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문중원 열사 1주기 추모 주간 선포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고 문중원 기수가 '조교사 개업 심사 비리 의혹'을 폭로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지 6년 만에 전 마사회 간부 등 관련자들의 징역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24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전 한국마사회 부산경남지역본부 경마처장 A씨, 조교사 B씨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각각 징역 10개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조교사 C씨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이 유지됐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검사와 피고인 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들은 마사회의 조교사 개업 심사를 앞둔 2018년 8월부터 10월 사이 심사위원회에 제출할 발표자료를 사전에 검토해달라고 부탁하고, 보완을 지시하는 등 조교사 평가·선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듬해 심사에서 A씨는 평가위원을 맡았고, B씨와 C씨는 각각 조교사와 예비 조교사로 선발됐다.
말 관리 등을 맡는 조교사는 면허를 취득하면 개업이 가능하지만, 당시에는 경마공원 내 마방을 배정하는 조교사 개업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면허는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지난 2021년 1심은 A씨 등의 행위가 조교사 선발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며 모두 무죄를 선고했지만, 지난해 2심은 A씨와 B씨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조교사 심사에 제출할 발표 자료에 대해 A씨의 보완 지시를 받고, 7쪽이었던 자료를 더욱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 18쪽으로 늘렸다고 봤다. 이 덕분에 2018년 심사에서 5등으로 최하위였던 B씨가 2등을 차지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2021년 부산지법 서부지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 문중원 기수 아버지 문군옥씨(가운데)가 법원에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 이날 대법원 판결로써 조교사 개업 심사 비리 의혹이 불거진 지 6년 만에 비리의 실체가 인정돼 관련자들의 유죄가 확정됐다.
이 사건은 2019년 조교사 개업 심사에서 낙방한 문중원 기수가 불공정한 조교사 심사 시스템을 지적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당시 조교사 면허를 딴 지 5년째였음에도 심사에서 탈락한 문중원 기수는 "면허 취득 기간과 상관없이 마사회 간부와 친분이 없으면 마방을 배정받을 수 없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을 거뒀다.
유서에는 "일부 조교사들이 말을 살살 타도록 하거나 부적절한 작전지시를 내리는 식으로 부정경마에 휘둘려 왔다"는 내용도 지적됐다.
이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부정경마와 불공정 조교사 발탁 시스템 등 한국마사회 내부 각종 비리와 적폐구조 근절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후 지난 2022년 마사회는 조교사 개업심사 제도 폐지 등 내용을 담은 한국마사회 혁신안을 발표했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마기수들은 자체 교섭권을 확보해 기수들의 노동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자체 노조를 설립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