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고 난민 체험했다" 부산 세계라면축제에 비난 쏟아져

"돈 내고 난민 체험했다" 부산 세계라면축제에 비난 쏟아져

"라면도 물도 없어", "흙바람 날리는 축제" 혹평 쏟아져
개최지 북항서 기장으로…"행사 내용 달라 사용 허가 취소"
지자체 "민간 축제라 행사 내용 관여 못 해"
주최 측 "단체 이름만 올렸다"…한 곳은 '연락 두절'

지난 2일 부산 세계라면축제 행사장 모습. 소셜미디어 캡쳐 지난 2일 부산 세계라면축제 행사장 모습. 소셜미디어 캡쳐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라면축제'가 부실한 행사 운영으로 도마에 올랐다. 축제를 주최한 단체들은 연락이나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가운데 방문객들은 실망과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서는 지난 2일부터 오는 11일까지 일정으로 '2025년 세계라면축제'가 열리고 있다.
 
이번 축제에 앞서 주최 측은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과 태국 등 전 세계 라면 브랜드를 즐길 수 있다고 홍보했다. 라면 시식 토너먼트, 요리 경연대회 등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고 알렸다. 행사장 입장료는 1인당 1만원으로 책정됐다.
 
7일 취재를 종합하면, 기대를 안고 축제를 다녀 온 시민들은 대체로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온라인에 올라 온 방문객 후기에는 "입장료를 내고 난민 체험을 하고 왔다", "우리 집에 있는 것보다 라면 종류가 적다", "축제장엔 흙바람이 날리고 기계에선 뜨거운 물이 안 나와 라면을 못 먹고 버렸다"는 등 불만이 속출했다. 이날 오전 기준 포털사이트 예매자 평점은 5점 만점에 0.7점을 기록하며 바닥을 치고 있다.
 
방문객들이 전한 축제 현장 모습은 '총체적 난국'에 가깝다. 축제가 열린 장소는 황량한 공터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주최 측이 행사 목적으로 밝힌 '지구촌 환경 개선'이라는 문구가 무색하게도 음식물 쓰레기가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고, 모래와 자갈이 깔린 바닥에는 라면 박스가 널브러져 있었다.

또 행사 첫 날 오전 9시부터 관람객이 입장할 예정이었으나, 준비가 지연되면서 오후 5시부터 입장했다는 후기도 있었다. 예정된 공연 일부도 사전 공지 없이 돌연 취소돼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2025 세계라면축제'가 열리고 있는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라면 국물이 흙더미에 버려진 모습. 독자 제공 '2025 세계라면축제'가 열리고 있는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라면 국물이 흙더미에 버려진 모습. 독자 제공  이번 축제는 사전 준비 과정에서부터 '이상 징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원래 주최 측은 이번 축제를 부산항 북항 제1부두 일대에서 지난달 4일부터 13일까지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부산시설공단이 사용 허가를 취소하면서 장소가 기장군에 있는 사유지로 변경됐다.
 
부산시설공단은 주최 측이 애초에 허가받을 때 밝힌 행사 계획과 실제 축제 내용이 크게 달라 사용 허가를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시설공단 관계자는 "주류 판매가 안 되는 구역인데도 주류 섭취가 가능하다고 홍보하는 등 주최 측이 사전에 제출한 계획서와 실제 내용이 많이 달라 지난달 공간 사용 허가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축제를 향한 비난의 화살은 주최 측을 넘어 지자체로까지 번지고 있으나, 민간이 주최한 축제여서 지자체도 행사 내용까지는 관여할 수 없는 실정이다.
 
부산 기장군 관계자는 "민간이 개인 부지에 여는 행사다 보니 지자체에는 사전 심의 권한이 없다. 단 푸드트럭 26대에 대한 운영은 허가했고, 음식점 임시 영업 신고는 관련 조례에 따라 불허했다"고 말했다.
 
이어 "행사 당일과 이틀 차에 현장을 찾아 점검했고, 안전을 위한 소방시설이나 무대 앞 안전 펜스 설치 등을 보완해달라고 주최 측에 요청했다. 이후 소화기는 설치한 것을 확인했으나, 다른 요청 사항에 대해서는 주최 측에서 아직 회신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단체들은 책임을 회피하거나 아예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이번 축제는 사단법인 부산 16개구군 장애인법인연합회와 비영리법인 희망보트가 주최자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이들 가운데 사단법인 부산 16개구군 장애인법인연합회 관계자는 "지역 장애인들이 많이 방문해 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아 주최 측에 이름만 올려둔 것일 뿐, 실질적으로 행사를 준비한 단체는 따로 있다. 축제 반응을 보고 많이 난감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최 측인 비영리법인 희망보트 측은 현재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추천기사

스페셜 그룹

부산 많이본 뉴스

중앙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