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충근 예술감독 "지역 민간 공연예술 생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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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충근 예술감독 "지역 민간 공연예술 생존 위기"

공연예술계도 미래를 준비하는 힘 필요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공연의 완성도 가장 중요
나 스스로 감동하는 수준 되려고 노력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 '디어 베토벤! 운명' 공연
젊은 음악인 꿈 펼칠 수 있도록 도울 것

■ 방송 : 부산CBS <라디오매거진 부산> 표준FM 102.9MHz 토요일(11:05~12:00)
■ 진행 : 이은정 PD
■ 대담 :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 오충근 예술감독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 오충근 예술감독 (사진=부산CBS)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 오충근 예술감독 (사진=부산CBS)
◇ 이은정> 코로나19 여파로 문화예술계가 직격탄을 맞았죠. 음악 공연이 대부분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전시장, 공연장이 문을 닫으면서 지역 문화계는 마비되다시피 했는데요. 움츠러들었던 문화예술계가 이제 하나둘씩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든지 확산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게 사실인데요. 어려움에 처한 지역 문화예술계 현재 상황은 어떤지 전망까지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부산 출신에다 부산을 대표하는 음악가죠.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 오충근 예술감독 초대했습니다. 다음 달에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서요. 공연 소식까지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감독님 안녕하세요. 코로나19 사태로 사실 전 세계가 홍역을 치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음악, 예술 공연도 큰 타격을 입었는데 공연이 연기되거나 취소되기도 했고요. 감독님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겠죠?

◆ 오충근> 전 세계인이 똑같이 처음 맞는 그런 힘든 시간인데요. 일단 저희는 연초에 계획했던 여러 가지 공연들이 있었는데 거의 다 취소, 연기한 상황이었고 그러다 보니 받아들이는데 힘들었어요. 갑자기 시간이 많이 남으니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하는 그런 생각에서 주변을 정리하는 시간도 갖게 되고 그런 면에서 주변이 많이 깨끗해진 것 같아요. 그러다가 지금은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깊은 사유의 시간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이은정> 감독님께서는 현재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를 이끌고 계시는데요.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면 아름다운 소리를 어떻게 저렇게 호흡을 맞춰 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단원들과의 호흡은 물론 관객과의 호흡도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단원들을 잘 만날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 같고 관객들도 거의 만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여러 가지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 전환점이 되셨을 것 같기도 합니다. 어떻습니까?

◆ 오충근> 아직 뚜렷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먼저 드는 생각은 미래를 준비하는 그런 힘이 필요하다. 갑자기 닥친 일에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미래의 준비된 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현재 코로나 블루라는 얘기를 할 정도로 부정적인 현상이 많이 보입니다. 제 경험이나 지식에 의하면 인류는 여러 가지 위기를 겪으면서도 끝없이 위기를 극복했고 발전해 왔다는 위대함이 있다는 그런 생각이 들고요. 클래식 음악이 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깊은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그런 쪽으로 아주 유용하게 작동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도 해봅니다.

◇ 이은정> 코로나19로 갇혀있던 일상이 사실은 음악으로 위로가 되기도 했거든요. 그중 하나가 공연장에서 볼 수 없으니까 공연 무대가 온라인으로 많이 옮겨왔잖아요. 대중음악뿐만 아니라 클래식 음악도.. 클래식 거장들도 온라인 공연을 펼치기도 했는데 이런 변화들은 어떻게 보셨어요?

◆ 오충근> 옛날이지만 지휘자 카라얀이 생애 마지막 때 굉장히 심혈을 기울였던 작업이 있었는데 그게 뭐냐면 자기 연주를 동영상으로 남기는 것이었어요. 그걸 다 완성하지 못하고 일부가 있습니다. 그런 시도가 이미 몇십 년 전부터 있었고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을 때 그동안 공연들은 대면이었죠. 공연장에서 만나서 하는 것을 위주로 하다 보니 영상 작업에서는 높은 수준까지 아직은 못 가고 있었는데 그런 면에서 볼 때 공연예술계도 영상 쪽으로 수준 높은 준비를 필요로 하는 시점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 이은정> 사실은 클래식 공연장에 잘 가시지 못하는 분들도 온라인 공연을 보고 클래식을 좀 더 친숙하게 느꼈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 오충근> 그렇죠. 예를 들어 공연장은 자기가 볼 수 있는 것만 보지 않습니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그런데 영상은 실제 공연 때 못 보여줬던 부분까지 아주 세밀하게 잡을 수 있고 특히 지휘자의 앞모습, 표정의 변화, 연주자들의 표정 변화까지 깊게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죠.

◇ 이은정> 이번을 계기로 친숙하게 느끼셨던 분들을 어떻게 오프라인 공연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이런 고민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 오충근> 그런 것은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좋은 점은 극대화 시켜야겠지만 단점인 것은 보완도 해야 될 것이고 양방향의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은정> 문화예술계가 이렇게 어려운 게 사실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가장 먼저 소비를 줄이는 분야이기도 하고 지역 음악산업은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데 현재 지역 문화예술계 상황은 어떤가요?

◆ 오충근> 통계로 나오지 않았겠지만 제가 체감적으로 볼 때는 비제도권 즉 민간영역이라고 보면 되겠죠. 공연 예술은 민간 영역이 차지하는 비율이 80~90% 이상 되거든요. 비제도권의 생존 문제가 심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특히 기성세대보다는 젊은 세대가 더 많은 타격을 보지 않을까 하는 그런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 이은정> 앞으로 이런 상황이 또 올 수도 있잖아요. 감독님께서는 그동안 지역 음악을 위해 많은 일을 해오셨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오충근> 계속 고민 중인데 딱 한 가지 답은 쉽게 나올 것 같지 않고 여러 가지 방안들이 강구될 것으로 보는데요. 그래도 공연예술은 가장 강점이 대면성입니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소리를 직접 듣는 것이 가장 강점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지금 비대면 상황은 공연예술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고요. 그러나 앞으로 어떤 시점이 되면 오히려 더 많은 대면 공연을 요구하는 경우가 커질 것으로 생각하고요. 제가 볼 때는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관계없이 가장 중요한 것은 공연의 완성도라고 생각합니다. 더욱더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이 위기를 넘어갈까 하는 단기적인 안목보다 길게 볼 때는 우리 스스로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

◇ 이은정> 감독님의 음악 인생에 대해서도 여쭤보겠습니다. 부산을 대표하는 음악가,
지휘자이신데 20대 바이올리니스트 악장, 30대 교수가 되시고 40대 지휘자, 50대에 예술감독을 맡고 계시는데 부산지역에서 음악을 해오신 거잖아요. 지역 음악 문화가 척박했을 텐데 부산에서 음악인으로 살기가 어땠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 오충근> 거슬러 올라가서 몇십 년 전 워낙 젊었을 때부터 했으니까 그때는 많이 힘들었던 점이 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수도권보다는 힘들다고 봐야겠죠. 그렇지만 지금은 여러 가지 환경들이 많이 좋아졌고요. 나이가 들면서 생각하게 되는 폭들이 넓어지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면 인류 역사는 수도권 중앙에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모든 역사의 발현은 지역에서 이뤄졌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지역이라고 해서 안 될 일은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중입니다.

◇ 이은정> 지휘자 역할에 대해 여쭤보면 지휘하는데 있어 감독님만의 철학이 있을까요?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 오충근 예술감독 (사진=부산CBS)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 오충근 예술감독 (사진=부산CBS)
◆ 오충근> 지휘자의 철학일 수도 있고 또 지휘는 크게 보면 음악이나 예술의 한 분야이기 때문에 음악과 예술과의 철학이라고 볼 수도 있고 제가 요즘 생각하는 것은 먼저 논어에 나오는 공자 이야기를 먼저 해보겠습니다. 공자가 2천500년 전에 '흥어시 입어례 성어악(興於詩 立於禮 成於樂)'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무슨 말씀이냐고 하면 시를 가지고 흥을 돋우고 시라는 것은 높이가 상당히 높죠. 그래서 높은 위치의 시를 가지고 흥을 돋워서 예를 가지고 반듯하게 세운다. 예라는 것은 바른 것의 통칭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래서 바르게 세운다 이렇게 해석하면 될 것 같고요. 그렇게 해서 이룬다는 거죠. 음악을 가지고 이룬다는 거죠. 그런 면으로 볼 때 지금 말씀드린 이것이 제 철학의 기본이고 그러면 왜 음악이냐 그랬을 때 왜 음악으로 완성하느냐 했을 때 음악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감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감동이라는 것이 남을 감동시키기 위한 것도 있지만 자기 스스로가 감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제가 이해하고 있습니다. 나 스스로가 감동하는 수준이 되려면 '준거'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로 얘기하면 '프레임 오브 레퍼런스(frame of reference)'이죠. 기본은 기본인데 굉장히 단단한 기본 같은 거죠. 아주 흔들림이 없는 것이죠. 동양철학에서는 이것을 '범주'라고 하는데요. 준거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겠지만 특히 예술을 하는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준거가 확실하게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제 철학은 준거를 갖자입니다.

◇ 이은정> 앞으로 꿈도 있을 것 같아요.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를 이끌고 계시지만 유라시아오션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감독도 맡고 계시잖아요?

◆ 오충근> 제가 특별히 고향인 부산에서 평생 활동하고 있는 음악가로서 부산이라는 도시가 어떤 도시였으면 좋겠다 하는 그런 꿈이 있습니다. 그게 뭐냐면 부산이 경제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최고의 도시여야 하지만 세계 속에서 초일류의 문화를 가지고 있는 도시였으면 좋겠다는 그런 바람이 항상 있거든요. 그걸 단시일 내에 이룰 수 없는 과제죠.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기라성 같은 연주자들, 젊은이들과 부산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고 계속 협력을 이어가면서 같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그런 길을 항상 염두에 두고 모색하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제 세대에서는 이루지 못하지만, 다음 세대에서는 부산이 초일류 문화도시가 됐으면 하는 그런 꿈을 가지고 있죠.

◇ 이은정> 오랜만에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도 공연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공연 제목이 '디어(Dear) 베토벤! 운명' 소개해 주시죠?

◆ 오충근> 올해가 베토벤이 탄생한 지 2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전 세계가 베토벤 곡 연주하느라 난리가 났을 텐데 거의 못하고 있고요. 올해 베토벤을 중심으로 하는 공연을 지난해부터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중에 베토벤의 가장 대표적인 교향곡 5번 운명이죠. 다가오는 6월 10일 금정문화회관에서 공연할 예정입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많이 기대하고 있고 잘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 이은정> 클래식을 잘 모르는 분들도 베토벤은 아마 다 아실 거예요. 베토벤의 삶..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서 늘 역경에 가로막혔지만 음악으로 그런 것을 풀어내면서 베토벤의 음악, 베토벤의 정신, 지금 코로나 사태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 오충근> 잘 아시다시피 베토벤은 어린 나이부터 귀가 안 들리기 시작해서 중년 이후로 넘어가면서 굉장히 고통을 많이 받았죠. 음악가가 귀가 안 들린다는 것은 치명적이죠. 그런 어려운 과정을 잘 극복하고 불멸의 작품을 만들어 낸 그런 대표적인 인물로 알고 있고요. 그중에서 베토벤이 생애 마지막 썼던 교향곡이 9번 교향곡인데 합창교향곡이라고 얘기합니다. 그 이유는 뭐냐면 그전까지 교향곡은 성악이 들어가지 않죠. 기악 오케스트라만 가지고 연주하는 것이 교향곡이었는데 베토벤이 합창교향곡에 사람의 목소리 합창을 넣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짐작하건대 베토벤이 뭔가 할 말이 있는데 그것을 기악으로 하기에는 커뮤니케이션에 한계가 있는 거죠. 그래서 말을 가지고 알아듣게 전달해야 되겠다. 그런데 어느 세상에 사는 사람이나 그 당시에는 못 알아듣고 하는 불만들이 있을 수 있는 일이죠. 그랬던 것 같아요. 베토벤은 미래의 인류를 위해 200년 전에 합창교향곡 9번을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제일 첫 번째 나오는 가사를 보면 베토벤이 만든 가사가 있습니다. '오 프로인데, 니흐트 디이제 퇴네!(O Freunde, nicht diese Toene!)' 오 벗이여 이런 음악이 아닙니다. 이렇게 시작합니다. 좀 더 기쁨에 찬 노래를 부릅시다. 좀 더 환희에 찬 노래를 부릅시다. 그렇게 얘기합니다. 뭐냐면 우리 다 같이 잘사는 길을 찾아보자. 나 혼자 잘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더불어 잘사는 길을 찾자. 200년 전에 이미 미래 인류에게 그런 제안을 한 거예요. 지금 코로나 상황과 너무 맞아떨어지지 않습니까? 제가 이것을 생각할 때마다 소름이 끼치거든요.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을 들을 필요가 있겠다. 그러면 코로나를 잘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 이은정> 끝으로 한말씀 해주시죠?

◆ 오충근> 계획들이 잘 완수되는 것이 희망 사항입니다. 좀 더 길게 보면 60대에 접어드니 저 자신보다는 다음 세대에 대한 관심이 커집니다. 부산오페라하우스라든지, 부산시민공원에 들어서는 부산국제아트센터 콘서트 전용홀입니다. 저보다도 다음 세대들이 그들이 가진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무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장르든 간에 어떤 사회이든지 간에 젊은 세대가 희망이 있고 꿈이 있어야지 건강한 사회이지 않겠습니까? 제가 앞으로 할 수 있는 힘을 다해 젊은 세대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는 길을 찾아가는 것이 저의 꿈이라면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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