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열린 부산 북구의회 본회의 모습. 부산 북구의회 제공부산 북구의회에서 계엄을 비판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구의원에게 징계 처분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정치 기구인 기초의회에서 의원의 정치적 의사 표현 자체를 억압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일 부산 북구의회 등에 따르면, 12·3 내란사태 이틀 후인 지난해 12월 5일 북구의회 주민도시위원회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손분연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비판하는 발언을 꺼냈다.
손 의원은 "윤 대통령은 절차를 무시한 계엄령 선포로 국민들에게 극심한 혼란과 공포를 안겼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더욱 수령에 빠지게 만들었다"며 "대통령은 중대한 사태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발언 직후 국민의힘 소속 박순자 주민도시위원장은 회의를 정회했고, 이후 윤리특별위원회에 손 의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의사진행 지연·방해 목적으로 문서를 낭독하는 등 회의 규칙을 위반하고, 구의원들 간의 심각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행위를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발언으로 윤리특위에 회부돼 수차례 심사를 받은 손 의원은 결국 지난달 7일 열린 임시회 본의에서 '공개 사과' 징계 처분을 받았다.
손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가 진행되자, 같은 당 소속 김태희 의원은 지난 1월 14일 본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의사진행 발언에 나섰다. 김 의원은 "군부세력에 항거하는 대학생들을 반공 간첩세력으로 몰아붙인 전두환 내란수괴와 국민들을 반국가세력으로 지칭하는 윤석열의 이번 행동이 너무 닮아있다"며 비상계엄 사태를 비판했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거세게 항의했고, 결국 의장이 정회를 선언하며 회의가 30분 넘게 중단됐다. 김 의원은 본회의에서 정치적 발언을 했다는 등의 이유로 징계 사안이 윤리특위 회부까지 결정됐다가, 이후 징계가 철회되기도 했다.
부산 북구의회. 정혜린 기자 이처럼 기초의원들이 의회 내에서 정치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 절차가 진행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북구의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부당한 징계를 강행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의회 규칙에서 '윤리특별위원회가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듣고 존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자문위와 상반되는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북구의회 더불어민주당 임성배 의원은 "손 의원 징계건에 대해 외부자문위원회가 '징계 대상 아님' 결정을 내렸지만, 윤리위는 이를 무시하고 징계 처분을 결정했다"며 "국민의힘은 다수인 의석수를 이용해 '망신주기'식 징계를 이어갔다. 정치인이 정치적인 발언을 했다고 징계를 주면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북구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회의 내용과 전혀 관계없는 계엄 관련 발언을 한 것 자체가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의힘 김장수 의원은 "손 의원의 경우 상임위에서 제소한 사안에 대해 윤리위원회에서 의원들과 심사한 끝에 징계 처분을 결정했다"며 "당시 탄핵이 결정된 상황도 아니었는데, 북구 주민을 위한 안건으로 회의를 하는 와중에 전혀 상관없는 계엄 관련된 내용을 발언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봤다"고 반박했다.
지역 시민단체는 이러한 징계 시도가 의회 내 자유로운 소통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정치를 위해 모인 기초의회에서 정치적 발언을 문제 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발언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다양한 의견을 이야기하는 토론의 장에서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막을 수 있다"며 "정당에 가입한 구의원으로서 하는 행위 자체가 정치인데 정치적 발언을 문제 삼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범죄에 연루됐다거나 주민들에 해를 끼치는 사안 등 징계가 필요한 사안에 제대로 징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