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동부지원. 송호재 기자6명이 숨진 부산 반얀트리 리조트 화재 참사의 주요 책임자들에 대한 첫 공판에서 피고인 측은 화재 원인과 원·하청업체의 책임 등을 두고 향후 법리 다툼을 예고했다. 노동계는 이번 참사가 단순한 사고가 아닌 '예고된 기업 범죄'라며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2부(김병주 부장판사)는 28일 오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시공사 삼정기업과 삼정이앤시 대표와 원·하청업체 현장소장, 하청업체 대표이사, 작업자 등 6명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지난 2월 14일 화재 참사가 발생한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리조트는 당시 공정률이 85~91%에 불과해 사용승인을 받을 수 없었지만, 시공사 경영책임자 2명은 3천억 원대 프로젝트 파이낸생(PF) 대출로 인해 준공일이 늦어질 경우 막대한 손해가 예상되자 감리단 사무실을 찾아가 감리결과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도록 회유·압박한 혐의를 받는다.
또 이들은 소방감리 결과보고서가 미비한 상태에서 사용승인이 이뤄진 점을 비롯해 준공 이후에도 보고를 통해 각종 공사 진행 현황 등을 알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안전 조치 없이 방치하고 오히려 안전관리 인원을 축소해 안전 관리에 공백을 초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원·하청업체 현장소장 역시 공사 현장의 소방설비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고 용접기구 사용으로 인해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는 작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었음에도 안전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하청업체 대표이사는 하도급 계약 내용에 따라 현장 대리인을 공사 현장에 상주시킬 의무가 있음에도 지난해 11월 현장 소장을 타 현장으로 이중 발령하고 지난해 12월 현장 안전 관리자가 퇴사한 이후에도 공석으로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청업체 소속 작업자는 용접 작업을 하면서 불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비산방지조치 등을 취하지 않아 직접적인 화재 원인을 제공하는 등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피고인 측 변호인단은 화재가 발생한 원인과 참사 결과를 두고 원·하청업체의 책임이 다른 점 등에 대해 향후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삼정기업 측 변호인은 "삼정기업의 경영 책임자가 누구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검찰이 주장한 모든 사실관계를 인정하더라도 법리적으로 볼 때 피고인이 회사 운영에 전적인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삼정이앤시 측 변호인은 "소방시설 공사업법 위반 교사 혐의와 관련해서 의문점이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밖에 피고인 측 변호인 사이에서는 "화재 원인이 누설 전류나 담뱃불 등 제3의 원인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고, 만약 해당 건물에 스프링클러 등 방화 설비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화재가 초기에 진화돼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인과관계를 다시 살펴봐야 할 것 같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8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앞에서 '반얀트리 리조트 참사 책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혜민 기자 부산지역 노동단체들은 반얀트리 화재 참사의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비롯해 책임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대재해없는 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는 이날 공판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얀트리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예견된 기업의 범죄"며 "시공사의 안전관리 부재, 행정기관의 무책임한 사용승인, 원청에서 하청으로 책임 떠넘기기 관행이 비극을 만들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시행사와 시공사 대표 등 주요 책임자들은 감리보고 조작 혐의, 노동자 안전 위반 등 중대한 중책에도 불구하고 사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재판부는 책임자인 시공사와 시행사 등 기업의 최고 책임자에게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실질적인 책임을 묻고 중대재해 재발 방지의 전환점이 되도록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월 14일 부산 기장군 반안트리 해운대 부산 리조트 공사장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로 작업자 6명이 숨졌다. 해당 건물은 당시 미완공 상태였지만 허위로 작성된 감리결과보고서 등을 통해 사용승인이 났다. 이 과정에서 인·허가권자인 공무원이 금품을 받는 등 이면에 대규모 인허가 비리가 있었던 사실도 드러나 시공사인 삼정기업과 삼정이앤시 대표 등 8명이 구속 송치되고 36명이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한편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한 두 번째 공판 기일을 다음 달 11일 열기로 했다. 이날 검찰 측이 신청한 삼정기업 관계자 2명이 증인으로 법정에 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