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사람] '모든 성도가 교회개혁의 주체'

[교회와사람] '모든 성도가 교회개혁의 주체'

  • 2020-01-24 03:49

부산교회개혁연대 안현식 대표 인터뷰
"당사자의식 갖고 나서야 교회 살아날 것"

지역교계 이슈, 그리고 신실한 주님의 사람들 만나보는 시간. 교회와 사람입니다.

2020년, 새해를 힘차게 시작했고요. 다시 또 설을 앞두고 있는데요. 이래저래 희망의 기운, 새 출발에 대한 기대감이 충만한 때죠. 그런데 우리 교회, 한국교회를 돌아보면 어떤가요? 싱그러운 희망, 기대감보다는 한숨부터 짓게 되는 게 현실입니다.

'과연 한국교회에 미래가 있을까' 회의적인 전망도 나오는데 그렇다고 교회의 갱신과 개혁, 회복을 포기할 수는 없죠. ‘사람으로는 할 수 없으되 하나님으로서는 다 하실 수 있느니라’ 주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갱신과 회복의 길을 고심하는 이들의 모임입니다. 부산교회개혁연대 안현식 대표, 초대했습니다. 교회를 위해 우리는,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함께 좀 고민을 나눠보도록 하죠.

부산교회개혁연대 안현식 대표, 동명대 교수

 


진행 : 부산교회개혁연대에 대한 소개부터.

안현식 : 2006년도에 시작해서 14년이 됐다. 설립 당시 전국적으로 교회개혁실천연대라는 단체가 출범해서 교회개혁 현안과 이슈를 다루었는데, 부산에서도 지역 중심의 운동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정기적으로 포럼과 세미나를 열고 있고,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10명 정도가 핵심적으로 활동하고 있고, 각종 행사에는 여러 분들이 참여한다. 지역 기독단체와 운동가들 중심으로 구성돼 있고, 교계의 덕망 있는 지도자나 목회자들을 고문으로 모시고 있다.

진행 : 대표님께서는 로봇 공학을 전공한 공대 교수님이신데, 어떻게 교회 기치를 치켜들게 되셨을까? 개인적으로 교회개혁운동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안현식 : 전공이 로봇이긴 하지만, 제가 대학 다닐 때 기독신앙운동단체에서 열심히 활동했다. 그때도 한국교회에 여러 이슈가 있었다. 관심을 갖고 함께 기도했는데, 이후 교회개혁실천연대운동이 등장하면서 부산지역에서도 이런 흐름이 꼭 필요하겠다 싶었다. 주도적으로 모임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진행해왔다.

진행 : 한국교회가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데 많은 분이 공감하는데, 이게 몇몇 교회의 문제인지 한국교회 전체의 문제인지도 잘 모르겠고, 구체적으로 뭘 고치고 개혁하자는 것인지 좀 막연하다. 문제의식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안현식 : 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가 굉장히 복합적이고 다층적이어서 짧게 정리를 하긴 힘들지만, 요약하자면 ‘교회가 본질을 벗어났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본질을 벗어난 이유는 성경에 나와 있는 바와 같이 인간의 탐욕 때문이다. 재물과 명예, 권력에 대한 욕구가 교회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교회 안에 교묘하게 감춰져 있다. 흔히 말하는 성공주의, 번영신학, 배금주의적인 것들, 맘모니즘이 교회 안에 들어와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이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자료를 찾아보니까 이미 1900년대 초반에도 교회개혁에 대한 요구가 있었더라. 요즘도 문제가 되고 있는 목회자들의 전횡이 당시에도 논란이 됐었다. 어떤 면에서 교회의 타락은 인간의 본질적인 연약함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생각해 본다면 역시 본질의 회복이 중요하다. 예컨대 유명목회자의 성추문 사건이 생겼다면 과감하고 명확한 치리가 이뤄져야 한다. 세상의 기준보다 더 강화된 기준으로 아주 명확하게 해야 하는데, 지금껏 어떤 영향력 같은 것들에 휩싸여서 제대로 처리를 하지 못했다. 최근 굉장히 논란이 됐던 명성교회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교단의 지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엄격하게 다뤄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역시 명성교회의 영향력을 무시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보는데, 이런 식으로 하나 둘 포기하다 보면 교회가 순수성을 잃고, 본질에서 벗어나게 된다. 우리가 실천적으로 이런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하고 넘어왔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게 제 판단이다.

전도에 방해가 되니까, 조용히 해결하자.. 쉬쉬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지만 저는 이미 모든 게 탈탈 털렸다고 본다. 숨긴다고 해서 숨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안타깝지만,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치리하는 수밖에 없다.

진행 : 앞서 인간의 연약함에 대해 말씀하셨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 다 그렇다. 실수가 있고, 실패도 있고, 그릇된 욕망이 끼어들기도 한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고 하면서 교회의 역사가 이어져왔는데, 한국교회는 어느 시점부터 성찰과 자정의 기능을 잃은 것 같다. 교회에 대한 신뢰 역시 바닥에 떨어졌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됐을까?

안현식 :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저는 큰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교회가 과거에는 소수자, 마이너리티였다. 그런데 어떤 시점부터 사회의 주류, 기득권 세력으로 떠올랐다. 저는 그 분기점이 김영삼 정권 시절 아닐까 생각을 해 보는데, 아시다시피 국회의원의 50% 이상, 많게는 70%가 기독교인으로 집계된다. 그리고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는 소망교회 출신들이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지 않았나? 강남의 30%, 잘 산다는 사람들의 30%가 기독교인이다.

어떻게 보면 이게 축복일 수 있지만, 아주 큰 위험성이 내포돼 있다. 잘 나가면 그때부터 교회가 자만하고 추락할 수 있다. 중세교회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면 오히려 더 낮아지는 훈련을 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제라도 우리가 반성하면서 성경말씀으로 돌아가야 할 텐데 오히려 문제가 더 도드라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안타깝다.

종교 신뢰도 조사를 보니까 기독교가 최하위다. 천주교, 불교 다음으로 개신교 순이다. 목사님들이 태극기 부대의 주인공이 돼버린 사태도 안타깝다. 물론 개인적으로 정치성향을 가질 수 있는데 자신이 교계를 대표한다는 식은 굉장히 위험하고, 비성경적이고 또 원리적이지도 않다. 통계적으로, 세계종교 가운데 개신교 신자들의 정치 성향이 가장 진보적이다. 전체 성도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를 대표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빨리 반성하고 돌이켜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진행 : 개혁이 필요하고 또 시급한데, 누가 나서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개혁의 주체는 누구인가?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안현식 :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말씀을 드려야겠다. 한국 교회의 현실은 모든 성도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 ‘성도’에는 목회자들은 물론이고 일반 성도들도 포함이 된다.

평신도라는 표현 때문인지 수동적이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는데, 그러면 안 된다. 평신도라는 표현 자체가 비성경적이다.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성도라는 말은 신약성경에만 63회 등장한다. 성도는 그 속한 교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예를 들어 목회자가 그릇된 상황에 빠져들 때 그냥 보고 있으면 안 된다. 일방적인 추종은 금물이다. 성도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남는데, 한국 교회 전체를 본다면, 좋은 방식이 있다. 기독교 NGO, 기독교단체의 형식으로 할 수 있다. 저희 단체도 그중 하나라고 볼 수가 있는데, 여기 관심 있는 성도들, 각성한 성도들이 참여해야 한다. 물론 함께한다고 해서 우리가 얘기하는 개혁이 바로 이뤄진다는 보장은 할 수 없지만,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진행 : 성도들이 시스템 내에 안주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안현식 : 어떤 면에서는 우민화랄까? 목회자로서는 똑똑한 성도들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교회가 대형화되면서 생기는 문제들이 있다. 그 안에서 편리하지만, 오히려 성도들은 파편화돼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는 문제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 같다.

진행 : 부산교회개혁연대에서는 어떤 활동, 실천을 하고 있나?

안현식 : 여러 활동들을 해 왔는데, 대표적인 것이 교회정관갖기운동이다. 교회의 행정이나 의사결정이 자의적이면 곤란하다. 사전에 합의된 정관을 따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정관갖기 운동을 오랫동안 펼쳐왔다. 최근에는 교회세습반대 운동도 하고 있고, 또 구체적으로 드러난 지역교회 문제에 대해 부족하긴 하지만, 상담 활동도 진행했다.

요즘은 대안적인 교회가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하면서 대안교회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매년 종교개혁기념주일에는 그 시점의 이슈를 주제삼아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진행 : 이렇게 열심히 외쳐도 같은 문제가 계속 되풀이된다. 이 방향이 맞는 걸까? 교회개혁운동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안현식 : 교회사를 보면 기존의 제도화된 교회, 가장 비근한 예가 중세교회라고 하겠는데, 개혁을 외쳐도 스스로 개혁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결과적으로 교회의 갱신은 새로운 대안적인 교회운동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 대체되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앞서 대안운동에 대해 말씀을 드렸는데, 당장 현상적으로 나타난 여러 논란들을 외면하지 않고 계속 문제를 제기해야겠지만 동시에 좀 더 멀리 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최근에도 이와 관련한 포럼을 개최했고, 저도 그 흐름에 참여하고 있다.

진행 : 교회의 개혁과 갱신, 회복.. 이게 남이 아니라 ‘우리의 문제’, ‘나의 문제’라는 자각이 필요해 보인다. 결국 성도 개개인의 각성과 참여가 핵심이 아닌가 싶다. 끝으로 청취자들에게 하고픈 말씀.

안현식 : 기윤실운동을 하셨던 손봉호 교수께서 교회개혁과 관련해 저로서는 아주 충격적인 말씀을 하신 바 있다.‘목회자들에 의한 개혁, 기존의 제도 안에서의 교회개혁은 불가능하다. 이제 일반 도들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교회의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이해하고 성도들이 나서야 한다.

한국교회의 변화를 위해 기도하고, 앞서 말씀드린 것 같이 NGO에 참여한다든지.. 구체적인 참여와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공부도 해야 한다. 이렇게 각성한 이들이 서로 연합하는 과정이 곧 교회개혁이 아닐까 싶다.

인터뷰 다시듣기, 클릭!

부산CBS 쉴만한물가 (11:05-12:00, 102.9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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