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지옥'에서 고양이 '천국'으로…변신하는 '구포 개시장'

강아지 '지옥'에서 고양이 '천국'으로…변신하는 '구포 개시장'

'동물학대' 오명 부산 북구, '길고양이 급식소'에 '캣맘 간담회'까지
식용견 팔던 자리에 '서부산권 동물복지센터' 건립 추진
"학대 이미지 개선으로 관광·지역경제 활성화 모색"

부산 북구의 한 공원에 마련된 '길고양이 급식소'. (사진=부산 북구청 제공)

 

"좀 더 깨끗하게 관리할 순 없을까요? 아이들 밥 먹는 곳인데…"
- "그럼 급식소에 관리자 이름을 붙이는 건 어때요?"


지난달 29일 부산 북구청에서는 10명의 '엄마'가 모여 사랑하는 '아이'를 위한 열띤 토론을 펼쳤다.

청결한 급식소 운영을 위한 방법부터 철저한 수술 장비 소독과 병원으로 이송할 때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할 넓은 공간 마련까지.

엄마들은 아이 복지 향상을 위한 다양하고 섬세한 아이디어를 쏟아냈고, 담당 공무원은 진지한 표정으로 이를 모두 받아 적었다.

여기서 '아이'는 길고양이, '엄마'는 길고양이 돕기에 자발적으로 나선 이 지역 '캣맘'이다.

사상 처음으로 공식 캣맘 간담회를 마련한 북구는 이날 논의 내용을 토대로 '길고양이 급식소 실명제' 도입과 길고양이 이송용 포획틀 추가 구매 등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구가 공원 등 13곳에 추가로 설치해 모두 18곳이 된 길고양이 급식소에 사료를 지원하고, 이를 관리하는 캣맘에게 봉사활동 시간을 인정하는 방안까지 논의 중이다.

지난달 29일 부산 북구청에서 열린 '캣맘 간담회'. (사진=부산 북구청 제공)

 

북구가 이렇듯 동물복지 향상에 안간힘을 쓰는 건 수십 년간 덧씌워진 '동물 학대 동네'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해서다.

60여 년 전 북구 구포동에 생긴 구포가축시장은 부산 최대 규모 '개시장'으로 이름났던 곳이다.

다닥다닥 붙은 철창에 갇혀 웅크린 개, 누렁이를 바닥에 끌고 가는 모습은 반려동물 인구 1천만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잔인한 광경이었다.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과 개 식용 인구 감소는 결국 지난해 구포가축시장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했지만, 그간 쌓여 온 좋지 않은 이미지까지 모두 없어지지는 않았다.

지난해 7월 폐업 협약식에 따라 구포가축시장에서 개를 가둬두던 텅 빈 철장이 철거되고 있다. (사진=부산CBS 박진홍 기자)

 

북구는 이미지를 한 번에 바꿀 '히든카드'로 가축시장이 있던 자리에 올해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서부산권 동물복지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센터에는 길고양이 병원과 보호·입양시설, 놀이터 등 동물을 위한 공간에 더해, 반려동물 관련 물품을 파는 상점가도 조성해 '반려동물 산업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북구청 이정희 동물보호팀장은 "동물 학대로 이름나 있던 곳을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생명 도시'로 바꾸는 게 목표"라면서, "이미지가 바뀌면 관광명소도 되고 관련 산업도 활성화돼 북구 전체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천기사

스페셜 그룹

부산 많이본 뉴스

중앙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