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김형두씨 제공 지리산 연하천 대피소에 반달가슴곰이 출몰해 음식물 수거함을 뒤지는 장면이 등산객에게 포착됐다. 최근 반달가슴곰이 먹을 것을 찾아 등산객이 몰리는 대피소나 민가까지 빈번히 출몰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리산 종주를 하던 김모 씨는 10일 오후 6시쯤, 연하천 대피소를 찾았다. 이후 1시간 뒤 야외 테이블에서 준비해 온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려는 순간 주변에서 화들짝 놀라며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야외 테이블에서 약 7~8m 떨어진 음식물 수거함 쪽으로 덩치가 큰 반달가슴곰이 접근한 것이다. 키 150cm, 150kg 정도 돼 보이는 반달곰은 슬금슬금 두 발로 서서 걸어오더니 익숙한 듯 음식물 수거함 덮개를 열고 잔반을 먹기 시작했다.
반달가슴곰은 음식물 수거함 위에 아예 두 다리까지 올린 채 수거함 입구에 머리를 밀어 넣고 무아지경으로 음식물을 먹었다.
반달곰은 덮개가 닫히면 다시 손으로 열고 머리를 욱여넣는 장면을 반복하며 잔반을 먹어 치웠다.
약 5분간 식사를 끝낸 반달곰은 멀찌감치 있는 등산객들을 바라보며 혀를 날름거리고 입 주변을 청소한 뒤 대피소 건물 뒤쪽 야산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등산객들이 찍은 영상과 사진에는 온몸은 검은색 털로 빽빽하게 덮여있고, 가슴팍에는 선명하게 흰색 털 V자 무늬가 있어 한 눈에도 반달가슴곰임을 알아챌 수 있다.
김씨는 "반달가슴곰이 사람들을 보고도 흠칫하는 기색 없이 자연스럽게 음식물 수거함을 찾아 여는 걸 보니 익숙한 느낌이었다. 주변에는 등산객 10여 명이 있었는데 반달곰 출몰 경고문을 수차례 봐온 터라 매우 놀라거나, 소리치는 등 동요는 없었다. 원래 있던 자리에 가만히 반달곰이 떠나기만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반달가슴곰이 대피소 관계자들만 들락날락하는 펜스 안쪽에서 접근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또,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곳과도 거리가 꽤 있어 크게 놀라진 않았지만, 가까운 거리에 있거나 탐방로에서 마주쳤다면 상황은 무척 달랐을 것"이라며 "지리산 등산을 자주하는 만큼, 다음에는 호루라기 등 야생곰을 마주쳤을때 대비를 하고 등산을 해야겠다"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현재 지리산에 서식하는 반달가슴곰은 약 90마리로 추정된다. 반달가슴곰은 수컷이 짝짓기에 나서는 5월 말부터 7월까지 활동 반경이 넓어져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