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는 초상집 분위기.. 대학의 위기, 교수들이 목소리 내야”

“지방대는 초상집 분위기.. 대학의 위기, 교수들이 목소리 내야”

교원노조법 개정, 교수노조 합법화
사학 비리, 법정기구인 노조 아니면 못 막아
미달사태로 지방대학은 초상집 분위기
위기를 부른 책임, 대학 내부에도 있어
진짜 혁신하는 대학 얼마나 될까?
교수노조, 처우개선만 주장하는것 아냐
위기 대안 찾기에도 몰두할 것
공유대학이 하나의 대안이지만
대학들이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는...
교수들 좋은 시절 다 갔어..
혜택받은 시니어 교수들 후배들 위해 모범 보여야

■ 방송 : 부산CBS '모두의 인터뷰' 표준FM 102.9MHz(12:05~12:30)
■ 진행 : 이은정 PD
■ 대담 : 이재혁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노동조합 초대위원장 (러시아어학과 교수)

부산외대 교수노동조합 이재혁 위원장. 부산CBS

 

◇ 이은정> 그동안 교원노조법상 대학 교수들은 노조를 설립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재작년 8월, 헌법재판소가 대학교수들의 노동조합 설립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죠. 그리고 지난해 3월 교원노조법이 개정되면서 교수노조도 합법화 길이 열렸습니다. 대학 교수들의 노조 설립이 가능해지면서 대학마다 교수노조 출범이 줄을 잇고 있는데요. 지난주에는 부산외대 교수노동조합이 개소식을 갖고 출범했습니다. 초대 위원장을 맡은 부산외대 이재혁 교수 만나봅니다. 교수노조가 필요한 이유, 지역 대학이 위기를 맡은 상황에서 교수들은 어떤 목소리를 낼 것인지 이야기를 나눠보죠. 교수님, 안녕하세요.

◆ 이재혁> 네, 안녕하세요.

◇ 이은정> 그동안은 교수들의 노조 활동이 법적으로 막혀있었던 거죠?

◆ 이재혁> 그렇습니다.

◇ 이은정> 이제 합법화 된 건가요?

◆ 이재혁> 네, 맞습니다.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 있는데요. 이른바 교원노조법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이제 일부 개정돼 2020년 5월 20일 제20대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이 법 개정으로 대학 교원들도, 이제 합법적으로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된 거죠. 현직 교수들뿐 아니라 올해 7월 1일부터는, 해직 교수나 퇴직 교수도 교수노조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 이은정> 원래는 현직 교수들만 가입할 수 있었던 거죠?

◆ 이재혁> 네, 그렇습니다. 법이 또 한 번 바뀌었습니다.

◇ 이은정> 부산에는 외대 이외에 다른 대학들도 교수노조가 출범 했습니까?

◆ 이재혁> 경성대 교수노조가 사무실을 개소했다고 해서, 제가 우리 부위원장하고 얼마 전에 다녀왔습니다. 그래서 경성대엔 확실히 교수노조가 출범했고, 동아대, 동의대 등도 준비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이은정> 부산외대는 교내 교원 가운데 조합원으로 어느 정도 참여하셨습니까?

◆ 이재혁> 우리 부산외국어대의 전체 전임 교원이, 외국인 교수 빼고 현재 201명인데요. 그중에서 110명이 우리 교수노조에 가입해 있습니다. 가입률이, 전체 내국인 전임 교원의 55% 정도 됩니다.

◇ 이은정> 대학 교수들 사이에서 노조설립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되신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요?

◆ 이재혁> 우리 대학은 재단에서 파견한 이른바 ‘비선 실세’가 있어서, 학교를 거의 10년간 농단해 왔습니다. 그래서 대학을 정상화하고, 교권을 확립하자 그리고 경영 효율화만 내세우고 처우를 제대로 해주지 않는 현실을 개선하자 그런 부분에 교수들의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됐습니다.

◇ 이은정> 초대 위원장을 맡으셨는데 처음 설립 하다 보니까 과정에 어려움은 없으셨습니까?

◆ 이재혁> 왜 어려움이 없었겠어요. 힘든 일이 많았습니다. 노조를 학내 헤게모니 장악의 도구로 삼는 교수들도 있고, 별의별 방해 요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2020년 7월 7일에 고용노동부에 설립 신고를 하고도, 겨우 11월 11일이 돼서야 초대 위원장과 임원 선거를 마칠 수 있었거든요.

◇ 이은정> 사실 교수님들은 사회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것으로 인식이 되다 보니까, 또 교수가 노동자냐는 인식도 있을 것 같고요. 대학 내외부에 인식이 좀 있지 않나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재혁> 교육자가 노동자냐 하는 시각은, 전교조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에도 여전히 남아있지 않나요? 대학 교수들은 더하죠. 교수들 자체도 특권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바깥에서의 시각도 그렇고요. 아무래도 계급의식보다는, 전통적인 스승관이라고 할까요? 교육자관에 매어있는 분들이, 아직도 상당수 계시죠. 그렇지만 대한민국 사립재단이 어떤 존재인가요? 법정기구인 교수노조가 아니면, 재단의 비리나 악덕을 누가 견제할 수 있을까요? 임의단체인 교수협의회나 교수평의회로는 어림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법이 보장하는 강력한 보호 장치 아니면, 사립재단들이 교수들의 말을 들으려 할까요? 지금처럼 계속해서 교수들을 하인처럼 부리고, 교수들 위에 군림하려고만 들겠죠.

◇ 이은정> 작년 한해 코로나로 인해 대학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학생들의 등록금 환불요구도 있었고, 비대면 수업 등 대학의 풍경들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어떠셨습니까?

◆ 이재혁> 처음 경험하는 비대면 수업, 학생들과 학부형의 등록금 환불 요구, 예상보다 2~3년 미리 닥친 입학생 위기 등 가장 어려운 한 해였습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없어졌으니까요. 전국 대학 정원이 올해 48만 명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실제 고3 수험생은 44만 5천 명 정도밖에 없어서, 미달 사태가 속출했잖습니까.

◇ 이은정> 사실 지방대 위기는 오래전부터 나왔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상황인 것 같습니다. 수도권을 제외한 대학에서는 미달사태가 속출했는데 대학 분위기가 좀 어떻습니까?

◆ 이재혁> 추가 모집 안 한 대학이 국·공립, 사립 합쳐서 부산에선 없어요. 충청도는 서울과 가깝잖습니까. 그래서 비교적 안심하고 있었는데, 충청권 대학들도 미달 사태에 혼이 났으니까요. 특히 지방대가 심각해서, 200명 이상 등록 미달 난 곳이 전국적으로 18군데나 됩니다. 대학 분위기는 말 그대로, 거의 초상집 분위기입니다. 존폐 위기가 몸으로 밀려오고, 교직원들의 생계가 위협을 받으니까요.

◇ 이은정> 그렇다면 올해 외대 입시전략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보시는 겁니까?

◆ 이재혁> 그렇습니다. 우리 노조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도 지난해는 부산에서 중상위권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갑자기 경쟁률 하락 폭이, 수시와 정시 모두에서, 부산에서 제일 컸습니다. 최종 등록률도 81%에 그쳤습니다. 완전한 실패죠.

◇ 이은정> 학령인구도 감소하고, 수도권 위주에 편중돼 있기도 합니다만, 이 위기의 핵심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 이재혁> 다들 코로나나 학령인구 감소 얘기만 하시는데,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외부 요인은 오래전부터 예고돼왔던 거고, 위기를 부른 책임은 대학 내부에도 상당히 있습니다. 정부 지원에만 의존한 채로, 대학들이 자생력을 특색 있게 키워오지 않았죠. 교육 과정과 출구 전략도 시대 변화에 사실 맞지 않고요. 교육 시장은 변했는데, 대학들은 여전히 공급자 위주의 정책에서 맴돌고 있다고 봅니다. 혁신, 혁신, 말은 그렇게 하는데 소리만 외칩니다. 그렇지만 진짜로 혁신하는 대학이 대한민국에, 특히 부산에 얼마나 될까요? 의심스럽습니다.

◇ 이은정> 혁신, 혁신 외치지만 결국은 큰 변화 없이 가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네요.

◆ 이재혁> 그렇습니다.

◇ 이은정> 근본적인 문제는 지나친 수도권 쏠림 현상이지만 내부에도 문제가 있다고 하시니까, 시급한 대안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 이재혁> 맞습니다. 대학 별로 대안을 찾고 특색 있게 추진해야죠. 덕성여대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변화를 했는데요, 올해 학제 개편 등을 통해 여러 단과대를 통합했고요, 학생들에게 전공 선택권을 주는 자율전공을 확대하면서 크게 재미를 봤어요. 모집 단위에도 이젠 창의력이 필요하고요, 전공 벽을 허물어 융합 인재를 키워야 합니다. 교수들이 할 일이 많습니다. 우리 부산외대 교수노조도 교권과 처우 개선만 주장하는 게 아니고요. 대학 정책자문위원회를 따로 두고 교육적 대안 찾기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전처럼 재단이나 대학 본부만 쳐다보고 있다간, 학교가 큰 낭패를 당할 수도 있거든요.

◇ 이은정> 처우개선 뿐 아니라 이번에 입시 대실패를 돌아보고 새로운 돌파구도 찾아보겠다?

◆ 이재혁> 네, 그렇습니다.

◇ 이은정> 한때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는 대신 학교 운영에 참여하는 '공영형 사립대'에 대한 얘기가 나왔었는데, 지금은 논의가 되고 있습니까?

◆ 이재혁> 공영형 사립대도 정책도, 인허가 난립으로 너무 많아진 대학을 좀 줄이고, 국가가 고등교육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나쁘진 않습니다, 그러나 결국 국민 혈세로 억지로 대학들을 유지하는 거잖습니까. 지금은 대학구조 개혁위원회 등에서 이런 정책보다는, 공유대학을 대안의 하나로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공유대학이란, 말 그대로 교육시설과 교육과정 등을 여러 대학이 공유해 위기를 탈출해보자는 건데, 괜찮은 방향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려면, 사립재단들이 대학의 사유화에만 골몰하지 말아야 하죠. 시설과 교육과정을 공유하려면 서로 통 큰 거래를 해야 되는데, 우리 대학, 우리 대한민국, 또는 부산의 사립대학들이 서로 그런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 이은정> 공유대학을 하려면 대학끼리 서로 터놓고 소통하고, 같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지금은 서로 살아남기 위한 상황이라고 봐야 될까요?

◆ 이재혁> 네, 그렇죠. 각자도생이죠.

◇ 이은정> 교수들 사이에서도 대학이 위기다. 생존의 기로에 섰다. 불안감을 많이 느끼십니까? 모이시면 어떤 말씀 많이 하시는지요.

◆ 이재혁> 물론이죠. 대학 교수들의 밥그릇이 철 밥그릇이던 좋은 시절은 이미 사실 10여 년 전에 지나갔습니다. 약 10년 전부터 임금 삭감을 위해, 이런 저런 교수제가 대학에 도입됐고요, 교육부가 전임확보율에 이를 포함시켜주면서, 대학 불안을 부추긴 면도 있습니다. 그런데 또 이렇게 수험생 급감이라는 위기를 맞으니까, 많은 대학들이 공황상태입니다. 문자 그대로 정신적 공황상태인데, 뾰족한 대책이 없는 우왕좌왕의 시대, 그렇습니다.

◇ 이은정> 대학 위기에 대해서는 다들 공감합니다. 총장, 교수, 직원들도 다들 그렇겠죠. 그래서 대학 내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지면 좋을 텐데...파편화돼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 이재혁> 맞습니다. 원래 어떤 조직이든 존립의 위기를 당하면, 내부가 찢어지게 마련입니다. 대학 사회는 좀 더 유별납니다. 다들 공부도 많이 했고 스스로 잘난 맛에 살고요, 구심력이 약한 조직이니까 더 파편화되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 이은정> 교수협의회, 직원, 노동조합 총학생회.. 학내 다른 기구들에 있어서 교수노조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개소식 때 말씀하셨던데요. 파편화된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교수, 직원, 학생 조교가 여러 가지 이해 충돌이 엮여있는 사이라서 아닐까 싶은데요. 어떻게 소통을 해낼 수 있을까요?

◆ 이재혁> 말씀하신 대로 이해관계가 얽혀있긴 합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교수노조, 직원노조, 총학생회가 단합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부산외대도 교수노조, 교협, 직원노조, 총학 비상대책위원회 4개 단체가 뭉쳐서, 가급적 하나의 목소리를 재단과 총장에게 학내 구성원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은 이해관계나 입장 차이는, 대승적으로 극복해야죠. 4개 단체가 정례적으로 간담회를 갖고 있고요. 필요하면 대자보도 같이 붙이고, 정책 토론회도 같이 열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 이은정> 이 밖에 대학 교수 노조의 앞으로 해야 될 일, 공통 현안이 있습니까 ?

◆ 이재혁> 타 대학 노조와의 공통 현안을 말씀하시나요? 여러 교수노조가 연대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민주노조 상급 단체에 의지하는 교수노조도 있어요. 제 생각엔 단위 대학 차원의 교수노조만으로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단체교섭 진행 과정에서 타 대학 교수노조의 입장이나 전략을 참고할 수는 있겠죠. 우리가 교육자들이니까 정치 투쟁은 좀 멀리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정치 투쟁이 아닌 마당에는, 대학마다 처한 현실과 과제가 다르니까요. 우리의 교육공동체는 우리 교수들이 앞장서서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학교에 온 지 오래된 교수들, 학교에서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고참 교수들과 시니어 교수들이, 젊고 앞길이 창창한 후배 교수들을 위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도 내년 8월 말에 정년퇴직합니다. 사람들이 뭐하러 내년에 정년퇴직하는데 그렇게 열심히 노조 일을 하느냐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제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 이은정> 그동안 교수들의 걸어온 길 보다, 후배 교수들의 길이 너무나 험난하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 이재혁> 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험난할 겁니다.

◇ 이은정> 대학이 더 이상 지식의 상아탑이라기 보다 모든 역량을 취업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아닙니까? 대학 서열화도 더욱 공고해지고, 지방대에 대한 차별적 용어들이 횡행하고 있고, 지방대생은 열패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끝으로 우리 대학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 이재혁> 취업 학원화, 대학 서열화, 지방대 차별, 지방대생들이 느끼는 열패감, 이런 지적하신 모든 현상들이 불행하게도 사실입니다. 서울과 지방의 구분이 무너지고 서울도 지역의 일부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돼야 한국 사회에 새로운 전망이 열릴 텐데,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대학교육 지원정책도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수도권 집중, 수도권 쏠림 현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그러나 서울과 교육부 탓만 하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부산외대도 지역혁신, 특히 기업과 시민의 글로벌 역량 혁신에 기여하는 대학, 해외취업에 더욱 특화된 대학 등으로, 이런 방향으로 나아갈려고 하고 있는데 교수노조가 특히 앞장서 새로운 역할을 대학이 찾는데 기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처럼 서로서로 닮아있고, 이 대학에 있는 학과들이 저 대학에도 고스란히 있는, 그런 특색 없는 얼굴로는 대학의 몰락세를 막지 못할 겁니다. 대학 특성화, 자기 대학만의 브랜드가치 개발, 지역 혁신 기여, 시민 재교육 기여, 이런 방향이 부산지역 대학들의 새로운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 이은정> 각자도생이 아니라 함께 소통해서 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인데, 교수 노조가 함께 모여서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

◆ 이재혁> 네, 그게 새로운 시대가 우리에게 부여하는 새로운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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