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정 과제로 채택한 북극항로 개발에 적극적인 실행 의지를 보이면서 신 항로의 거점이 될 부산지역 해양·항만 기관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인다. 일각에서는 각종 변수에 대응하고 속도감 있게 항로를 개발하려면 구체적인 실행 전략과 해양수산부 기능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온다.
◇ 정부, 북극항로 개척 의지에 부산항만공사 등 준비 '박차'
부산항만공사(BPA). 송호재 기자북극항로 개발에 발맞춰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부산항만공사(BPA)다. BPA는 '북극항로 시대를 주도하는 K-해양강국' 국정 과제에 따라 올해 말까지 '북극항로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부산항 전략'을 수립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북극항로가 상용화할 경우 부산은 거점 항만으로서 전략적 위상과 기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며 물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 몰두하고 있다.
기존의 부산신항과 현재 조성 중인 진해신항을 중심으로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메가 스마트항만'을 목표로 3만 TEU급 초대형 선박이 들어올 수 있는 대형 선석을 마련한다. 특히 진해신항은 대형 선석과 완전 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해 동북아 거점 항만의 큰 축을 담당할 전망이다.
북극항로를 오가는 선박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한 '친환경 벙커링' 인프라 구축도 전략의 핵심이다. BPA는 북극항로를 오가는 선박 대부분이 LNG나 메탄올, 수소 등 탄소 배출이 적은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만큼, 여기에 대비해 2030년까지 신항 남측배후부지에 벙커링 터미널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쇄빙선이나 LNG선 등 특수 선박 수요에 대비해 신항 내 수리조선단지를 활용해 특수선 수리 사업을 육성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쇄빙선 등 특수선이나 인프라 도입에 필요한 선박 금융을 지원하기 위한 '북극항로 개척기금'을 마련했다. '극지운항선박 확보', '거점 항만·배후단지 투자', '친환경 연료공급 인프라 구축' 등 북극항로 정착에 필요한 모든 분야를 지원하는 종합적인 금융 수단으로 운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북극항로 진출 전략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전담 조직을 신설해 관련 연구 과제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2030년까지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북극항로의 활용성과 해양산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또 각종 포럼과 간담회 등을 통해 관계기관과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협업하고 있다.
◇ 항로 개척 속도 내려면 구체적 실행 전략 나와야…해양수산부 역할 강화도 필수
극지연구소가 추진 중인 차세대 쇄빙연구선 조감도. 해양수산부 제공북극항로 개발이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실행 전략이 조속히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부산을 넘어 국가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데다 인프라 개발과 항로 개발·활용, 산업적 파급 효과 등 연구할 분야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이를 아우르는 개발 방향과 계획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한 해양·항만 업계 관계자는 "관련 부처가 모여 TF를 만든다고는 하지만 관련 과제들이 다양하다 보니 아직은 전략이나 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관련 기관이나 업계에서는 현재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과제를 중심으로 개별 계획을 고민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또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가 북극항로를 비롯한 해양·수산 업무 전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조선·플랜트나 해양 외교 등 관련 업무를 통합하고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박재율 상임대표는 "북극항로 개척에는 선박 건조, 안전, 환경, 기후 등 여러 문제가 모두 포함되는데 이 역할과 기능이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다"며 "범정부적인 국정 핵심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역할과 기능을 해양수산부로 일원화해 해양 정책 컨트롤타워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극항로 개발은 이재명 정부의 56번째 국정과제로, 부산항을 거점으로 러시아 북극해역을 지나 유럽으로 가는 1만 5천 ㎞ 길이의 항로를 개척하겠다는 계획이다. 북극항로가 개발되면 부산항은 항로의 남단 거점 항이자 남·북항로를 연계한 동북아 거점 항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