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안나경 기자부산의 한 축구교실 감독이 아동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일삼는 등 학대를 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해당 감독은 '훈육의 일환'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가운데, 이번 사건의 이면에는 언어적 폭력 등을 용인해 온 체육계 관행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부산경찰청과 학부모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부산의 한 축구교실 학부모들이 감독 A(40대·남)씨를 아동복지법 위반(상습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고소장을 제출한 피해자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등 모두 10명으로, 지난해 10월까지 주로 기장군에서 축구 훈련을 받아 왔다.
학부모들은 A씨가 경기장이나 훈련장에서 학생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욕설을 하는 등 아동 학대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부모 사이에서는 A씨가 경기장에서 아동들에게 "XXX야, 귀가 안 들리냐", "배가 불렀다"는 등 욕설이나 막말을 하는가 하면, 경기력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오리걸음을 시키거나 다른 아이를 시켜 서로 때리게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로 A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방에 게시한 글에는 "왜 맞아야 된다는 거 알겠냐", "너는 답이 없다", "사춘기 왔나본데 많이 부려라", "어리석은 것들아" 등 표현이 남아 있었다.
한 학부모는 "아이에게 어느 정도 질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욕설과 인신공격성 말들이 너무 많았다. 한여름에도 물 한 모금 못먹게 하며 계속 운동장을 돌게 했다"며 "자녀도 감독님이 많이 혼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반면 감독 A씨는 자신에게 제기된 아동학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가혹행위를 시킨 적이 없고, 학부모들이 문제 삼은 일부 발언은 '훈육의 일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피해를 주장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저학년이라 직접 가르치지 않았고, 주로 코치가 담당해 지도했다"면서 "다른 아이를 시켜 누군가를 때리게 하거나 오리걸음 등 가혹 행위를 시킨 적도 없다"라고 반박했다.
SNS 게시글에 담긴 표현에 대해선 "우리는 운동부다. 아이들 태도가 좋지 않다면 훈육 차원으로 '너희가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그러면 성공할 수 없다'고 당연히 알려줄 수 있다"며 "요즘 아이들이 태도도 안 좋고 말을 안 듣는 경우가 있어 지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부산경찰청. 송호재 기자 체육계에서 훈련과 학대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특히 직접적인 신체 폭력과 달리 지도자의 언어 폭력은 발언 당시 맥락과 훈련생의 심리적 반응, 지도자의 의도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학대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체육계에서 관행이라는 이유로 도를 넘는 훈육이 고착화된 점이 문제라고 진단한다.
부경대 사회복지학과 허원빈 교수는 "체육계에서 아동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비교적 부족한 상황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단순히 학대냐, 아니냐를 떠나 아동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고 재발을 막는 등 구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부산대 체육교육과 이근모 교수는 "과거에는 체육계 지도자들이 동기부여를 위해 강한 언어를 쓰고 신체 폭력까지 사용해도 용인하는 문화가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아니다"라며 "스포츠도 우리 사회 일부인데 특수 계통이라고 용인될 이유가 없다. 민간 운영 시설에서도 지도자 교육 등이 철저히 이뤄지는 게 현재 추세"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A씨의 정서적·신체적 학대 혐의가 모두 인정된다고 보고 지난달 초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아동학대 혐의가 있어 수사에 착수했고, 수사 진행 결과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검찰에 송치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