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 남성이 부산 북부경찰서 덕천지구대 앞으로 상자를 옮기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부산에서 한 익명의 기부자가 어려운 형편에 있는 아이에게 전달해 달라며 폐지를 팔아 모은 돈과 라면 등을 기부했다.
5일 부산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전 10시 30분쯤 덕천지구대 앞에 한 남성이 종이상자를 놓고 갔다.
상자에는 손편지 1장과 라면 한 박스, 1천 원짜리 지폐 35장, 어린이용 바람막이 점퍼 1벌이 들어있었다.
편지를 통해 자신을 '세 아이 아빠'라고 밝힌 익명의 기부자는 "첫째는 장애 3급, 기초수급자 가정"이라고 소개하며 "한 달 동안 여기저기서 폐지를 모아 팔아서 모은 돈"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힘들게 모았지만 이번에도 금액이 많지 않아 미안하고 죄송하다"며 "폐지 판 돈으로 과자를 사려고 하니 금액이 모자라 사지 못했다. 과자를 못산 게 마음에 걸린다"고 적었다.
이어 "그래도 바람막이 옷을 입고 밖에 나가 신나게 뛰어놀고 웃길 바란다. 선물 사고 남은 금액은 얼마 안 되지만 치킨이라도 사 먹으면 좋겠다"며 "어려운 아이가 있는 가정에 전달해 달라"고 덧붙였다.
익명의 기부자가 놓고 간 상자에 라면과 지폐, 바람막이 점퍼가 담겨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경찰에 따르면 이 기부자는 매년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에 같은 방식으로 12차례나 기부해온 것으로 추정정된다.
경찰은 기부자의 바람에 따라 덕천2동 행정복지센터에 기부금과 물품을 전달할 예정이다.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자신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 있는 분을 도와주는 천사 같은 마음을 가진 분으로 매년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에 '세 아이 아빠'라며 기부한 동일인으로 보인다"라며 "기부금품은 지역 행정복지센터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