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걸음마다 대선 후보 현수막…선거 끝나면 '오염 물질'

몇 걸음마다 대선 후보 현수막…선거 끝나면 '오염 물질'

민주·국힘, 부산에 선거 현수막 최대치 게시
30% 밑도는 재활용률…소각 과정서 '유해물질'
환경단체, "친환경 선거 위해 정치권이 나서야"

부산 서면교차로에 대통령 후보들의 선거 현수막이 어지럽게 달려있다. 정혜린 기자부산 서면교차로에 대통령 후보들의 선거 현수막이 어지럽게 달려있다. 정혜린 기자6·3 대선을 앞두고 선거 현수막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재활용이 어려운 탓에 환경오염 우려가 선거 때마다 제기되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무감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오전 부산 서면교차로. 한 고층 건물 외벽이 초대형 선거 현수막으로 덮여있다. 그 옆으로 대선 후보들의 선거 현수막이 어지럽게 내걸려 있다.

교차로 일대에 설치된 선거 현수막은 모두 10개에 달했다. 후보마다 현수막을 2개씩 게시하는가 하면, 이 일대에만 4개나 내건 후보도 있었다.

일대 상인들은 거리를 뒤덮은 현수막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인근 채소가게 상인 이영숙(69·여)씨는 "현수막이 많아도 너무 많다. 다들 차를 타고 지나다녀서 자세히 보지도 않는데 모든 후보가 다 달았다"며 "대통령을 뉴스나 TV토론 보고 뽑지, 누가 현수막 보고 뽑느냐"고 고개를 저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각 정당은 경쟁적으로 현수막을 게시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부산에는 후보마다 최대 414개까지 현수막을 걸 수 있는데,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모두 최대치까지 현수막을 부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정당 후보들 현수막까지 더하면 부산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현수막이 내걸린 것으로 보인다.

부산 사상구의 한 거리에 대통령 후보들의 선거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혜린 기자부산 사상구의 한 거리에 대통령 후보들의 선거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혜린 기자문제는 이 현수막들이 선거가 끝나면 대부분 버려진다는 점이다. 환경부와 행정안전부 집계 결과, 지난해 제22대 총선이 끝난 뒤 전국에서 현수막 2574t이 폐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발생한 선거 폐현수막은 무려 1만 3985t에 달하는 실정이다.

선거 현수막은 대부분 폴리에스터(PET) 합성수지 소재로 제작된다. 잘 썩지 않아 매립보다는 소각으로 처리하는데, 소각 과정에서 다이옥신과 이산화탄소 등 유해 물질을 발생시킨다.

이에 정부와 일부 지자체는 재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소재 특성상 재활용이 쉽지 않아 재활용률은 30%를 밑돌고 있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때는 폐현수막 재활용률이 24.8%에 그쳤고, 지난해 총선에서도 29.9%를 기록했다.

선거 현수막으로 인한 환경오염 우려는 수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은 오히려 선거구당 현수막 개수 제한이 읍면동 별 1개에서 2개로 늘어났고, 선거사무소 외벽 현수막 규격 제한도 사라지는 등 규제가 완화된 실정이다.

환경단체들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선거 현수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수막을 내거는 당사자인 정치권이 대안 모색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원순환시민센터 김추종 대표는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것도 고민해 봐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수막을 쓰지 않고 선거 운동을 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라며 "정치 선진국 가운데 우리나라처럼 현수막을 이용해 선거 운동을 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21대 국회에서 선거 현수막 규제 법안이 발의됐는데,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계류하다가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며 "정치권에서 가급적 선거에 현수막 사용을 지양하는 등 친환경 선거에 대한 논의와 입법 노력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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