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이 만난 사람] 정현민 부산시 행정부시장

"부산이 '행복'해지는데 역할 하고 싶다"


3년3개월만에 친정 부산시로 돌아온 정현민 행정부시장(사진)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나 보다.인터뷰가 시작되지마자 그동안 부산 발전을 위해 간직해온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질문은 하나였지만 대답은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었다.그만큼 부산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는 것.

"서울서 생활해 보니 중앙과 지방이라는 차이를 체감할 수 있었다.단순히 서울-지방 이상의 온도차가 있었다.지방은 이제 실제적인 지방 분권,지방의 역할을 준비해 가야한다."

그는 지난 2015년 부산에서 당시 행정자치부로 전입되면서 지방분권국장과 지방행정정책관,지역혁신국장 등을 거쳤다.그 같은 보직을 거치면서 그는 지방,특히 그가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고 잔뼈가 굵었던 부산을 생각했다.

"지방 분권을 위해서 지방은 자기 논리가 있어야 한다.정치적인 이념이나 주장보다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논리가 필요하다.특히,부산은 지방 분권의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분권은 중앙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는 25년 6개월간 부산에서 경제산업본부장,미래전략본부장,해양국장,금융중심지 추진단장 등 각종 보직을 거쳤고 센텀시티 건설,북항 재개발,동부산관광단자 개발 등의 업무를 맡기도 했다.그만큼 부산의 속살을 속속히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럴까? 그는 부산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있었다.

"공항이 중요하다.물류가 기반되지 않으면 세계적 기업이 들어오지 않는다. 전세계 물류의 1%가 채 안되는 항공화물(air cargo)이 35%의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다.부산 뿐 아니라 국가를 위해서라도 신공항은 필수적이다"

부산이라는 도시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그는 원도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도시가 팽창하는게 다는 아니다.원도심에서 힘을 축적해야 주변으로 뻗어갈 수 있다.외연만 확장한다고 해서 도시가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도시는 살아있는 유기체다.도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하고 그에 맞는 정책과 행정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부산의 현 주소(positioning)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부산을 자기 역할에 맞는 위치에 두어야 한다.복지심령(福至心靈.복에 이르러야 마음이 영민해진다)이란 말을 좋아하는데,이 말은 결국 자기가 갈 자리에 가야하고 제 자리에 있을 때 복이 온다는 말이다.부산이 가야 할 길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혁신과 학습을 강조했다.

"지금은 지식경쟁 시대다.끊임없이 학습하고 연구하지 않으면 따라 갈 수 없다.글로벌 시대에 부산이 세계 도시들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뭐니뭐니해도 시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시가 존재한다.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해 물었다.답은 집토끼와 산토끼로 돌아왔다.

"집토끼(기존 기업)와 산토끼(외자.외국 기업 유치) 둘다 잡으려다 모두 놓칠 수 있다.우선 집토끼를 튼튼하게 해야한다.일종의 내발전전략이다.지역 기업에 대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기업은 새로운 전환(transition)을 시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가령 선박엔진을 만들던 회사가 신성장 산업인 항공엔진을 만들수 있도록 도와주고 기회를 줘야한다."

창업 기업이나 외자 유치도 좋지만 우선 기존의 기업을 혁신해서 강소기업으로 만들어가자는 전략이다.

행정부시장으로서 역할에 대해 물었다.

"이 시대는 정답이 없는 시대다.각자가 답을 찾아가야 한다.각자가 맡은 일에 대해 책임자라 생각하고 주체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그럴때 공무원도 행복하고 시민들도 행복해 질것이다.과거에는 뭔가를 주도하려 했는데 이제는 직원들이 일하는데 버팀목이 되고자 한다."

행복이라는 말이 나온 김에 오거돈 시장이 말하는 '행복도시 부산'이 다소 추상적이지 않냐고 반문했다.

"행복이라는 단어의 추상성 때문에 그렇게 들릴 수 있겠지만 '행복도시 부산'은 가치지향적인 목표다.생산성과 효율성만 강조해서 경제적 가치가 커졌다고 사람이 행복한가? 부산이 발전하고자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모든 시민들이 '행복'하게 살자는 얘기다.행복해지지 않을 바에야 경제적 번영과 발전이 어떤 의미가 있겠나?"

그런 점에서 그는 시민들에게 행복한 시정을 약속했다.

"어딜 다녀봐도 부산만한 도시가 없다.경제가 어렵다보니 행복이 물질적인 면에서만 측정되는 경향이 있는데,세계행복지수를 보면 대한민국보다 경제적으로 뒤떨어진 나라에서 행복지수는 훨씬 높게 나타나는 곳이 많다.경제적 번영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부산이라는 도시가 '행복'을 추구하는 도시로 만들고 싶다.그럴때 시민들도 부산이라는 도시에 자부심을 가지지 않을까?"

부산시 공무원들에게는 현장에 대한 감수성(sensitivity)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에게는 시민이 무엇을 원하는지,무엇이 필요한지를 파악하는 감수성이 필요하다.그래서 공무원 교육원에서 직무교육과 같은 기술적 측면 뿐 아니라 자기의 존재감과 자기가 맡은 일의 의미 등 가치지향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 . "

서울 생활 3년3개월 동안 그는 새로운 취미를 익혔다.한시(漢詩)를 쓰고 외우는 것. 한시를 쓰고 익히면서 생각을 다듬고 외로운 타지 생활을 이겨냈다고 한다.인터뷰를 마치면서 즉석에서 한시 한수를 읊었다. 인생살이가 어렵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다는 이백(李白)의 행로난(行路難)의 일부다.

金樽淸酒斗十千 금동이 맑은 술은 한 말에 만 냥이요
玉盤珍羞直萬錢 옥쟁반의 진수성찬 값지기도 하건마는,
停杯投筯不能食 잔 놓고 수저 던진 채 먹지를 못하고
拔劍四顧心茫然 칼 빼들고 둘러보니 마음만 막막하네.
欲渡黃河冰塞川 황하를 건너려니 얼음장이 강을 막고
將登太行雪滿山 태항산(太行山)에 오르려니 온 산엔 눈이 가득.
閒來垂釣碧溪上 한가하게 벽계(碧溪)에 와 낚시를 드리우다
忽復乘舟夢日邊 문득 다시 배에 올라 해 근처를 그려보네.
行路難 가는 길 어려워라.
行路難 가는 길 어려워.
多岐路) 갈림길도 많은데
今安在 지금 어드메인가.
長風破浪會有時 긴 바람이 파도 부술 그 날 정녕 있을 터
直挂雲帆濟滄海 구름 돛 펴 올리고 푸른 바다 건너리라.

시를 들으면서 부산이라는 도시가 행복을 향해 '구름 돛 펴 올리고 푸른 바다를 건너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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