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이 아니라 나라 위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후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을 찾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결국 움직였다. 김문수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지지 선언과 함께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첫 거리 유세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선거대책위원회엔 합류하지 않은 채, 독자 유세를 택하며 당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20일 오후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도보 유세를 시작했다.
"이재명이 이끌 위험한 나라를 막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현장에 나섰다는 그는, 국민의힘이 과거 계엄과 탄핵 문제에 제대로 된 반성이 없었다며 그간의 침묵을 깼다.
"계엄령과 탄핵 사태에 대해 저 스스로 통렬히 반성하고 있다"는 그는, "우리 당이 이 문제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결국 다시 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경고했다.
"극우 유튜버와 절연하라"
그는 김문수 후보를 향해 세 가지를 요구해왔다.
△계엄·탄핵에 대한 분명한 사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단절, △극단적 세력과의 선 긋기다.
"국민의힘이 극우 유튜버에게 휘둘리는 모습을 보며 실망한 분들이 많았을 것"이라는 그는 "이 당을 다시 살려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원칙과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자유통일당 등 극우 세력과의 관계에 대해선 "이들과의 연합은 결국 친윤 빅텐트로 전락할 수 있다"며 일침을 날렸다.
독자 유세 행보, 당내 반응 '미묘'
이번 유세는 당 선대위와는 아무런 사전 조율 없이 진행됐다.
심지어 유세 차량 지원 제안도 거절한 채, 지역구 의원들과 자발적 일정만 소화 중이다.
이날 유세에는 정연욱(수영), 정성국(부산진갑), 곽규택(서동) 의원 등 이른바 '친한계' 의원들이 함께했다.
정성국 의원은 "2007년 박근혜 전 대통령도 독자 유세를 통해 이명박 당시 후보를 도운 바 있다"며 "현재 한 전 대표의 방식도 충분히 의미 있는 행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 내부 반응은 엇갈린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후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을 찾아 지지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은 "누구를 위한 유세인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며 "완전한 원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재원 의원은 "도움이 되는 방식이라면 김 후보 당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금으로선 공동 유세는 어렵다"고 말했다.
"선대위 합류? 중요하지 않다"
한 전 대표는 선대위 합류 요청에 대해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의 '노주성'(노쇼 주도 성장), 120원 경제, 사법 쿠데타 같은 위험한 정책을 막는 유일한 선택지"라고 강조하며, "나는 내가 갈 길을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 후보가 가지 않는 곳에 가겠다"며 대구와 청주, 원주 등 주요 격전지에서의 유세를 예고했다. 그는 "지금은 영남권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 이를 붙잡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하며 향후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한동훈 전 대표의 이번 유세는 분명 당내 분열과 대권 구도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그는 이에 선을 그으며 "나라가 망하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었다"며 대의명분을 내세웠다.
독자적 유세 행보가 김문수 후보에게 '플러스'가 될지는 미지수지만, 선거판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온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