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기태 전 부산 강서구청장이 29일 부산시의회 브리핑실에서 가덕신공항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김해공항 확장 재검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강민정 기자현대건설 포기 후 가덕신공항 표류… "정치 아닌 상식으로 돌아가야"
현대건설이 최근 가덕신공항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하면서 사업 추진이 표류하자, 한 지역 정치인이 "이제라도 김해공항 확장안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입장 표명에 나섰다. 그 주인공은 가덕도와 김해공항이 모두 위치한 강서구청장을 8년간 지낸 노기태 전 부산 강서구청장이다.
노 전 청장은 29일 오전 10시 부산시의회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애초에 김해공항 확장이 입지·안전성·경제성 모든 면에서 우위였음에도, 정치 논리에 따라 가덕도가 결정됐다"며 "진실을 말해야 할 때가 왔다"고 밝혔다.
"저는 2014년부터 2022년까지 강서구청장으로 재임하며, 공항 입지 논의의 중심에서 모든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당시에도 수차례 문제점을 제기했지만, 정치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가덕도는 애초에 공항 입지로서 부적절한 지역이었습니다."
"입지, 안전성, 경제성… 모든 평가에서 김해공항이 앞섰다"
노 전 청장은 2016년 국토교통부가 세계적 공항설계기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의뢰한 용역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가덕신공항 활주로 조감도. 부산시 제공당시 평가점수는 김해공항이 827점으로, 밀양(677점), 가덕도(571점)를 크게 앞섰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너무도 명확했지만, 정치가 상식을 이겼습니다. 사전 타당성 조사조차 없이 특별법으로 밀어붙인 결과가 지금의 혼선이고, 현대건설의 사업 포기도 그 연장선입니다."
그는 특히 가덕도의 입지적 한계를 강하게 지적했다.
"가덕도 대항새바지 일대는 태풍이 자주 지나가는 해역으로, 강풍과 12m 이상의 높은 파도가 반복적으로 발생합니다. 활주로의 3분의 2가 매립지에 위치해 장기적인 지반침하 위험도 큽니다."
일본 간사이 공항 사례를 언급하며 "그곳은 지난 30년간 4m 침하했고, 현재도 연간 6~10cm씩 가라앉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덕도는 그보다 더 취약한 땅입니다. 활주로 기능이 마비되는 날이 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사업비 문제도 심각하다고 봤다.
"기존 계획대로면 공사비만 15조 원 이상, 복수 활주로를 포함하면 28조 원 이상, 환경 보전과 교통망 연계까지 고려하면 30조 원 이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정치권은 활주로 위치를 두고 다투는 혼선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국내선 수요 무너지면, 가덕도는 반쪽짜리 공항"
노기태 전 부산 강서구청장이 29일 부산시의회 브리핑실에서 가덕신공항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김해공항 확장 재검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강민정 기자노 전 구청장은 국내선 이전으로 인한 수요 붕괴도 경고했다.
"가덕도로 국내선을 옮기면 서울과 제주를 오가는 승객 대부분이 KTX나 SRT를 선택하게 됩니다. 김해보다 30~40분 더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는 "부산·창원·양산·울산 승객 입장에선 가덕도가 너무 멀고, 울산 시민은 대구공항을 이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수요가 줄고 항공사가 떠나게 될 것입니다. 공항 운영은 적자에 빠지고, 가덕도는 반쪽짜리 공항이 됩니다."
24시간 공항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심야 항공 수요는 거의 없습니다. 김해공항도 새벽 5시부터 밤 11시까지 충분히 운영할 수 있으며, 미주·유럽 직항이 없는 이유도 활주로가 아니라 승객 수요 부족 때문입니다."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 과학적 판단으로 돌아가야"
노 전 구청장은 기자회견 말미에 "지금이라도 김해공항 확장안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거듭 강조했다.
"김해공항 확장은 리모델링이 아니라 3.2km 활주로를 하나 더 신설해 2본 활주로로 운영하는 대형 국제공항 계획입니다. 입지, 안전성, 접근성 모두에서 김해가 가덕도보다 낫습니다. 더 이상 우왕좌왕하지 말고, 과학과 상식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는 "국토부는 지자체와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흔들리지 말고,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