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부산 광안대교에서 농성을 벌인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최승우씨가 8시간 만에 구조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제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가 활동 종료를 앞둔 가운데, 형제복지원 사건 등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가 중단돼선 안 된다며 대선 후보들에게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국가폭력 피해자들마다 상황이 다 다릅니다. '설마 국가 배상이 이뤄지겠나' 싶어 아직 피해 신청조차 못한 분들이 많은데, 이대로 진화위 활동이 끝나면 안 됩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 최승우(56)씨는 지난 11일 부산 광안대교 상판에 올라 8시간가량 농성을 벌였다. 대선 후보들이 잇따라 부산·경남지역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후보들에게 '진화위 활동 기간 연장' 등을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최씨는 "아직 진실규명 결정문조차 받지 못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많다. 사건 조사가 더 이뤄져야 하는데, 2기 진화위 활동이 종료를 앞두고 있어 답답한 심정"이라며 "대선 후보들에게 3기 진화위 출범에 대해 확답을 듣고 싶어 농성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2기 진화위도 출범하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언제 또다시 3기가 출범해 조사를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2기 진화위 출범을 위해 국회 꼭대기에도 올라가고 피해자들과 단식 투쟁도 벌여 결국 해냈지만, 지금은 다들 나이도 들고 건강도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형제복지원을 비롯해 선감학원, 영화숙·재생원, 덕성원 등 과거 집단 수용시설에서 발생한 국가폭력 사례들은 2기 진화위 출범 이후 진상이 속속 드러났다. 그러나 '2기 진화위'는 오는 26일 진실규명 조사 활동 종료를 앞두고 있다. 이후 종합 보고서를 작성해 국회에 제출하면 11월 26일 자동 해산된다. 진화위는 관련 법에 따라 명시된 기간에만 활동할 수 있는 한시적 기구다. 이 때문에 진실 규명 신청 기간 제한에 걸려 추가 피해자 접수는 이미 중지된 상태다.
진화위 관계자는 "각 사건별로 진실규명 접수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었고 그 기간 안에 피해 접수를 하지 못한 분들은 조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접수했던 피해자들도 활동 기간을 연장해 추가로 조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제공이에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3기 진화위'를 출범해 조사를 이어가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주도로 3기 진화위 출범을 위한 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덕성원 피해생존자협의회 안종환 대표는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덕성원 피해자는 46명이지만 이후 피해 생존자가 더 나타나 80명까지 늘어났다. 이들에 대한 조사도 이뤄져야 하는데 3기 출범이 언제 이뤄질지 모르겠다"며 "국회에서 조속히 개정안이 통과되길 바란다. 덕성원 일가에 대한 조사와 각 수용시설에서의 인권침해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 등도 더 확인돼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해외 입양 인권침해 사건과 관련해 목소리를 내온 고아권익연대 조윤환 대표도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트라우마로 인해 정부 기관들을 믿고 용기 내서 피해를 말하는 걸 굉장히 두려워하고 있다"며 "이들이 '언제까지'가 아니라, '언제든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상시 기구가 필요하다. 대선 이후 들어설 새 정부는 과거사에 대한 인정과 반성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3기 진화위 출범을 대선 공약에 담은 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유일하다. 이 후보는 '제21대 대선 후보자 10대 공약' 주요 이행 방안 가운데 '제3기 진화위의 신속한 출범'을 포함했다. 올해 6월부터 법률 개정·추경 등을 준비해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등 다른 주자들은 진화위와 관련해 별다른 공약을 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