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기수 71%, "부당지시 거부하면 말 못 탄다"

경마기수 71%, "부당지시 거부하면 말 못 탄다"

전국 경마기수 75명 중 58% "부당 지시 받은 적 있다"
거부 시 기승 기회 박탈, 명예훼손 등 불이익 있어
노조, 마사회에 "선진경마 제도 폐기하고 대책 마련하라"

전국 기수 75명 중 58.57%가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답했다. (사진=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제공)

 

경마기수들이 실제 조교사로부터 부정한 지시를 받고도 거부할 방법이 없어 계속 말을 타고 있다는 설문결과가 나왔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지난 4일 실시한 '경마기수 노동·건강 실태조사'에서, 지난달 2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문중원 기수가 유서에서 지적한 부정경마가 실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11일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전국 기수 125명 중 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58.5%가 "조교사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79.1%는 "부당한 지시와 작전이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고 답했다.

기수들은 부당한 지시의 구체적 내용으로 말이 다리가 안 좋은 것을 알면서도 조교사 등이 출전시키고, 말 능력을 모두 발휘하지 못하게 하며, 심지어 "말을 죽을 만큼 패라"고 지시하기도 한다고 적시했다.

특히 이들 기수 중 60.3%는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들은 부당지시를 거부하면 말을 타는 기회가 박탈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등 불이익이 뒤따른다면서, "어쩔 수 없이 계속 말을 탄다"고 답변한 기수가 71.2%에 달했다.

이 밖에도 설문 참여 기수의 61%가 스스로 "건강하지 못하다"고 답했으며, 이 중 90%가 몸이 아픈 상태로 하루 이상 근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설문 참여 기수 중 61%가 "건강하지 못하다"고 답했다. (사진=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제공)

 

특히 故 문중원 기수가 소속돼있던 부산경남경마공원 기수들은 10일 이상 병가를 낸 사람이 53%로 서울·제주의 2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노조는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더 경직되고 경쟁적이며 성과 위주의 조직문화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조는 마사회에 '선진경마' 제도를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경마 게임과 말산업을 혼동한 마사회는 선진 경마라는 미명하에 무한 경쟁체계를 확대하고 있다"면서, "말산업 종사자들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경쟁성 상금 비율을 축소하고, 기수 재해위로기금 증액과 근골격계 질환 치료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수가 부정경마를 거부할 수 없는 이유는 기준이나 면접 없이 오로지 조교사 마음에 달려 있는 불평등한 기수 기승계약에 있다"면서 표준 기승계약서 작성, 부당지시 조교사 처벌 조항 마련 등을 제시했다.

노조는 이 같은 내용을 11일 오전 11시 30분 정부서울종합청사 앞에서 故 문중원 기수 유가족과 함께 발표하면서, "문중원 열사의 죽음 앞에서도 성찰이 없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국 또 다른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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