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부산시의회에서 '반얀트리 호텔 화재참사 진상조사 보고서 발표회'가 열린 모습. 김혜민 기자 6명이 숨진 부산 반얀트리 리조트 공사장 화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닌 부실한 현장 관리와 공공기관의 형식적인 사용승인 절차 등 '총체적 부실'로 인한 인재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역 노동단체는 제도 개선과 투명한 정보공개 등을 통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중대재해없는 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는 24일 오후 1시 부산 연제구 부산시의회에서 '반얀트리 호텔 화재참사 진상조사 보고서 발표회'를 열고 참사 발생의 주요 원인을 지적했다. 보고서에는 작업자 면담 내용과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각 기관에서 확보한 자료 등이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반얀트리 리조트는 사용 승인을 받은 건물인데도 스프링클러 등 각종 시설을 비롯해 설계상 반드시 있어야 할 '방화문'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단체는 소방 시설만이라도 제대로 설치됐다면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며, 소방 당국이 현장 확인 없이 감리업체가 제출한 보고서만 확인한 채 소방시설 완공증명서를 내준 데 대해 지적했다.
소방시설공사업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정소방대상물의 경우 소방본부장이나 소방서장이 공사 감리 보고서대로 완공됐는지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반얀트리 리조트는 연면적 1만 5천m² 이상으로 특정소방대상물에 해당한다. 의무는 아니지만 대형 공사장인 만큼 현장 확인도 했어야 한다는 게 노동단체 지적이다.
지난 2월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공사장 화재 현장. 부산경찰청 제공화재 한 달 전에 소방 당국은 이미 사용 승인이 난 건물에서 아직 대규모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드러났다. 부산 기장소방서 소속 소방공무원 4명은 건물 사용승인이 난 지 한 달 후인 지난 1월 16일 리조트 현장을 찾아 소방 활동 여건 등을 파악하기 위한 자료조사를 진행한 뒤 '전 건물 공사 중'이라고 기재했다.
이밖에 해당 리조트는 사용 승인 뒤에도 철골조가 그대로 노출돼 있는가 하면, 조경 공사도 마무리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기장군이 사용승인 허가를 내준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또 실제로 리조트 공사에 참여한 작업자들은 "불이 나기 전부터 작업자들이 많이 다쳤고, 거의 매일 사고가 났다", "외주업체에 안전을 맡기는 방식이었고 '까마귀(안전관리자)'들은 친해지니 현장에 자주 안 왔다", "안전담당자가 계속 귀찮게 해야 하는데 풀어져 있다 보니 오히려 작업자는 편한 현장이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부산운동본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인·허가 관청의 현장 검증 없는 부실한 사용승인, 미흡한 관련 법 제도 등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희생자 유족에게 수사 내용을 비공개로 일관하는 관계기관의 태도도 언급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참사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대재해없는 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 이숙견 공동집행위원장은 "결국 이번 화재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지만 원·하청업체의 법 위반을 비롯해 안전망 역할을 해야 할 공공기관이 제 역할을 못한 채 허술하게 준공허가를 내주면서 발생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참사가 제대로 규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