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불면 돌아오는 방치 바지…환경·건강 위협

태풍 불면 돌아오는 방치 바지…환경·건강 위협

버리거나 방치한 작업용 바지, 태풍·파도 타고 되돌아와
전문가 "바지에 쓰는 스티로폼, 미세플라스틱 돼 바다 오염"
스티로폼 재질 대체 움직임 걸음마…"지원책 필요"

부산 강서구 한 항구에 떠밀려와 방치된 바지. (사진=부산CBS 박진홍 기자)

 

우리나라 해안 곳곳에 무분별하게 방치된 노후 작업용 바지는 결국 해안으로 떠밀려온다. [관련기사= 8.28 CBS노컷뉴스 '바다에 버려지는 바지, 구멍 난 규정에 대책은 無']

특히, 바지에 쓰는 스티로폼 부이는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 해양 오염은 물론 우리 건강까지 위협하는데, 이를 대체하기 위한 움직임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부산 기장군의 한 항구에서는 어민들이 그물을 풀거나 잡아 온 고기를 다듬는 작업용 바지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곳 어민들은 수년 전 항구 정비사업을 하면서 나무와 스티로폼으로 만든 바지를 없앴다.

못 쓰는 바지를 어민들이 바다에 버리는 일이 잦았는데, 태풍이 불면 결국 쓰레기가 돼 항·포구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수년 전 정비사업을 통해 작업용 바지를 없앤 부산 기장군의 한 항구. (사진=부산CBS 박진홍 기자)

 

이곳에서 30년간 어업에 종사한 한 어민은 "정비사업을 하기 전만 해도 해안에 작업용 바지가 상당히 많았는데, 바람 불면 떠밀려서 파손되는 등 엉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지가 쓸 때는 편리하지만 나중에 환경에 문제가 돼 결국 우리 어장을 망친다고 생각해 나부터 없앴다"고 말했다.

특히 바지를 물에 띄우기 위해 나무판 아래에 덧대는 스티로폼 부이는, 값이 싸고 부력이 좋은 대신 햇빛에 약하고 잘 부서진다는 단점이 있다.

작업용 바지에 스티로폼 부이를 덧댄 모습. (사진=부산CBS 박진홍 기자)

 

부이를 연안에 버리거나 방치하면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어류나 갑각류의 체내에 농축되는데, 이는 결국 사람에게 되돌아온다.

전문가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 연안에서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높게 나타나는 데는 바지나 양식장 등에 사용하는 스티로폼 부이가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한국해양대 환경공학과 채규정 교수는 "우리나라 연안은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싱가포르보다 100배 이상인 곳도 있는 등 매우 높은 편인데, 특히 양식장이 많은 남해안이 높은 원인 중 하나는 스티로폼"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티로폼이 분해되면서 미세플라스틱 물질이 유출돼 어류나 갑각류 체내로 흘러 들어가는데, 결국 생물농축을 통해 사람에게 돌아와 몸 안에서 분해되면 건강에 악영향을 줄 개연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스티로폼 부이 파손을 막기 위해 덧씌워놓은 덮개도 햇빛과 파도에 찢겨 있다. (사진=부산CBS 박진홍 기자)

 

상황이 이렇자 민간 업체를 중심으로 스티로폼 부이를 열에 강한 폴리에틸렌이나 알루미늄 재질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은 있지만, 가격이 스티로폼보다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결국 정부가 각종 정책으로 친환경 재질 사용을 유도해야 어장을 미세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중소조선연구원 이경환 연구원은 "친환경 소재로 배를 만들면 정부가 일정 지원금을 주는 어선 현대화사업처럼, 스티로폼도 정부가 정책을 편다면 어장이 미세플라스틱으로 뒤덮이는 게 싫은 어민들은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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