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보다는 믿음" 전국 최우수 구조견 '바람' 핸들러 김용덕 소방위

"의문보다는 믿음" 전국 최우수 구조견 '바람' 핸들러 김용덕 소방위

"신뢰가 형성되어야 자율적 구조 활동 가능"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 핸들러의 기본"
"소방 구조견의 활동 범위 커져, 역할 하고 싶어"

김용덕 핸들러와 구조견 바람. (사진=부산CBS 박중석 기자)

 

"의문보다는 기다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1초의 표현에 상처를 입으면 원위치로 돌아오는 데는 3~4개월이 걸리기도 합니다"

지난 2015년 12월 구조견 '세중'이 은퇴하고 부산소방안전본부 특수구조단의 새 식구가 된 '바람'(6세·셰퍼드)을 향한 주위의 첫 시선은 '우려'였다.

'날쌘'과 '세중'에 이어 자신에게는 세 번째 구조견인 '바람'과 호흡을 맞추게 된 특수구조단 김용덕(46·소방위)핸들러는 먼저, 바람의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했다.

"바람이는 복종은 잘 되는데, 자율성이 부족했습니다. 혼자서 멀리 수색을 나가면 불안해하기도 했습니다"

소방 구조견은 자율성이 중요시된다. 실종자를 찾을 때 구조견만의 자체적인 판단과 행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인에게 복종하는 개의 습성과는 배치되는 대목이다.

무턱대고 자율성만을 강조할 수도 없다. 기본적으로 핸들러의 통제 아래에서 움직여야한다. 이 때문에 김 핸들러는 구조견과 핸들러는 동일 선상에서 서로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핸들러는 구조견의 위도 아래도 아닌 동급이라고 인식을 시켜줘야 합니다. 평소에는 핸들러의 통제 아래에 있다고 하더라도 수색에 나가면 핸들러의 눈치를 보지 말고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김 핸들러는 교감을 우선했다. 2주 동안 '바람'의 집(견방)에서 웅크리고 앉아 함께 몸을 부대꼈다. 잠자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을 빼고는 24시간 바람과 함께했다.

1996년 소방에 입문해 2009년부터 구조견 핸들러의 길을 걷고 있는 김 핸들러는 핸들러가 된 이듬해 특수구조단 근처로 집을 옮겼다. 구조견과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노는게 훈련입니다. 서로의 신뢰를 쌓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함께 호흡하면서 움직이는 겁니다"

비번날이나 외출을 했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바람을 찾아 등을 쓰다듬어 줄 정도로 자식과 같이 애정을 쏟았다.

이와 같은 정성을 알았을까? 첫 만남 이후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지난 어느 날 김 핸들러를 바라보는 바람의 눈빛이 변했다. 신뢰가 쌓인 것이다.

"어느 날 바람이 저를 바라보는데, 눈빛이 달랐습니다. 그 때 이후부터는 수월해졌죠. 눈빛을 보면 있는 그대로 읽으면됩니다. 의문이 사라진겁니다"

바람의 활약도 그 때부터 시작됐다. 실종자 수색이나 사고현장을 누볐다. 구조견의 능력 중 가장 중요한 바람을 타고 온 냄새를 읽는 법도 일취월장했다.

자율성도 높아졌다. 김 핸들러를 뒤로 하고 1km가량 떨어진 곳에서 실종자를 찾아 핸들러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며 기다릴 줄 아는 여유도 생겼다.

부산소방안전본부 인명구조견 바람이 'Top dog'으로 선정됐다. (사진=부산소방안전본부 제공)

 

김 핸들러가 느낀 바람의 성장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바람은 지난 4월 열린 '제8회 전국 119인명구조견 경진대회'에서 최우수 구조견인 'Top dog'으로 선정됐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죠. 바람이가 지금 6살인데, 보통 구조견은 6~7세를 전성기로 봅니다. 앞으로 지금의 활약을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바람이와 함께 해 나가야죠"

현재 부산소방안전본부 특수구조단에는 바람과 세종(5세·마리노이즈), 영웅(4세·셰퍼드)이 있다. 전국적으로는 모두 29마리의 소방구조견이 활동하고 있다.

각 구조견에는 한 명씩의 핸들러가 배치돼 호흡을 맞춘다.

핸들러는 구조활동이라는 본연의 사명과 동시에 개를 좋아하고 아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 있어야한다.

어려움도 있다. 구조활동에 나선 구조견은 이른바 '리드줄'이라고 불리는 목줄을 푼다. 자체적으로 수색 활동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등산로를 뛰어다니는 구조견을 보고 놀라거나 화를 내는 등산객을 이해시키는 역할은 핸들러의 것이다.

"기본적으로 구조견은 물지 않는 훈련을 합니다. 사람의 피부가 느껴지면 입을 닫지 않고 그대로 벌리고 있습니다. 구조활동을 할 때는 반드시 옷을 입힙니다. 걱정보다는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구조견이 느끼지 못하는 핸들러만의 고충도 있다.

구조견과 함께 실종자를 찾으면 구조대나 경찰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길게는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

문제는, 실종자 중 적지 않은 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사고로 인해 숨진 이후라는데 있다.

"핸들러가 되고 처음에는 야간에 시신을 옆에 두고 기다리는 시간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구조견과 함께 서로를 의지하며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의 일환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사진 왼쪽부터 서태호 핸들러와 영웅, 양준석 핸들러와 세종, 김용덕 핸들러와 바람. (사진=부산CBS 박중석 기자)

 

김 핸들러는 구조견의 역할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에 따른 체계적인 조직과 시스템을 갖추는데 일조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다.

김 핸들러는 현재 필수 자격증인 핸들러 훈련사뿐만 아니라 동물매개상담사와 사체탐지견훈련사, 반려견훈련사 등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전문성을 높이고 싶다는 의지에서 시작된 일이다.

"1차 목표는 바람이와 함께 많은 사람들을 구하는 것입니다. 그 이후에는 구조견을 활용한 구조 활동이 현장에서 보다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을 계속해서 해나가는 것입니다"

추천기사

스페셜 그룹

부산 많이본 뉴스

중앙 많이 본 뉴스