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부산 사하구청 앞에서 부산지역 예술인 단체 등이 을숙도문화회관의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 대관 거절 관련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혜린 기자부산 사하구 을숙도문화회관이 노무현재단 주최 음악회 대관을 정치적 행사라는 이유로 거절하자, 지역 공연예술단체들이 "예술계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아리클래식 등 부산지역 예술공연단체와 시민단체는 20일 오전 10시 부산 사하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낡은 이념 논리로 지역 예술인의 공연 기회를 빼앗은 을숙도문화회관 관장과 사하구청장은 책임지고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 3월 을숙도문화회관은 노무현재단 부산위원회가 개최할 예정이었던 노 전 대통령 추모 음악회 대관을 거절했다.
매년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일에 맞춰 개최되는 추모제는 지역 예술인의 무대가 주가 되는 음악회 형태로 진행됐다. 올해는 부산지역 국악 오케스트라와 윤도현 밴드의 공연이 이뤄질 예정이었다.
공연을 담당한 예술단체 대표는 "관장에게 전화로 대관을 문의했을 때 노무현 재단 주최 공연이라고 말하자마자 공연 내용도 안 듣고 딱 잘라 '절대 안 된다'고 거절했다"며 "관장이 직원들에게 '좌파공연은 안 된다'며 '구청장 지시'라고 말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반면 을숙도문화회관 측은 대관 신청 일정이 이미 지난 시점이었고, 규정에 따라 정치적 목적의 행사에는 대관해 줄 수 없어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을숙도문화회관 관계자는 "5월 대관 신청 기간이 이미 지나 절차상 문제가 있고, 규정에 정치적 목적의 행사는 대관이 제한된다고 돼 있다"며 "특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민감한 상황인 데다, 노 전 대통령 서거일에 맞춰 열리는 행사라 순수한 예술공연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이성섭 을숙도문화회관 관장은 "노무현재단이 정치적인 단체이기 때문에 정치적 목적의 공연은 안 된다고 한 것으로, 특정 정치적 성향은 안 된다고 이야기한 적은 없다"며 "구청장에게 관련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도 해명했다.
노무현재단 부산위원회는 재단과 추모 행사는 정치적인 목적이 아니라며 추모와 기념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노무현재단 관계자는 "노무현 재단을 정치 단체라고 오해하는 시선이 일부 있지만, 재단 자체도 정치적인 부분은 배제하고 추모와 기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추모 행사 역시 음악 공연 등 예술 무대 위주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부산지역 예술·시민단체들은 "을숙도문화회관 측은 노무현재단에서 주최하기 때문에 좌파 공연이라는 이유로 대관을 거절했다"며 "낡은 좌우 이념 논리로 순수 예술 공연을 할 수 없게 하는 것은 정치적 편향성에 따른 권한 남용이자 현대판 블랙리스트 사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문화 공연을 좌파 행사라며 거부하는 사하구청장은 각성하라"며 이 구청장에게 항의서를 전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