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성추행 사태 6개월…"피해 회복은 제자리걸음"

오거돈 성추행 사태 6개월…"피해 회복은 제자리걸음"

반년 동안 피해자 비난 댓글 등 2차 가해 이어져
여야 정치권은 정치적 이용만, 부산시는 '규정 없다' 손 놓아
부산시 성범죄 예방·피해자 보호 조례안에 구체적 내용 담아야
민주당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내려는 움직임 비판도

30일 오후 1시 30분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오거돈 성폭력사건 대토론회에 앞서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과 오거돈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직원 성추행 의혹을 인정하고 사퇴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피해자는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는 시민사회 지적이 나왔다.

오거돈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와 부산성폭력상담소는 30일 오후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미투운동 너머 피해자의 일상을 그리다' 토론회를 열고 지난 6개월 동안 피해자가 겪은 다양한 2차 가해 사례를 발표했다.

부산성폭력상담소 이다솔 팀장은 "지난 4월 23일 오 전 시장이 사퇴 기자회견을 하는 순간부터 2차 가해가 시작됐다"며 "'5분 정도', '불필요한 신체 접촉', '경중에 관계 없이'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듣는 사람들이 피해 내용을 추측하게 했고, 이후 피해 방지를 위한 대응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추측성 보도와 피해자를 향한 악의적 댓글은 피해자에게 굉장한 모욕감을 안겼고, 정도가 심한 사례를 추려낸 것만 300건이 넘었다"며 "이 중 5~60건을 고소했지만, '피해자 모욕 의도가 없었고 오 전 시장을 비난하려 한 것'이라는 가해자 주장으로 대부분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야 정치권은 이 사안을 정치적으로만 이용했고, 피해자 보호를 약속한 부산시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팀장은 "야당은 여당의 도덕성을 비난하는 것에만 혈안이 돼 피해자를 이용했고, 여당도 오 전 시장을 제명한 것 말고는 실질적인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더불어민주당 성 추문 진상조사단 활동 기간은 단 4일에 불과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피해자 호소에 부산시는 규정이 없어 안 된다는 말을 너무도 많이 했다"며 "피해자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돼 시청에 신고했지만, 가해자에 대한 징계나 조치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부산시가 내놓은 '성희롱·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착실하게 준비해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부산시는 지난 29일 시 감사위원회에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단을 설치하고, 성희롱·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지원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최영아 부산시의원은 "조례에는 가장 기본인 가해자로부터의 피해자 분리와 지속적 지원, 가해자에 대한 공정하고 강력한 처벌과 같은 내용이 분명히 명시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합의제 행정기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일부 언론이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피해자 신분을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을 담거나, 오 전 시장의 '3전 4기' 부산시장 도전 등 가해자 서사를 부각해 정작 피해자 고통은 외면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토론회에 앞서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과 오거돈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공동 성명을 내고,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후보를 낼 수 있도록 당헌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이어가는 데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들은 "민주당은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고 주장하며 일말의 반성도 없는 당헌 개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지자체장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재발 방지, 2차 피해 대책도 없이 오로지 권력 재창출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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