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하단선 대형 땅꺼짐, 배경엔 '부실한 시공·관리'

사상~하단선 대형 땅꺼짐, 배경엔 '부실한 시공·관리'

부산시 감사위원회, 사상~하단선 땅꺼짐 관련 감사 실시
시공사, 건설사업관리단, 부산교통공사 과실 지적
차수공사, 흙막이 가시설 등 부실한 시공·관리
감사위, 교통공사 등에 행정 조치 10건 등 통보

지난해 9월 21일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현장 인근에 대형 땅꺼짐이 발생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지난해 9월 21일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현장 인근에 대형 땅꺼짐이 발생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지난해 9월 발생한 부산 사상~하단선 공사장 인근 '대형 땅꺼짐' 현상의 배경에는 부실한 시공 관리가 있었다는 부산시 감사 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부산시 등이 설명해 온 '이례적인 폭우'나 '물막이판'이 아닌 '관리 소홀'이 원인으로 새로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22일 부산시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실시한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건설사업' 특정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특정감사는 지난해 9월 집중호우 당시 발생한 사상~하단선 2공구 대형 땅꺼짐 사고와 관련해 진행됐다.
 
감사 결과, 대형 땅꺼짐 현상의 배경에는 시공사와 건설사업관리단, 부산교통공사의 과실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지하수 등 물의 침투를 방지하는 '차수공사'의 시공과 관리·감독에서 여러 허점이 발견됐다. 차수공사를 맡은 하도급 업체는 공법의 효과를 검증하는 품질시험을 공인 검증기관에 의뢰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시행했다. 건설사업관리단은 자격이 없는 하도급 업체가 자체 작성한 보고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부산교통공사에 보고했고, 이에 효과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차수공법이 그대로 적용됐다.
 
결국 지난 2022년 2월 차수 기능이 떨어져 지하수가 계속 유입되자 시공사는 결국 굴착 작업을 중단해야 했고, 부산교통공사는 건설사업관리단에 대책 수립을 지시했다.
 
부산교통공사는 공사가 중단될 정도로 심각한 누수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대책 수립 지시만 했을 뿐, 이후 대책의 적정성 여부 검토 등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살펴보지 않았다. 대책을 마련한 이후에도 차수벽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 누수가 계속되면서 대규모 땅꺼짐 발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감사위는 판단했다. 낙동강 하구는 연약지반으로 지하 공사에 대한 우려가 큰 지역이지만, 차수공사를 안일하게 시공·관리해 땅꺼짐을 촉발했다는 뜻이다.

22일 오후 부산시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윤희연 부산시 감사위원장이 '사상~하단선 건설사업 특정감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정혜린 기자22일 오후 부산시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윤희연 부산시 감사위원장이 '사상~하단선 건설사업 특정감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정혜린 기자토사가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흙막이 가시설' 시공에도 시공사는 공사 시방서(공사 순서를 적은 문서), 안전관리계획서와 달리 토류판(철골 사이에 끼우는 흙막이용 두꺼운 판자)을 설치할 때 나무쐐기나 못 등으로 고정하지 않았고, 결국 지난해 9월 21일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서 고정되지 않은 토류판이 떨어져 나가 땅꺼짐 규모를 키웠다.
 
배수 구조물을 임시로 이설하는 작업에도, 기존에 설치된 측구보다 단면이 훨씬 작은 관을 설치해 흐를 수 있는 물의 양을 적게 만들었다. 이에 집중호우 당시 발생한 역류로 수압이 높아지면서 접합 부분이 떨어져 나갔고, 지하수가 차수벽으로 유출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처럼 여러 부분에 걸친 부적절한 시공과 부실한 관리·감독 등이 모두 합쳐져 대규모 땅꺼짐을 불러왔다는 게 감사위 결론이다.
 
감사위는 건설사업관리단이 안전관리계획서 이행 여부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거나 안전작업 지시를 하지 않는 등 관리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봤다. 부산교통공사 역시 공사 진행상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보고 내용의 적절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는 등 발주처로서 건설사업관리 지도·점검 업무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감사위는 부산교통공사 등에 10건의 행정상 조치와 33건의 신분상 조치를 통보하고, 11억 5900만 원의 설계 감액 조치를 요구했다. 시공사와 건설사업관리단과 관련된 지적사항에 대해선 관련 규정에 따라 벌점 부과 등을 조치하도록 했다.

지난 2월 부산시는 이 사고에 대한 지하사고조사위원회의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사 설계나 시공에는 문제가 없었고, 설계 기준에 따라 차수 공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감사를 통해 차수공사 등에 부적절한 시공이 있었고, 시공사와 부산교통공사 등의 책임도 확인됐다.
 
부산시 감사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감사를 통해 땅꺼짐 사고 원인이 집중호우 등 외부 요인 이외에도 공사 과정에서 시공사와 건설사업관리단의 과실, 지침 위반사항이 있었음을 규명했다"며 "부산교통공사 지도·감독의 미흡한 점을 지적해 안전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사고 예방에 기여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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