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부산 연제구의 한 도로에서 호우로 인해 맨홀 뚜껑이 열려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기록적인 비가 내린 지난 주말, 부산에서 30대 여성이 맨홀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난 맨홀은 잠금식 구조로 강한 충격에도 잘 열리지 않도록 돼 있지만 폭우에는 속수무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부산소방재난본부와 부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2시 35분쯤 연제구의 한 도로에서 맨홀 뚜껑이 열려 A(30대·여)씨가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강한 비가 쏟아지면서 맨홀이 흔들리다가 지나가던 차량 충격에 의해 뚜껑이 완전히 열리며 사고로 이어졌다.
사고 직후 인근에 있던 시민들이 곧바로 구조에 나서면서 A씨는 큰 부상 없이 현장에서 귀가했지만,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이날 호우경보가 내려진 부산에는 대표 관측지점인 중구 대청동 기준으로 166.7㎜의 비가 쏟아졌다. 이는 1904년 근대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부산지역 6월 일 강수량 3위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오전 0시 5분부터 오전 1시 4분까지 1시간 동안만 61.2㎜의 비가 내리면서 기상 관측 이래 부산지역 6월 시간당 최고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번 추락 사고가 발생한 맨홀은 뚜껑 아래 설치된 걸쇠에 맨홀 몸통이 걸려 고정되는 이른바 '잠금식' 구조로, 일반적으로 강한 충격에도 잘 열리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이 때문에 사고가 난 곳은 지난해 1월 중점관리구역으로 지정돼 있었음에도 추락방지시설 우선 설치 대상에서는 제외됐던 것으로 파악된다.
추락방지시설은 맨홀에 사람이 빠지더라도 맨홀 아래 설치된 철제망 위에 걸려 큰 사고로 이어지는 걸 막는 장치다. 2022년 12월 이후 설치되는 모든 맨홀에는 의무적으로 설치되고 있지만, 해당 오수관 맨홀은 2010년 설치되면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부산환경공단은 2022년 이전에 설치된 맨홀에 대해서도 우선 대상지를 꼽아 단계적으로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하고 있지만, 주로 보도에 있거나 5m 이상 깊이의 비잠금식 맨홀을 대상으로 우선 설치해 왔다.
부산환경공단 관계자는 "추락 사고가 난 오수관 맨홀은 잠금식 맨홀이다 보니 강한 충격에도 일반적으로 잘 열리지 않는다. 추락방지망 설치가 시급한 곳은 아니라고 판단해 왔다"며 "현장 점검 등을 통해 열린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잠금식 맨홀도 국지성 호우 등의 기상 상황에서 완벽히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만큼 모든 맨홀에 추락방지시설을 서둘러 설치하는 등 대책 시행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조성일 교수는 "맨홀 추락 사고가 잇따르면서 잠금식 맨홀을 포함해 모든 맨홀에 대해 추락방지시설 설치를 이미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에 있는 맨홀의 경우 추가 설치율이 낮다"며 "이번 사고처럼 언제든지 예외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중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