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일 아닌 사랑" 정명훈, 2027년 부산서 '라 스칼라' 무대 선보일까?

"음악은 일 아닌 사랑" 정명훈, 2027년 부산서 '라 스칼라' 무대 선보일까?

핵심요약

247년 라 스칼라 역사상 첫 아시아인 음악감독 선임
2027년 9월, 라 스칼라 연주 <오텔로> 부산서 공연 예정

부산콘서트홀 정명훈 예술감독. 김혜경 기자 부산콘서트홀 정명훈 예술감독. 김혜경 기자 "36년 동안 서로 사랑스럽게 지내다가 갑자기 결혼하게 됐습니다. 이제 이 사람들(라 스칼라)을 더 사랑해 줄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시작하는 거죠"

247년 역사를 가진 세계적인 극장,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라 스칼라 극장의 음악감독에 오른 지휘자 정명훈의 답은 '사랑'으로 수렴됐다. 이제 음악은 일이 아닌 사랑이 됐다. 마음에서 우러나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음악을 하고 싶다고 그는 답했다.

부산과 이역만리 떨어진 밀라노가 거의 지휘봉으로 엮인다. 2027년 9월에는 라 스칼라가 연주하는 베르디 <오텔로>를 부산에서도 만나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부산콘서트홀 정명훈 예술감독은 19일 오후 부산콘서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라 스칼라' 수장에 오른 소회를 밝혔다. 1시간 가까이 이어진 기자회견 동안 그는 라 스칼라 극장 사장과 단원 등에 대한 애정을 숨김없이 고백했다.

그는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와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 놀라울 정도로 이 사람들이 저를 굉장히 잘 이해해 준다고 느꼈다"며 "36년 동안 나의 제일 친구들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친구가 아닌 가족이 됐으니 책임이 더 커졌다. 이제 더 여유 있게, 편안하게, 이 사람들을 더 사랑해 줄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시작한다"고 말했다.

라 스칼라 음악감독으로 첫 무대는 현지 시간으로 내년 12월 7일 선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세계적인 명망이 있는 오케스트라들이 함께할 것을 제안해 왔을때 "Too late (너무 늦었다)"고 답해왔지만, 라 스칼라만큼은 'No'라고 답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라 스칼라 극장과는 1989년부터 오페라 84회, 콘서트 141회를 함께 했다. 라 스칼라 최초의 명예 지휘자로 임명될 만큼 두터운 음악적 교류를 해왔고, 음악감독 경선에서도 단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오페라의 발상지인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1778년 개관한 라 스칼라 극장은 이탈리아 오페라의 상징이자 자존심이다. 베르디 <나부코>, 푸치니 <나비부인>과 <투란도트> 등 걸작이 처음으로 오른 역사적인 곳이다.

라 스칼라 극장 역사상 비 이탈리아 출신이 음악감독을 역임한 것은 다니엘 바렘보임(2007~2014)이 유일하고, 아시아인으로서는 정명훈 감독이 처음이다. 아시아 최초의 음악감독에 대한 타이틀에 대해 정명훈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정 음악감독은 "평생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의례적으로 그 나라 사람보다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지냈다. 다만, (이 자리를 수락함으로 인해)나라를 빛낼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30년 전 <오텔로> 오페라를 플라시도 도밍고랑 녹음도 했다. 그때보다 잘해야하지 않을까? 더 공부하고 더 파고 들려고 한다"고 답했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라 스칼라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도 부산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며 "부산에서는 구체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것이 2027년 9월, <오텔로> 라 스칼라"라고 깜짝 발표했다.

부산콘서트홀과 라 스칼라와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는 "물론 화려하게 특별한 오프닝 프로젝트를 하는 것은 1년에 몇 번 있겠지만 꾸준히 해야 할 일이 많다"며 "부산에서는 오페라가 무엇인지 팬 베이스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에 좋은 씨를 많이 심고, 물도 줘야 한다. 원하는 결과가 나올때 까지 살 수 있을까? 그건 힘든 일이다. 방향을 잘 잡는게 지휘자의 가장 큰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정명훈에게 음악과 베르디는 일이 아닌 감정이 됐다. 그는 "이제 음악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벌써 은퇴했다. 음악은 제가 마음에서 우러나서 좋아하는 사람하고만 같이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오페라 무대 준비에는 작품과 지휘자, 연출, 성악가까지 여러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에 통상적으로 1년 반에서 2년 여정도 앞서 기획하며 준비하게 된다.

정명훈은 2027년 개관하는 부산오페라하우스와 라 스칼라극장 등 두 공연장의 2027년 시즌 공연을 동시에 기획한다. 이는 단순한 공연 하나를 넘어 양국 간 예술가, 작품, 오케스트라와 관객까지 폭넓은 교류가 기대되는 요소이다.

오페라 공연 제작을 통해 성악가와 음악가들이 각 나라의 무대에 번갈아 오르는 예술적 교류부터, 나아가 오페라 제작에 있어 연출, 무대미술, 무대기술 등 이탈리아의 앞선 제작기술과 노하우를 반영하고 도입할 기회가 될 전망이다.

특히,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초기에 고품질의 작품 제작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명훈의 라 스칼라 극장 활동이 화제가 되면서 클래식 음악과 오페라에 대한 일반 대중의 관심과 참여가 늘어 넓은 층의 관객을 부산콘서트홀과 부산오페라하우스에 유입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명훈은 오는 6월 27~28일 부산콘서트홀 개관페스티벌에서 베토벤 <피델리오> 콘서트 오페라를 선보인다. 유럽무대에서 정명훈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소프라노 흐라추히 바센츠, 테너 에릭 커틀러가 함께 무대에 올라 부산콘서트홀의 시작을 축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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