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형준 부산시장이 만나 부산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지만, 입장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부산시 제공 제21대 대통령선거 열기가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부산시가 지역의 주요 현안 정책이 각 후보의 공약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시는 지난달 각 정당에 건넸던 지역 10대 핵심 과제를 수정하면서까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부산 공약을 추가했는데, 앞서 박형준 시장과 이 후보 간 '빈손 회동'의 앙금을 털어내려는 손짓으로 해석된다.
시는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번 주를 지역 제안 과제의 대선 공약화를 위한 골든타임(적기)으로 보고 총력 대응에 나선다고 14일 밝혔다.
시는 주요 정당의 중앙과 지역 선거대책위원회 조직 구성이 완료됨에 따라 각 정당 후보의 선대위를 방문해 제안 과제의 공약 반영을 요청할 예정이다.
시는 앞서 지난달 21일 대선 공약에 반영돼야 할 지역의 현안 사업 32건을 선정해 각 정당에 제안한 바 있다.
시는 이중 우선 추진돼야 할 10대 핵심 과제를 추렸는데, 최상단에는 부산글로벌허브도시조성특별법 제정과 한국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이 자리했다.
반면, 당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이재명 후보가 부산 지역 공약으로 내세웠던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은 제안 과제에 포함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에 나섰던 이준승 시 행정부시장은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산업은행 이전 두 가지 문제는 해양수산부 이전 등의 단위 과제들이 아니라 부산 전체를 바꿀 수 있는 큰 프로젝트기 때문에, 시 입장에서는 핵심 과제 1, 2번으로 제안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지역에서는 부산시가 해수부 이전을 제안 과제에 포함하지 않은 것이 지난 3월 파열음으로 끝난 이 후보와 박 시장 간 '빈손 회동'의 연장선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역 민주당에서는 여기에 더해 과거 해수부를 해체한 이명박 정부에서 정무수석 등 핵심 역할을 맡았던 박 시장이 해수부 부산 이전에 대해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시선까지 보냈다.
해수부 이전 공약에 대해 박 시장과 부산시가 이렇다 할 공식적인 환영 메시지를 내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시선을 부추겼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부터 청와대 핵심 참모로 일했던 박 시장은 직간접적으로 해수부 해체에 책임이 있는 것"이라며 "부산시장이 된 지금 해수부를 부산으로 이전하자고 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대선 공약 제안 10대 핵심 과제(왼쪽)와 공식 선거운동 시작 이후 해수부를 추가한 수정된 10대 과제(오른쪽) 목록. 부산시 제공 하지만 채 한 달이 안 돼 시가 재차 내놓은 10대 제안 과제에는 이 후보가 말했던 '해양수산부 등 해양 공공기관 통합 이전'이 추가됐다. 시는 "글로벌 해양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공약 제안 과제를 수정하면서까지 이 후보의 부산 공약을 포함한 것에 대해 지역 사회에서는 늦었지만 올바른 판단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박재율 상임대표는 "해양 수도를 지향하는 부산으로서는 해수부 이전이 핵심적인 의제가 될 수 있다"며 "늦게라도 제안 과제에 포함되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시가 그동안 지역의 어젠다 선점을 놓고 엇박자를 냈던 민주당에 유화적인 손짓을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시민사회단체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시가 이 후보의 해수부 이전 공약에 대해 호응 수준의 반응을 넘어 시의 핵심정책과의 연계를 통해 보다 큰 공약으로 확대 제안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부산YMCA 오문범 사무총장은 "부산을 해양수도로 만들기 위해 해수부뿐만 아니라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등의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제안으로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