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옆 '황당한' 버스정류장, 알고 보니 업자가 무단 이설

횡단보도 옆 '황당한' 버스정류장, 알고 보니 업자가 무단 이설

건축 업자가 신고없이 버스표지판 횡단보도 옆으로 옮겨
횡단보도 위에 버스 정차…시민 불편·사고위험도 높아
민원 빗발치자 '재이전' 지시했지만 뾰족한 대책·처벌 근거 없어

부산 동구의 도로에서 버스가 횡단보도를 가로막고 정차해 승객을 태우고 있다. (사진=송호재 기자)

 

부산에서 한 건축 업자가 건물 신축 현장 주변 버스정류장 표지판을 별도 신고 없이 횡단보도 주변으로 무단 이전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관계 기관이 뒤늦게 조치에 나섰지만, 별다른 처벌 근거나 대책이 없어 주민 불편은 물론 사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부산 동구의 한 왕복 2차선 도로. 시민들이 이용하는 횡단보도에서 불과 1~2m 떨어진 지점에 버스정류장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시내버스 한 대가 오더니, 표지판 바로 앞 횡단보도에 멈춰 승객을 태우고 떠났다.

횡단보도에서 보행 신호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버스가 떠난 뒤 뒤늦게 신호를 확인하고 도로를 건너야 했다.

버스 정류장 표지판이 횡단보도와 맞닿아 있어, 버스가 횡단보도를 가로막고서야 하는 황당한 상황은 계속 이어졌다.

취재 결과 이 표지판은 애초 횡단보도에서 10m 이상 떨어진 곳에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버스정류장 주변에서 건물을 신축하는 한 업자가 표지판을 현재 위치로 옮겨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버스정류장이나 시설을 옮겨야 할 때는 부산시에 이 사실을 알리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업자는 이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시민들은 정류장이 느닷없이 횡단보도 쪽으로 이동하면서,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주변의 한 상인은 "공사 관계자들이 갑자기 버스정류장 표지판을 가게 앞, 횡단보도 바로 옆으로 옮겼다. 이 때문에 버스가 횡단보도 위에 정차하거나 반대로 정류장과 멀찌감치 떨어져 서야 하는 상황"이라며 "횡단보도 앞에 도로를 건너려는 사람과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뒤섞여 불편하고, 사고 위험까지 있다"라고 호소했다.

민원이 제기되자 부산시와 관할인 동구는 사실 확인에 나섰다.

공사 관계자는 부산시에 "현장에 중장비 등이 오가다 보니,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안전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신고해야 한다는 걸 전혀 몰랐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동구의 한 횡단보도 옆에 설치된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송호재 기자)

 

상황을 파악한 부산시는 공사가 끝나기 전까지 정류장 표지판을 안전한 곳으로 다시 옮길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이미 건물 신축 공사가 시작돼 각종 위험이 제기되는 만큼 표지판을 원래 위치로 되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표지판을 설치할 만한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 이전 설치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게다가 정류장 표지판은 시가 아닌 버스조합 등 업체 소유물이기 때문에 직접 나서 처벌할 근거도 없다는 게 부산시 입장이다.

부산시는 주민 민원을 수렴한 뒤 빠른 시일 안에 적절한 표지판 설치 장소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애초 버스정류장 표지판이 있던 곳은 건물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이라 다소 위험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주민 의견 등을 수렴해 임시정류장 위치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표지판은 부산시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버스업체가 고발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는 한 직접적인 처벌 등은 어렵다"라고 말했다.

지역에서는 주민이 민원을 제기하기 전까지 표지판 이설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관계 기관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산 동구의회 김선경 의원은 "주민들이 이용하는 버스정류장 위치를 횡단보도 옆으로 옮긴 황당한 상황에도 이를 제때 파악하지 못한 행정 기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라며 "대책과 함께 해당 업자에게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했다"라고 말했다.

건축 업자의 황당한 행동과 관계 기관의 무관심 때문에 애꿎은 시민들이 불편과 위협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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