성 장로가 총력전도대회 예산을 임의로 사용했다는 등 사실과 다른 내용을 선거 공약처럼 주장하며 SNS와 노회원들에게 전파했다고 한다.
이에 김덕성 장로가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했고, 부산노회 재판국은 증거조사를 거쳐 2026년 2월 13일, 박 목사에게 '정직 2년'의 중징계를 선고했다(사건번호 2025-1221).
다만, 부산노회 일부 노회원들 사이에서는 단순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만으로 '정직 2년'이라는 중징계 처분이 내려진 것은 다소 과한 처사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후 제202회 정기노회에서 박제복 목사의 정직 2년 처분을 해제하는 '해벌 결의'가 통과되자 이에 반발해 '해벌 결의'의 무효를 주장하는 소장이 총회 재판국에 접수됐다.
판결을 앞두고 피고 측(부산노회장 측)은 이의 신청을 통해 재판 보류를 요청했으나 총회 재판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소송이 부산노회장을 상대로 제기된 건인 만큼 피고 측이 심리 기일에 적극 임해야 함에도 두 차례나 불출석한 채 이의 신청만 낸 것은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려는 의도로 본 것이다.
총회재판국 판결문.결국 총회재판국이 법적 절차에 따라 '해벌 결의 무효' 판결을 내렸고, 부산노회 임원회가 이에 불복하면서 지금의 극심한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
총회 판결 거부와 내부 시각
총회재판국의 무효 판결에도 불구하고 부산노회 임원회는 지난 7월 28일, 표결(찬성 5명, 반대 4명)을 통해 총회 재판국 판결을 거부하기로 결의하고, 입장문을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노회 내부에서는 찬반 양론과 함께 성경적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A 노회원은 "당사자인 박제복 목사가 본인과 관련된 표결에 참석한 것은 제척 사유에 해당한다"면서 임원회 결의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
반면, B 노회원은 "총회 재판국 판결문에도 명시되어 있듯 당사자 간 화해 이후 재심을 통해 문제를 풀 수 있는 길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성급한 대응으로 일을 키우기보다 화해와 재심 절차를 통해 구제받는 길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해 당사자인 박제복 목사는 "제가 총회 상고를 정식으로 취하했기 때문에 노회 재판국 판결이 확정되어 총회 재판국은 판결 권한 자체가 없었다"면서 "그럼에도 판결을 내려보낸 것은 불법이다"고 말했다.
또 "노회 재판국 구성과 진행 과정 역시 파행의 연속으로 공천위원장이 4분의 1 교체라는 헌법 규정을 어기고 임의로 5명을 바꿨으며 특정 목적을 위해 경험도 없는 인사를 재판국에 배치했다"면서 "또한 제척 및 기피 사유에 해당하는 노회 임원과 편향된 인사들이 재판에 그대로 참여하는 등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불법 재판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박 목사 측의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박 목사가 취하한 상고는 '노회 재판국의 정직 2년 판결'에 대한 건일 뿐, 노회 재판국장 조현성 목사가 부산노회장 이병영 목사를 상대로 제기한 '무효 등 확인소송'과는 엄연히 별개의 건이라는 지적이다.
즉, 상고 취하와 무관하게 총회 재판국이 해당 소송을 심리하고 판결할 권한이 있다는 해석이다.
또한 노회 재판국원 5명 교체 논란에 대해서도 "당시 국원 중 은퇴한 목사가 있어 이를 제외하고 신규 인원을 추가해야 하는 불가피한 사유가 있었다"면서 "여기에 파스텔 교회 합병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재판국원을 교체한 절차였던 만큼 이를 불법적인 국원 교체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노회 지정 위험과 성경적 화해 촉구
만약, 부산노회가 총회 재판국의 결정을 지속해서 거부할 경우 교단 헌법에 따라 노회의 모든 권한과 임원 직무가 정지되고 수습전권위원회가 파송되는 '사고노회'로 지정될 위험이 생긴다.
사고노회가 되면 정기·임시노회 개최, 목사 임직, 임원 선출 등 노회의 모든 행정 기능이 마비돼 개교회와 성도들에게까지 그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
성경은 갈등 상황 속에서 법과 질서를 지키는 한편, 사랑과 용서로 서로 화해할 것을 가르치고 있다.
교회의 본질을 바로 세우고 복음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부산노회 임원회와 구성원 모두가 감정적 대립을 거두고 교단 헌법의 절차와 성경적 화해의 원칙을 균형 있게 적용해야 한다.
부산노회가 파국을 피하고 은혜롭게 문제를 수습할 수 있을지 부산 교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