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개선 시급" 언어발달센터 학대 피해 부모들의 호소

"제도 개선 시급" 언어발달센터 학대 피해 부모들의 호소

6~7세 발달장애 아동 26명 학대…2명 구속 기소
피해 부모들 "정책지원금 투입…감독 등 철저히 해야"
동래구 "센터 전체 영업 정지 못 해…'바우처'만 정지"

부산장애인부모회가 9일 오전 부산 동래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진홍 기자부산장애인부모회가 9일 오전 부산 동래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진홍 기자부산의 한 언어발달센터에서 발생한 아동 학대 사건의 피해 부모들이 관련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부산장애인부모회는 9일 오전 부산 동래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래구 소재 언어발달센터의 비상식적이고 반인권적인 행태를 강력 규탄하며, 유사 기관에 대한 전수조사와 제도 개선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아동학대 사건은 한 개인의 일탈로만 치부할 수 없다. 이는 수년간 방치된 구조적인 무책임과 감독기관의 안일함, 사회 전체의 무관심이 만든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동래구청은 감독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하고, 이 사건의 진상을 전면 조사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며 "유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치료 시설 관리 감독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부산 사설 언어발달센터 아동학대 사건은 지난 5월 수면 위로 드러났다. 센터 언어치료사 2명이 원생 26명을 상대로 상습적인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가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피해자는 주로 6~7세 발달장애 아동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피해자 측이 구체적인 피해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해당 치료사들은 아동들을 상대로 적게는 꼬집기와 밀치기, 심하게는 목 조르기나 입술을 잡고 몸 들어올리기, 흔들 그네를 태워 아이 떨어트리기 등 학대 행위를 가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를 맡은 이승애 변호사는 "어떤 아이는 주 1회 센터를 다녔는데, 12회 치료를 받는 동안 140건의 학대 정황이 CCTV 영상에 담겼다. 치료 시간 40분 동안 4분에 한 번꼴로 학대를 당했다"라며 "가해자들은 부모들이 학대 사실을 모르도록 마지막 수업이 끝나기 전 물티슈로 아이 얼굴부터 닦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여러 아동학대 사건을 다뤘지만, 이번 사건은 변호사가 된 이후 겪는 가장 심한 사건"이라며 "센터 CCTV 보존 기간이 최장 3개월인 점을 고려하면 학대 행위는 더 장기간 이뤄졌고, 피해자도 드러난 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측은 이번 사건 책임자 전원에 대한 형사 처벌과 피해 아동 치료 지원, 유사 기관 전수조사와 함께 관련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 센터는 정부 정책지원금이 투입되는 발달재활서비스 제공 기관인 만큼 지자체 등이 더 적극적으로 관리 감독이나 영업정지 처분, 학대 발생 사실 고지 등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건이 발생한 센터는 지금도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센터 측이 당초 신고한 것보다 훨씬 많은 아동이 학대당한 사실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는데, 피해자 대부분이 발달장애 아동인 만큼 피해 사실을 스스로 부모에게 알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동래구는 이 사건 이후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에 '사회서비스 제공 기관'도 포함시키는 내용의 관련 법 개정을 부산시에서 보건복지부에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신고 의무자가 아동학대 사실을 신고하지 않는 경우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또 장애 아동은 의사 표현이 어려운 만큼, 모든 사회서비스 제공 기관에 CCTV를 설치할 수 있는 근거 법령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아동학대 범죄자에 대한 취업제한 규정도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해당 센터 전체에 대한 영업 정지 처분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동래구 관계자는 "이 센터 '발달재활서비스'에 대한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다음 달 1일부터 11월 15일까지 내렸다"라며 "이번 영업정지는 정부 바우처 제공에 대한 처분이며, 바우처를 이용하지 않는 아동들은 일종의 학원 개념으로 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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